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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자격증

토플 독학 105점 후기 (교재, 유용한 사이트, 전북대 시험장)

by Hexagon_ 2024. 3. 22.

먼저 시험 결과 투척.

이미 중국 대학원에 합격한 상태지만, 미래에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급히 다른 나라로 다시 유학을 떠나야 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학부생일때 못가본 교환학생 나중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 현시점에서 미리 할 수 있는 (그러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준비는 영어 어학성적 만들기 뿐이었다.

어느 학교로 갈지는 미래의 내가 결정할 일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명확한 목표 점수는 딱히 없었고 그냥 높으면 높을수록 좋았다. 굳이 꼽자면 교환학생 어학성적 허들이 제일 높은 시카고대학의 신청 조건인 토플 각 파트 최소 26점, 총점 104점을 목표라고 할 수 있었는데, 솔직히 스피킹 26점은 불가능의 영역이라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참고로 내 영어 베이스는 토익 985점, 중학교때까지 매일 학교에서 원어민 영어수업을 들었고, 해외 고등학교를 졸업해 수능은 안쳐봤지만 고등학교 시절 영어 성적은 반에서 상위권이었다.


시험 접수 (갑작스런 일정 변경)

 

개선된 TOEFL iBT® 시험 등록하기

안녕하세요 ETS Korea입니다. 전 세계 160개국 12,500개 이상의 대학 및 기관에서 인정하고 선호하는 ...

blog.naver.com

접수 방법은 토플 공식 블로그에 매우 상세하게 적혀있으니 이쪽을 참고하자.

 

비용은 내가 접수했던 2023년 11월 기준 무려 220달러... 늦게 접수하면 Late registration fee 40달러 추가... 거기다가 토플은 국내 주관사가 따로 없는 탓에 달러 그대로 결제해야해서, 환율이 나쁘면 그만큼 손해를 더 보게 되고 외화 결제 수수료까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손품을 팔아 할인 바우처를 찾아서 쓰면 최소 5%는 할인받아 응시가 가능하다고 하나, 나는 유효한 바우처 코드를 못찾아서 그냥 정가로 결제했다. 대신 트래블월렛 카드로 결제해 외화 수수료를 아꼈고, 결제 당시 환율이 지금보다 좋았다는거에 위안을 삼았다. 

본래 3월 23일 시험을 응시했으나, 어느날 갑자기 "님 시험일 4월 27일로 변경됨 ㅅㄱ" 라는 내용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게 뭔 소리지??? 설마 신종 피싱 수법인가??? 싶어 ETS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정말로 내 시험일이 변경된 내역이 존재했고... 아마 모종의 사정으로 기존 3월 23일 시험이 취소된 모양이다.

시험을 예정보다 한달이나 늦게 치르고 싶지는 않았는데, 다행히 ETS에게도 양심은 있는지 재변경 수수료는 면제라서 시험일을 가장 인접한 3월 16일로 앞당겼다. 일방적 통보가 좀 킹받긴 했지만, 그냥 덕분에 예정보다 일주일 일찍 토플로부터 해방할 수 있게 됐다고 긍정적이게 생각하기로 했다.


공부 기간 및 방법

11월 19일에 시험을 접수했고, 12월 초부터 시험 전날까지 공부했으니 공부 기간은 약 석 달 반 정도.

접수비가 비싼 시험인 만큼 큰 추가 지출을 피하면서도 가급적 재수 안하고 한 번에 좋은 점수를 얻고 싶었고, 토플은 무조건 양치기라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인강과 학원은 결제하지 않은 대신 문제집을 2세트나 구매하고 추가로 유료 모의고사 서비스도 결제했다. 사용했던 교재와 사이트는 아래에서 소개하겠음.

 

평일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단어공부를 했고, 근무지가 한가할때 틈틈히 최소 두 영역은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오전에는 리딩 or 리스닝, 오후에는 스피킹 or 라이팅 이런식으로. 하지만 의지가 워낙 부족해 한 영역만 공부하거나, 아예 단어 공부밖에 못한 날들도 있었다. 순공 시간은 일 평균 1~2시간 정도 될듯.

주말에는 실전 모의고사를 가급적 실제 시험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풀면서 생체 리듬을 시험날에 맞추고 장시간 시험에 집중하는 능력을 익혔다.

 

공부를 할때는 최대한 실제 시험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하는게 좋다. 특히 토플은 그 환경이 좀 특이한데, 먼저 컴퓨터로 시험을 보기 때문에 리딩 지문 위에 필기를 못하는건 물론이고, 리스닝은 지문 다 듣고 나서야 문제를 풀 수 있고 한 번 고른 문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등 처음 토플을 접한다면 당황스러울 수 있는 순간이 여럿 있다. 그러니 최소한 한 번 정도는 실전과 유사한 모의고사 사이트를 통해 iBT 시스템의 특성을 익혀보고, 나중에 종이책으로 공부할때도 최대한 컴퓨터와 유사한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습관을 들이자.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한 시험장에서 스피킹 시험을 거의 동시에, 그러나 미세하게 다른 타이밍에 시작하기 때문에 리스닝 후반~라이팅 초반에는 다른 사람들이 스피킹 시험 보는 소리로 시험장이 굉장히 어수선하다. 그러니 평소에도 완전히 조용한 스터디카페나 도서관보다는, 적당히 소란스러운 카페나 집에서 공부를 하는걸 추천한다. (나는 주위에 전화소리와 타 부서 민원인과의 대화 소리가 가득한 근무지에서 공부한 덕분에 어지간한 소음에는 내성이 생겼다.)

(유튜브에는 심지어 토플 시험장 ASMR이란것도 있다. 와우...)

 

토플 공부 외에 별도로 영어 원서 읽기라던가 AI와 영어대화라던가 이런 공부는 따로 하지 않았다. (영어권 유튜브 영상을 챙겨보긴 했지만 이건 평소에도 해왔던거니 논외.)

미술사, 천문학, 생물학 등 토플 주제로 자주 나오는 내용들의 배경지식을 미리 쌓아놓으면 강의 내용 이해할때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나는 역사나 미술 이런건 적성에 너무 안맞아서 그냥 시험장에서 억지로 공부하는 셈 치지 뭐! 하는 마인드로 따로 챙겨보진 않았다. (딱 한번 모의고사 리스닝에서 내 졸업논문 주제가 지문으로 나온 적 있는데, 모든 배경지식을 알고있었음에도 문제가 엄청 쉽게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 외에 파트별 공부방법과 문제풀이 팁은 내용이 길어져 나중에 따로 글을 올릴 예정.


교재, 모의고사, 무료 연습문제

시원스쿨 토플 정규서 시리즈

 

23년 SIWONSCHOOL TOEFL Reading 개정판

COUPANG

www.coupang.com

토플 교재중에 가장 유명한건 해커스 정규서 시리즈지만, 서점에서 훑어보니 해커스 정규서는 실전 문제들만 있는게 아니라 딕테이션, 패러프레이징 연습 등 기초를 다지는 문제들이 많이 들어있어 오로지 양치기를 원했던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옆에 있는 시원스쿨 정규서를 훑어봤는데 문제 구성이 마음에 들어 스피킹만 제외하고 전권 구매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최대한 iBT 프로그램의 UI를 재현했다는 점이다. 리딩을 예로 들자면 일부 성의없는 교재는 토플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지문 밑에 문제들을 쫙 나열하는데, 이 책은 각 문제와 그에 상응하는 문단을 1:1로 배치해 종이책임에도 실제 컴퓨터로 시험보는 느낌과 유사했다. 그 밖에 리딩과 리스닝은 주제 테마별로 챕터가 나눠져있고 라이팅 역시 각 예제 제목에 무슨 주제인지 적혀있어 원하는 주제를 손쉽게 찾을 수 있고, 페이지 상단에 듣기 지문 QR코드가 있어 MP3 파일을 따로 다운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난이도는 목표점수 80점부터 115점까지 포괄적이게 커버하는 교재라서 그런지 평이한 편. 아쉬운 점이라면 일부 문제는 TPO에서 일부 디테일만 바꾸고 그대로 복붙해온거라 출제자의 성의가 부족하다는 첫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해커스 액츄얼 테스트 (Actual Test) 시리즈

 

해커스 토플 액츄얼 테스트 리딩 (Hackers TOEFL Actual Test Reading)

COUPANG

www.coupang.com

난이도가 천상급인걸로 유명한 교재. 처음에는 그 악명에 망설여졌으나 이미 시원스쿨 정교재를 다 풀고도 시험까지 두 달이나 남아있었고, 요즘 불토플은 액츄얼 급으로 나온다고 하기도 해서 결국 전 세트 구매했다.

 

리딩을 처음 풀어봤을땐 차원이 다른 고난이도 단어들과 꽈배기처럼 꼬아놓은 선지들에 1차로 충격을 받았고 10문제 중 4문제를 틀려 2차 충격을 받았으나, 차분히 해설을 읽으며 나의 오답 원인을 파악하다보니 점차 고난이도 지문에서 살아나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해 후반으로 갈수록 오답률이 점점 낮아졌다.

리스닝은 리딩보다도 더 어려웠다. 1.25배속은 되는듯한 지문의 속도, 예측 불가능한 출제 범위와 문제 유형, 심지어 일부 지문은 영국식 억양(...)까지, 리딩은 그래도 연습을 할수록 성과가 보였던 반면 리스닝은 시험 직전까지 평균 1지문당 1~2문제는 틀려 진전이 보이지 않았다. Actual이 아니라 Distinguishing라고 이름을 바꿔야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라이팅, 스피킹은 실제 시험과 비슷했다. 좀 어이없거나 쓰기 어려운 주제들이 일부 존재하긴 했는데 리딩, 리스닝의 악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일반적인 문제집들과 다르게 액츄얼 테스트는 본문이 해설이고, 부록이 문제집이다. 그만큼 지문 분석과 문제 해설의 분량이 알차다는 뜻. 하지만 지문과 문항의 위치가 1:1로 대응하지 않고, 로그인 후 MP3 파일을 따로 받아야한다는 점은 시원스쿨 정규서 대비 아쉬운 부분이었다.


테스트글라이더

 

Study for the TOEFL | TestGlider

Take AI-recommended TOEFL practice questions, watch a lecture, or download Vocabulary and Exercises.

www.testglider.com

토플 공부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모의고사 사이트. 토플과 아이엘츠의 실전 모의고사와 연습문제들을 제공하고, AI를 활용한 리스닝과 라이팅 채점 및 첨삭도 지원한다.

공식 TPO를 1~2개 정도밖에 구매하지 못하는 가격으로 모의고사 12세트에 210개 가량의 연습문제를 풀어볼 수 있고, 문제의 퀄리티 역시 높아 모의고사만 놓고 봐도 초갓성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AI 채점과 첨삭은 나처럼 허접한 라이팅과 스피킹 답안을 남들한테 보여줘서 첨삭을 받는게 부끄러운 사람들에게 최고의 기능이었다.

위로 갈 수록 최근에 푼 결과.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게 테스트글라이더 모의고사 점수와 실제 시험 결과의 차이인데, 한번 궁금해서 이상값인 90점을 제외한 (저 날은 무슨 마가 끼었나 왜 점수가 저렇게 나온거지...) 모든 모의고사 점수들의 평균값을 계산해보니 104.7점이 나와 실제 점수와 소름돋을 정도로 비슷했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뿐이었지만 아무튼 테글 점수는 실제 시험 점수와 꽤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영역별 난이도를 평가해보자면, 리딩은 지문은 실 토플보다는 쉬운데 Summary 파트에 minor detail을 오답으로 하는 문제가 많아 좀 어려웠고, 나머지는 실 토플과 비슷했던 느낌.

다만 점수의 경우 실제 토플은 리딩과 리스닝 점수를 복합적으로 계산해 산출하지만 테스트글라이더는 단순히 1문제 틀리면 1점을 깎아 난이도 대비 점수가 잘 안 나오는 편이고, 반대로 스피킹과 라이팅은 실제와 비슷하거나 꽤 후하게 주는 편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많은 토플 후기글에서 칭찬을 받고 있고, 나 역시 토플을 준비중인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강력 추천하는 사이트지만, 몇가지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다.

  • 리스닝 파일의 퀄리티가 그닥 좋지 않다. 성우가 남자 둘 여자 하나밖에 없는건(...) 그렇다 치더라도, 따로 녹음 부스도 마련하지 않았는지 일부 발음이 먹먹하게 들렸다.
  • 연습 문제를 210개나 제공한다고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유형별로 잘게 쪼갠 문제 하나씩 카운트해서 숫자가 좀 부풀려진 감이 없잖아 있다. 심지어 리딩 reference 문제는 아무리 출제 빈도가 낮다지만 고작 한 문제 밖에 없는건 좀...
  • 제공되는 파트별 동영상 강의가 솔직히 좀 별로다. 아주 기본적이고 뻔한 내용들밖에 없고, 차라리 밑에서 소개할 유튜브 채널과 사이트의 무료 자료들이 100배는 더 유용했다. 강의 영상은 그냥 없는거라고 생각하는걸 추천한다.
  • 단점까지는 아닌데, AI 첨삭 기능이 없어도 되는 Conclusion 문단을 굳이 넣어주는 경향이 있다.

TestAdmit

 

TestAdmit

免費托福官方TPO完整考題,可分科練習,模擬正式考試流程。免翻牆!Free full-length TOEFL mock tests! Practice for the real exam, just like the real exam. Do an entire test, or work on individual sections or passages.

testadmit.com

공식 TPO 문제들을 몰래 빼돌려 올린(...) 중국 사이트. 무료로 엄청난 양의 문제들을 풀어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정석 루트는 아니다보니 일부 오탈자나 음성 파일에 오류가 존재해서 문제를 풀기에 그닥 편한 환경은 아니다.

그리고 리딩과 리스닝 해설이 중국어로 되있어 번역기를 돌려야하고, 일부 문제는 해설이 매우 부실하거나 없기도 하며, 스피킹과 라이팅 채점은 따로 돈을 내야하는데 솔직히 저런 사이트에 돈을 내기에는 영 찝찝했다. 양치기 용도로는 강추.


ETS 공식 TestReady

 

TOEFL TestReady

Save money when you purchase multiple prep offerings bundled together into an expertly curated package. Find discounts on test registrations, practice tests, guides, books, additional score reports and more.

www.ets.org

한 2월쯤인가 ETS 공식 홈페이지에서 출시한 새로운 서비스. 무료 모의고사, 매일 무료 연습문제 (주로 라이팅 토론형이 나오나 리딩, 스피킹 등 문제가 나올때도 있다), 유료 모의고사 구매 등 메뉴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페이지라고 할 수 있다. ETS 공식 서비스다보니 당연히 문제 퀄리티와 난이도는 실제 토플과 유사해 참고할 가치가 크다.


유용한 사이트 및 유튜브 채널

TST Prep

 

TST Prep TOEFL

We help overworked and overwhelmed test takers get the TOEFL test score they need as quickly and easily as possible through TOEFL lessons, TOEFL practice tests, and TOEFL practice questions. At TST Prep, we know the TOEFL test is confusing and overwhelming

www.youtube.com

토플 인강 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재생목록 메뉴에 들어가보면 각 영역별 Study Plan 재생목록들이 있는데, 신박한 문제풀이 꿀팁보다는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 자주 틀리는 이유 등 기본적인 내용들을 아주 알차게 설명해준다. 특히 나는 공부 초반에 스피킹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 막막했을때 이 재생목록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솔직히 내가 쓴 토플 후기 읽을 시간에 저분이 올리신 영상들을 정주행하는걸 추천한다.


탑토플

 

탑토플 : 네이버 블로그

토플 VIP 과외 탑토플

m.blog.naver.com

TST Prep과 비슷하게 토플 과외 업체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과외로 번 돈으로 자선사업을 하는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유료로 판매해도 손색이 없어보이는 온갖 자세한 꿀팁들과 깨알 정보들을 무료로 공유하고 있다.

글이 워낙 많아 헷갈릴수도 있는데, 리딩, 리스닝, 스피킹, 라이팅 영역별로 카테고리가 나눠져있으니 자료가 필요한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원하는 글을 찾아 읽으면 된다. 


toeflresources.com

 

TOEFL Resources, Test Resources

BEAT THE TOEFL®  Do you want to improve your score on the TOEFL Test? We can help.

www.toeflresources.com

이미 위 두 사이트에서 충분히 많은 자료들을 얻어가서 testresources는 그닥 많이 들어가보지는 않았는데, 여기에도 영역과 파트별 문제풀이 팁, 템플릿, 예시 문제 등등 꿀정보들이 아주 많이 들어있다. 특히 스피킹과 라이팅 템플릿, 모범 답안이 많다.


전북대학교 시험장 후기 및 iBT 시스템 사용 팁

전북대학교 뉴실크로드센터는 전북 유일 토플 시험장이다. 꽤 새로 지어진 건물이라 시설은 매우 쾌적하다.

건물에는 지하주차장이 있는데 토요일 오전 기준 텅텅 비어있고, 아니면 주변에도 지상주차장이 여럿 있으니 주차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 시험이 끝나고 5시간 주차권을 2천원에 구매할 수 있고, 원래는 현금만 받지만 내가 시험봤을땐 감독관이 계좌이체도 받아주셨다. 시내버스 정류장이 코앞에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10시 시험 시작, 9시 반 전까지 도착하래서 정확히 9시 31분에 도착했는데 내가 거의 맨 마지막에 도착한 사람이었다. 머쓱,,,

신원을 대조하고 비밀 유지 서약서에 서명한 다음 옆 교실에 들어가서 잠시 대기하다가, 신분증과 감독관이 나눠준 서약서 스크립트를 제외한 모든 소지품을 교실에 그대로 두고 금속탐지기(!)를 거쳐 시험장에 입실하여 얼굴 촬영, 서약서 스크립트 낭독, 좌석 배정 후 자리에서 대기했다. 내가 여태까지 봤던 자격증 시험 중 보안검사가 가장 철저한 시험이었다.

내가 시험을 봤을땐 귀마개는 따로 제공하지 않았고 (대신 금속탐지기를 통과하면 직접 들고온거 써도 됨), 작년 7월 토플 개편으로 휴식시간이 사라져 간식도 당연히 없었다.

 

시험장의 크기는 크지 않았다. 한 3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나? 원래는 두 명 씩 앉는 책상인데 시험볼때는 한 칸 띄어 앉고, 불투명 칸막이로 완전히 가로막혀있어 오로지 내 자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 토플 공식 블로그에 시험장 사진이 있으니 참고하자.

책상 위에는 노트테이킹용 종이 3장과 잘 깎인 연필 2자루가 놓여있고, 모니터에는 방금 신원대조할때 촬영한 얼굴 사진과 이름이 나와있을거다. 문제가 없다면 헤드셋을 미리 써보면서 감독관이 올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대부분 시험장은 도착한 순서대로 시험이 시작되는데, 전북대는 특이하게 랜덤으로 좌석을 배정하고 시간이 되면 감독관이 차례대로 와서 시스템에 로그인해 시험을 시작시킨다. 그래서 꼴찌로 도착했는데 감독관이 좀 일찍 오는 자리로 배정된 덕분에 거의 선두주자로 시험을 시작했다.

 

시험 시작 후 몇 페이지씩 나오는 시험 유의사항은 빠르게 Next 혹은 Confirm 버튼을 눌러 패스해주면 마이크 테스트 화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주의사항 몇가지.

  • 마이크 테스트는 테스트글라이더처럼 문장을 녹음하고 방금 녹음한 문장을 재생하여 마이크가 정상인지 확인하는 방식이 아닌, 음량 게이지를 보면서 적절한 음량이라고 인식될때까지 내 목소리 크기와 마이크 위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마이크 테스트는 제한시간이 있고, 꽤 짧은데다가, 시간이 지나면 더이상 마이크 테스트를 할 기회는 없어진다. (시험 도중에는 절대 추가 테스트를 진행하지 않는다.) 즉 마이크 테스트는 여유를 부리지 말고 최대한 빨리 진행할것. 한가지 팁이라면 마이크가 생각보다 입에서 멀리 떨어져있어서 좀 과할 정도로 최대한 입에 붙여서 말해야 적절한 음량이 나올거다.
  • 이제 Describe the city you live in은 없고 그냥 도시를 주제로 한 문단을 하나 보여주면서 그대로 읽으라고 한다. 혹여나 "어? describe the city 어디갔어?" 하며 당황하지 말것.

iBT 시험 프로그램 UI는 온라인 모의고사 사이트들과 비슷해서 조작법을 익히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딱 하나 큰 차이점, 리스닝 시험에서 Next버튼을 한 번만 눌러도 다음 문제로 넘어가버린다. Confirm하는 단계가 없어졌다.

그 외에 사소한 차이점들을 꼽자면 안경이 헤드셋에 눌리는것, 16:9 비율 모니터에 4:3 해상도용 프로그램을 강제로 늘려놓다보니 글자가 가로로 퍼져보이는것, 키보드에 키스킨이 덮여있어 타자하는데 조금 어색했던것 정도가 있었지만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시험을 보기 전 가장 걱정됐던 남들 스피킹 하는 소리에 간섭받는 문제는, 운 좋게도 벽쪽 좌석이라 앞, 뒤, 오른쪽 3면에만 사람이 있었고, 리스닝을 빨리 끝낸 덕분에 거의 첫번째로 스피킹 시험을 시작해서 스피킹 파트1, 2는 남들의 간섭 없이 진행했다. (대신 남들에게는 내가 간섭이었겠지만.)

비록 스피킹 후반부와 라이팅 통합형 풀때 남들 스피킹하는 목소리가 주변에 웅성웅성댔지만, 헤드셋이 미약하게나마 방음효과가 있었고, "여기서 남들 목소리에 1초라도 휩쓸리면 220달러 날리는겨...!" 라는 마인드로 간신히 내 모니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본인이 영어 쌉고수라면 위와 같은 전략을 취해도 되지만 마냥 장점만 있는 방법은 아니다. (당사자 동의 하에 올림)

시험이 끝나고 비공식 리딩, 리스닝 성적과 예상 성적 발표일을 확인한 다음 Report 버튼을 누르면 시험 결과가 ETS 서버로 전송된다. (Cancel 누르면 말 그대로 방금 치렀던 시험이 통으로 무효되고 나중에 20달러를 내야 복구가 가능하니 아무리 못 봤어도 반드시 리포트할것!)

시험 프로그램이 완전히 종료되어 바탕화면으로 진입한걸 확인했다면, 손을 들어 감독관에게 시험 종료를 알리고 지시에 따라 조용히 퇴실하고, 대기실로 돌아와 소지품을 챙기고 (필요시 주차권도 이때 구매하고) 나가면 된다.

 

간단한 시험 소감.

  • 리딩: 분명 액츄얼보다는 훨씬 쉽다는걸 인지했음에도, 시험 전 너무 긴장한것과 마이크 테스트를 제대로 완료하지 못해 멘탈이 살짝 흔들린것까지 더해져 초반에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첫 문제부터 막혔었다. 2회독을 하니 그제서야 지문의 내용이 눈에 들어왔고 기존의 답안을 한 절반 정도는 갈아치웠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문제가 많이 남아있었다. 27점이면 평소 실력 대비 살짝 아쉬운 점수지만, 컨디션이 개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천운이었다.
  • 리스닝: 리딩 끝나고 어느정도 멘탈을 회복해 체감상 어렵지는 않았으나 (근데 해커스 후기에선 다들 리딩보다 어려웠다고 하네), 마찬가지로 긴가민가한 문제들이 몇몇 있었다. 아무리 자신있게 풀었던 모의고사에서도 리스닝 만점을 받은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그저 그랬던 실제 시험에서 만점이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다.
  • 스피킹: 평소에는 제일 자신 없는 파트였는데, 본시험때 갑자기 아드레날린이 분비됐는지 그 어떠한 모의고사보다 매끄럽고 자신있게 대답했...으나 채점관 귀에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나보다. 아니면 하필 상대적으로 제일 자신있는 2번 문제에서 절어버려서 그게 컸을수도. (야발...)
  • 라이팅: 통합형은 렉쳐에 나온 내용 거의 빠짐 없이 다 언급했고, 갑자기 떠오른 고급 어휘들도 두어개 가량 적절히 넣어줬다. 문제는 토론형이었는데, 주제가 마침 시험 며칠 전에 본 모의고사의 통합형 문제와 비슷해 그 지문에 홀려버려서 좀 엉뚱한 근거를 제시해서 오프토픽이 나올까 걱정됐었다. 25점이 나온거로 봐선 그 근거가 오프토픽까지 가진 않았지만 감점의 요인이 된 듯.

시험 이후 점수 공개까지

배송지 수정 (안 되는듯)

시험을 다 보고 느긋한 마음으로 ETS 사이트에 로그인해보니 아뿔사, 성적표 배송지를 적을때 옛날 폰 번호가 적혀있었다. ETS 계정을 일찍 가입했었는데 그때 적어놓은 폰 번호가 배송지 정보로 그대로 들어가버렸나보다.

리포트 수령 방식은 현지시간 기준 시험 전날 저녁 10시까지만 가능해서 이미 늦어버렸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고객센터에 메일을 보내봤다. 메일 주소는 TOEFLsupport4Korea@ets.org다.

 

처음에는 상담사가 내 뜻을 잘못 이해해 "성적표에는 휴대폰 번호가 없어"라고 답장이 와서 다시 한번 "성적표 말고 배송지 정보요..."라고 메일을 보내니, 곧바로 이렇게 두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하지만 내 배송지 정보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상담사가 내 계정 정보를 변경하는걸로 오해한건지, 아니면 배송지 정보는 보기에는 변화가 없지만 배송 전에는 내 계정 정보의 주소랑 연락처로 보내주겠다는 뜻인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성적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거, 그리고 주소는 제대로 썼으니 배달은 잘 오겠지.

 

교훈: 시험 전날 저녁 전까지는 꼭 배송지가 제대로 적혀있는지 확인하자.


점수 발표시간 예측하기

라이팅에 오프토픽이 뜰 수 있다는 걱정때문에 시험이 끝난 직후부터 일주일 내내 최종 점수가 어떻게 나올까 불안에 떨었다. 하다못해 "시험 점수 미리 아는 법" 같은 말도 안되는 내용까지 검색해봤으나 당연히 그딴건 없었고, 대신 점수가 예정 시간에 제때 발표될지 확인하는 방법을 긁어왔다.

우선 공통적으로, PC에서 (스마트폰 안됨) 토플 홈페이지에 로그인하여 View Scores and Score Recipients 페이지에 들어간 다음, Ctrl+U를 눌러 HTML 소스코드 화면으로 진입한다. 그런 다음 Ctrl+F를 누르고,

  • testScoreGateDate를 검색하면 그 뒤에 정체모를 긴 숫자가 나오는데, 이를 복사해 unix time stamp 사이트에서 시간으로 변환시킨다. 세간에 의하면 이 시간이 예상 점수 발표 시간이라고 한다. 참고로 이 시간은 토플 본사가 있는 동부 표준시 0시다. (출처: 레딧)

  • 하지만 이 숫자는 그저 "예상" 점수 발표 시간이지, 점수가 모종의 이유로 딜레이되는 경우에는 부정확하다고 한다. 그래서 2영업일 이후 (토요일 시험이라면 수요일 새벽에) isScoreRecevied를 검색해 YES라고 나오면 예정일에 점수가 나온다고 한다. (출처: 해커스) 나는 새벽 12시반에 들어가봐도 NO라고 뜨다가 아침 8시에 눈 뜨자마자 다시 확인해보니 YES라고 바뀌어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점수는 예정일 오전 10시에 떴다. 과거 후기들을 보면 새벽에 점수가 공개된 사람도 있고 오후 2~3시에 공개된 사람도 있는걸로 봐서 시간은 그냥 랜덤인듯.


시험이 끝나고 리딩, 리스닝 가채점 결과가 생각보다 잘 나와 솔직히 110점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하는 개미 발톱만큼의 희망과 라이팅 오프토픽때문에 100점도 못받는거 아냐? 하는 불안감이 공존했으나, 양극단의 중간인 105점이라는 충분히 높지만 그래도 약간 아쉬움이 남는 점수가 나왔다.

어차피 이 정도 점수면 대부분 학교의 어학성적 요건은 맞춰졌고, 무엇보다 이 고통스러운 시험에 돈과 시간을 더 들이고싶지 않아 지금의 결과에 만족하고 1트에 졸업하기로 했다. 우리 앞으로 최소 2년동안은 다시 보지 말자 ETS야...

토익과 마찬가지로 인사혁신처에 점수를 등록해 공무원, 공공기관 취업 한정 유효기간을 5년으로 늘릴 수 있다. 다만 개별 검증 단계를 거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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