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편 보기: 북경대/개강일기(3) - 대한항공 모바일 체크인, KTX+공항철도로 전주에서 인천공항까지, 인천공항 출국 과정
현재 중국의 입국 과정, 격리호텔 배정 방식 등 정책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입니다. 본 글은 9월 8일 대한항공 KE805편을 통해 톈진 빈하이 국제공항에 입국한 과정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타지역의 경우 일부 차이가 존재할 수 있음을 미리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비행기 착륙, 세관 통관용 서류 작성
비행기가 착륙하고 Cabin Crew 뭐시기 안내방송이 나오니, 다들 습관대로 자리에서 일아나 짐을 들고 복도에서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어...다른 지역 입국 후기에서는 좌석별로 몇명씩 나오게 한다는데 아니었나? 반신반의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줄을 서던 도중,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공항 직원들이 손에 서류를 한다발씩 들고 비행기에 탑승했고, 그제서야 사람들이 "바로 비행기에서 못내리는구나" 하는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공항 직원들이 승객들에게 혹시 이상 증상이 있냐고 물어본 다음, 이렇게 생긴 초록색 서류를 건네줍니다. 중국인 승객이라면 QR코드가 있는 작은 영수증같은 종이도 주는데 저도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네요.
암튼 저 초록색 종이에 이름(중국어든 여권명이든 상관없는듯), 좌석 번호, 여권 번호, 전화번호를 적습니다. 밑에 나머지 부분은 세관 직원이 적는 부분이므로 건들지 마세요.
이때 비행기 내 상황이 다소 번잡하므로 승무원에게 펜을 빌리기가 어려울 수 있으니, 비행기 타기 전 미리 펜을 준비해가세요!
2. 건강신고서 검사
좌석번호대로 차례대로 내리는 대부분 지역과는 달리, 톈진은 초록색 종이를 다들 다 작성했을때쯤 눈치껏 알아서 다시 줄을 서서 비행기를 나갑니다. 탑승교 출구쪽에서 공항 직원 두명이 승객들이 건강신고서 QR코드를 적었는지 일일이 확인하느라 탑승교에서 움직이는 속도가 매우 느렸습니다.
저기에선 단순히 적었는지 여부만 확인했기 때문에(즉 실제로 QR코드를 사용하는 곳은 다음 단계였기 때문에) 캡쳐화면만 대충 보여주면 통과가 가능했지만, 출국 전 미리 작성하지 못한 사람들은 옆에서 신고서를 작성하느라 애를 먹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니 빠른 입국을 위해선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공항 직원이나 주변 사람을 붙잡아서라도, 늦어도 비행기 탑승 전에는 반드시 저 건강신고서를 다 작성하세요!
3. 체온검사, 세관 건강신고서 확인, 출입경 화상인터뷰(???)
탑승교를 통과했다면, 이제 본격적인 입국과정이 시작됩니다.
사진처럼 줄을 서서, 한사람씩 천천히 열화상 카메라 앞을 걸어오면서 체온을 측정합니다. 저는 앞머리가 길어서 직원분이 중간에 저보고 앞머리를 올리라 하더라고요. 흠. 아무튼 종점에서 초록색 종이를 건네주면, 직원분이 체온을 적고 돌려줍니다.
더 앞으로 걸어가서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공항 직원에게 건강신고서 QR코드, 초록색 종이, 여권을 보여줍니다. 두 바코드를 찍고 여권을 간단히 확인하면 끝.
다음 단계로 넘어오니 무슨 컴퓨터가 두 줄로 놓여져있는 구역이 나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잠시 "뭐지...?" 당황했으나, 컴퓨터 화면에 있는 제복 입은 아저씨들의 모습과 컴퓨터 앞에 앉아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아 출입경(出入境)에서 하는 화상 인터뷰인가보네" 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초록색 종이를 웹캠에 대서 출입경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병원 간적 있는지, 갔다면 마스크 썼는지, 클럽같은 밀집지역 방문한적 있는지, 야생동물 먹은적 있는지 등 6개의 질문에 대답합니다. 마지막으로 테이블에 놓여있는 검사 동의서에 서명을 한 다음, 웹캠에 대고 보여주면 인터뷰는 끝납니다.
위생문제 때문에 헤드셋은 없고 그냥 스피커가 빵빵 틀어져있는거라 사방이 시끄러웠는데, 경미한 소음성 난청이 있는 저는 인터뷰하는데 약간 애를 먹었습니다.
참고로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 과정을 들어보니 출입경 직원들은 기본적인 영어 소통 능력은 되기 때문에, 중국어를 크게 못하더라도 인터뷰 통과에는 큰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4. 공포의 핵산검사와 채혈검사
출입경 인터뷰를 끝내서 오른쪽으로 나오면...... 그 악명높은 대륙의 핵산검사를 받을 차례입니다. 검사 구역에 들어가기 전 공항 직원이 제게 비장하게 티슈 한장을 뽑아줍니다. 코피가 날 상황을 대비해 주는 것 같은데, 한 장 가지곤 택도 없을텐데 말이죠.
옆 검사칸에서 어린애 한명이 세상이 떠내려가듯 펑펑 우는 소리가 들려와서 마음속으로 하 망했다 ㄹㅇ 개아픈가보네 하면서 쫄린 심장을 부여잡고 초록색 종이를 건네준 다음 의자에 앉았습니다.
난 할수있다 할수있다 할수ㅇ...("코 먼저 넣을게요~") 으어어ㅏ러아ㅓ라어ㅏㄹ어ㅏ거ㅏㅇ거 ("다음은 목이에요 아- 하고 소리내세요~") 아아아아아ㅓ카ㅓ카ㅓ커커ㅓ커ㅓ컥 ("끝났습니다 종이 들고가세요~")
네... 대충 이런 과정이었습니다.
제 체감상 한국에서 받은 검사보다는 덜 아팠습니다. 목이야 뭐 순간의 고통이 거기서 거기였지만, 코검사의 경우 집어넣은 시간은 길었지만 면봉이 치간칫솔 수준으로 매우 얇은 덕분에, 한 10분동안 코가 뻥 뚫린 기분이었던 한국에서의 검사와는 다르게 금방 고통이 가라앉았습니다. 다른 지역은 양쪽 다 검사한다, 막 쿡쿡 찌른다 그랬는데 톈진은 매우 온순(?)하게 진행했습니다.
왔던 곳으로 되돌아와 쭉 걸어오면 채혈하는 장소가 나옵니다. 팔뚝에 주사 맞아서 대량으로 뽑는게 아니라, 왼손 약지손가락에 바늘을 살짝 찔러 얇은 스포이드에 피를 담는 방식이었습니다. 초록색 종이에 의사 선생님의 서명을 받고, 나오면서 다시 한번 확인을 받은 다음, 드디어 입국심사로 향합니다.
5. 간이 인터뷰와 입국심사
입국심사 전, 또 한번 공항 직원의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책상 앞에 앉아 여권과 노란색 입국신고서를 건네준 후, 입국 목적, 최종 목적지, 중국 내 전화번호를 뒷면에 적고 다시 앞으로 향합니다.
이 모든걸 다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가 흔히 알던 입국심사대가 나옵니다. 휴우......
6. 수하물 수령, 격리호텔 이동
입국심사를 마치면 안내 표지에 따라 윗층으로 올라갑니다. 안쓰는 탑승구역을 봉쇄하여 중국 입국자 대기실로 쓰는 모양이군요. 저 앞에까지 걸어왔다면 테이블에 앉아있는 공항 직원이 보이는데, 초록색 종이를 건네주면 오른쪽 상단에 숫자를 적어줍니다.
여기서 무조건 화장실 한번 갔다오세요. 이번에 화장실을 가지 않으면 다음번 화장실을 이용할 기회는 격리호텔 도착하고 방 배정까지 마친 다음인데,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에 대기에 최소 1~2시간은 걸립니다. (아니면 아예 가급적 물을 적게 마시고, 비행기에서 미리 다녀오는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앉아서 좀 기다리다보면 숫자대로 사람을 불러 줄을 섭니다. 예를들면 1~30번까지 줄서세요 이런식. 이때 초록색 종이 위에 적힌 숫자가 범위 내에 있으면 줄을 섭니다.
사람이 다 도착했다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와, 우리의 입국 과정을 함께 해준 초록색 종이를 공항 직원에게 건네주고 버스를 탑승합니다. 중국인과 한국인을 따로 구분해서 버스에 태우는데, 최종 목적지는 똑같다고 하는데 왜 나눠서 태운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버스에 사람이 모두 탑승했다면 짐 찾는곳으로 출발하는데, 앞에 차가 밀려있는지 차 안에서 약 20분을 더 기다렸다가 출발했습니다. 여기서 같이 버스에 탑승하신 직원분이 호텔 장소를 미리 알려주셨는데, 다행히도 어디 외곽 지역이 아닌, 징진고속철도(京津城铁)가 다니는 톈진시역(天津西站)에서 지하철 몇정거장 거리의 시내에 위치한 호텔이었습니다. (호텔 시설 관련 후기는 다음편에서 소개하겠습니다.)
한 30초정도 달려서 수하물을 보관하고 있는 장소에 멈췄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돌아가는 모습도, 그 옆에 놓여있는 모습도 아닌, 그냥 건물 아래 기둥에 수없이 많은 짐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공항 직원이 사진 찍지 말라고 고함을 질러서 사진은 안찍었습니다. 그럴 여유도 없었고요.)
아무튼 수없이 많은 캐리어들 사이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제 큰 캐리어 발견하여 같이 타신 아저씨의 도움으로 간신히 버스에 싣고, 경찰차의 호송 하에 버스는 공항에서 나와 호텔로 향했습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걸린 시간은 30분 남짓. 대기 시간이 더 길었던 셈이죠.
당연하지만 우리는 일반 투숙객이 아닌 관계로 정문으로 들어올 수 없었고 (정문에는 "격리구역 진입금지"라고 누구도 접근하기 싫어지게 붙어있음), 뒷문쪽에 저렇게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이 우리를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타 지역 리뷰를 보면 호텔 진입 과정에서 멀리서나마 가족 얼굴을 볼 기회가 있다 뭐 그러는데, 일단 톈진의 격리호텔은 구조상 멀리서라도 보는게 거의 불가능해보입니다.
다음 편 보기: 북경대/개강일기(5) - 톈진 호텔 격리 7일차 (feat. 격리 준비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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