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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PKU (학부)

북경대/개강일기(5) - 톈진 호텔 격리 7일차 (feat. 격리 준비물 추천)

by Hexagon_ 2020. 9. 14.

저번 편 보기: 북경대/개강일기(4) - 톈진 입국과정, 또다시 핵산검사 그리고 채혈, 격리호텔 이동

 

북경대/개강일기(4) - 톈진 입국과정, 또다시 핵산검사 그리고 채혈, 격리호텔 이동

저번 편 보기: 북경대/개강일기(3) - 대한항공 모바일 체크인, KTX+공항철도로 전주에서 인천공항까지, 인천공항 출국 과정 북경대/개강일기(3) - 대한항공 모바일 체크인, KTX+공항철도로 전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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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받은 호텔은 톈진시 허베이구(河北区)에 위치한 吉泰精品酒店(天津中山北路北站店)입니다. 도보 7분이라는 애매모호한 거리에 지하철 6호선 北宁公园이 위치해있고, 톈진시역까지는 지하철로 30분도 안걸립니다.

 

버스가 호텔에 도착해도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우르르 내리지는 못하고, 한번에 3~5명씩 내려야 합니다. 내려서 짐 소독을 한 다음 우선 비용을 지불하는데 알리페이, 위챗은 당연히 가능했고 현금은 되도록 안받으려고 하는 눈치였습니다. 카드 단말기는 아예 없었고요. 1박 숙박비 180위안에 식비 하루 세끼 100위안, 14일 총 3920을 지불했습니다.

 

돈을 내고 체온을 측정한 다음,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할랄, 채식 식단이 필요한지를 확인합니다. 마지막으로 방 배정받고, 연락처를 남기고, 주의사항을 안내받으면 비로소 호텔에 입성하게 됩니다! 

어떤 지역은 짐검사도 해서 손톱깎이도 뺏을 정도로 엄격하다고 들었는데, 여기서는 짐검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과 단절되기 전 찍은 마지막 사진

기나긴 입국 여정은 여기서 끝이고, 14일 격리를 마치면 진짜로 자유의 몸이 되겠죠.

 


입국 전, 일반적인 격리비용 가격대는 숙박비와 식비 합산해서 400-500위안대로 알고 왔는데, 여기는 무려 280위안밖에 하지 않아 살짝 놀랐습니다. 톈진 시내 역세권인데 1박에 180위안이면, 시설이 엄청 허접한 그런건가...? 하면서 반신반의한채 들어왔는데

 

창 밖 풍경으로 위치 유추가 가능할까봐 커튼을 쳤습니다.

음, 뭐, 일단 첫인상은 "180위안 치고는 나쁘지 않네" 였습니다. 저렴한 패키지 관광 왔을때 배정받는 그런 저렴한 느낌 풍기는 호텔이랄까요. 일부 지역은 럭셔리 5성급 호텔에 배정해준다고 해서 나름 기대를 했지만 여인숙급 호텔이 아닌것과 그래도 가성비 하나는 최고라는거에 감사했습니다.

이 외에도 공간이 넓직한것과 창 밖 풍경이 탁 트인거, 그리고 가구 위에 먼지가 별로 없던건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닥의 경우 제 방은 마루였는데 일부 입국하신 분들 말로는 카펫방에 배정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이 점 참고하시길.

 

책상 위에는 담당 간호사 위챗 QR코드와 여러 주의사항이 써있습니다. 배달음식은 안되고 (ㅠㅠ), 택배로 생필품 구매는 가능하다네요.

처음에 위챗 추가를 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딱히 회신이나 자기소개 같은걸 하지 않더라고요. AI인건지 아님 그냥 바쁜건지 뭔지 몰라서 그냥 냅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저와 3명의 관리자가 들어와있는 "제 방 전용 단톡방"이 생성되었습니다. 양식에 맞춰 매일 9시, 15시 제 체온을 채팅방에 보고해야하고, 불편사항도 거기다가 물어보면 된다더군요. 다른 지역은 격리자 전체 단톡방도 만들던데 톈진은 그런건 없었습니다.

화장실의 전체적인 모습입니다. 심심할때 목욕하면 시간 때우기 딱이니 욕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샤워부스 당첨 ^^

수건은 작은거 2장, 큰거 2장 제공이 끝입니다. 따로 교체해준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근데 바디워시랑 샴푸는 저렇게 한가득 갖다놓았네요. 수건 4장만 줬다고 4번만 씻지 말고 빨아서 쓰라는건지.

생각치도 못했고 바라지도 않았던 물건인 물걸레가 변기 옆에 놓여있었습니다. 이걸로 마루 닦으면 맨발로 생활해도 되겠네요.

 

이 외에도 칫솔 어매니티 한가득, 두루마리 휴지 한가득, 뽑아쓰는 티슈 2팩, 500ml 물 정확히 28병, 호텔용 슬리퍼 한뭉텅이, 소독 분무기(어떻게 쓰는건지 모르겠음), 쓰레기 봉투 한뭉텅이가 있습니다. 제가 죽을 위험에 빠진게 아닌 이상 이 방에 들어오지 않겠다는 호텔 관리인들의 의지가 보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하루 세끼. 아침 점심 저녁 각각 8시, 12시, 18시 제공이라 했는데 실제로는 30분에서 1시간 가량 일찍 제공해주고, 식단을 보면 "새로움" 세 글자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일 똑같은 레파토리만 반복합니다.

(참고로 전 중국에서 굉장히 오래 거주했고 음식 자체가 맛이 없는게 아니라면 중국음식은 잘 먹는 편에 속하므로, 음식의 맛에 대한 평가는 사람 바이 사람이란걸 유의해주세요.)

 

아침은 밀가루 주식 2개, 야채 반찬 하나, 고기 반찬 하나, 더우장, 우유, 계란 등. (북방지역 기준, 중국인은 아침에 쌀밥을 먹지 않고, 만두, 빵 혹은 요우탸오 등 밀가루 음식과 반찬을 함께 먹는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른지역은 잘 모르겠는데 상하이쪽은 흰 쌀밥을 끓여 만든 죽을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쌀밥을 아침으로 먹는 경우는 드문걸로 압니다.)

주식은 너무 퍽퍽하고, 더우장은 달지도 짜지도 않은 싱거운 맛이라 아침은 딱히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또한 쌀밥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매 끼 마다 쌀밥을 반드시 먹어야하시는 분들은 햇반 14개 들고오시는걸 권장하고요.

 

점심, 저녁은 항상 흰 쌀밥에 야채 반찬과 고기 반찬 각 2개, 정체불명의 국물(첫날 점심에 마셔보고 미각 버려서 그날 저녁 이후로는 쳐다도 안봄), 요거트, 과일을 제공합니다. 맛있는 날은 진짜 도시락을 싹싹 긁어먹을 정도로 맛있고, 아무리 맛없는 식단이라 해도 80%의 포만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합니다.

밥 위에 만터우나 옥수수같은 작은 주식을 얹어주기도 하는데 요즘 들어서는 원가절감하는지 안넣는 경우도 있고, 어느날부턴가는 한국인을 배려해서인지 추가로 김치 아니면 고추장을 제공하는데, 김치는 백종원도 "아 이건 아니지" 할정도로 설탕을 팍팍 넣었는지 단맛이 매우 강합니다. 흠.

 


7일동안 생활하면서 느낀 "아 이건 잘 들고왔다" 혹은 "들고올걸" 리스트.

 

  • 음식: 컵라면, 김, 고추장 등. 중국음식이 입맛이 맞을지라도 어느정도 들고가시는걸 추천드려요. 맛은 그렇다 쳐도 끊임없이 계속 먹으니까 질리고 칼칼한 국물같은게 땡깁니다. 배달음식 안될줄 알았으면 컵라면 더 들고올걸...
  • 간식거리: 커피, 과자 등. 식사 중간에 입이 심심하니 달달한 과자 몇개 들고가는것도 나쁘지 않아요.
  • 요가매트, 돗자리: 기숙사에서도 매트 깔고 맨발로 생활하다보니 맨발 생활이 편하더라고요. 바닥이 카펫이나 타일인걸 대비해 대형 돗자리 필수. 그리고 맨바닥에 운동하려면 손바닥에 불이 나니 요가매트 역시 추천드려요.
  • 슬리퍼: 호텔에서 제공하는 슬리퍼는 착용감이 구리고 욕실용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 곧 버릴 수건 혹은 일회용 수건: 아무리 아무데도 안나간다 해도 나흘에 한번 샤워는 좀 너무하잖아요?
  • 걸레, 물티슈, 돌돌이 등 청소용품: 아무리 첫날은 깨끗하다 한들 14일동안 생활하면서 가구나 침대, 바닥 위에 먼지와 머리카락이 한가득 생길게 분명하니 주기적으로 청소하는데 필요한 물건은 필수입니다.
  • 심심함을 달래줄 넷플릭스, 왓챠(VPN필수!! 관련 내용은 아래 링크를 확인해보세요. 참고로 타 국가 VPN으로도 한국 넷플릭스 계정 사용 가능합니다), 호텔 와이파이 속도가 느릴것을 대비할 영화와 드라마가 들어있는 외장하드, 전자책(종이책은 무거우니까) 등.

VPN 관련 정보: 아마도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중국 VPN, Shadowsocks(SS)와 V2Ray

 

아마도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중국 VPN, Shadowsocks(SS)와 V2Ray

업데이트 관련: 본 게시글을 2020년 2월 15일 Shadowsocks 소개글로 최초 작성되어 2020년 9월 4일 V2Ray 관련 내용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때문에 V2Ray 관련 문단과 기타 내용에 약간의 시차가 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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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나머지 뭐가있지?

와이파이 잘 터집니다. 중국이동 공유기라 약간 걱정됐는데 VPN 연결하고 유튜브 고화질로 무리없이 재생 가능하고요.

창문 살짝 열립니다. 요즘 날씨 시원하고 에어컨 켜다가 감기걸릴것 같아서 그냥 매일 창문 열고 생활중.

침대 푹신푹신합니다. 원래 중국 가정집 매트리스는 흙침대에 준하는 경도를 자랑하는데 호텔은 안그래요.

냉장고 없어요. 있는 호텔도 성능이 매우 구리다고 하니 특별히 시원한걸 바라진 마시길.

 

그리고 저만의 시간 잘 가는법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막연하게 "아 격리 해제까지 14일 남았네" "아 10일 남았네" 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디데이를 짧게 여러개로 끊는겁니다. 예를 들면, 애플 신제품 발표회가 9월 16일이니 "이틀 뒤면 애플 신제품 발표회네! 아이패드 에어4는 어떻게 나올까?" 기대하고, 16일 이후에는 화상회의가 17일에 정해져있으니 "내일 오랜만에 웹캠으로나마 사람들을 만나볼수 있겠다!" 이런식으로 말이죠. 초긍정마인드

 

이제 겨우 절반 지났는데 남은 격리 시간도 별탈없이 순조롭게 지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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