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9 금요일
0. 사건의 발단
발등에 불이 붙었다. 원래는 여유롭게 다음주에 여권 재발급 받으려고 했는데, 예상치도 못하게 인턴에 합격해버렸고, 그로 인해 여권 재발급이랑 인턴 비자 발급 기간이 완전히 꼬여버렸다. 거기다가 방학기간 비자 사무실 업무시간 단축이라는 환상의 트리오!
하... 전적으로 나의 잘못이다. 여권 만료 6개월 전 재발급 원칙에 따라 종강하자마자 바로 여권 재발급 신청을 넣었어야 했는데, 인턴비자 발급과정이 복잡하다는걸 미리 알아뒀어야 하는데. 근데 지금와서 시간을 되돌릴수도 없고.
아무튼 나의 갑작스런 질문폭탄을 받은 유학생사무실 선생님에게 죄송하고 내 첫 직장의 HR에게 죄송할 뿐.
1. 여권 온라인 재발급 신청 (실패)
합격 통보를 받은건 금요일 오전 11시, 인턴 비자와 여권 재발급이 꼬이기 시작했다는걸 알아차린건 오후 2시. 당시 여권 없이 외출한 상태였고, 이미 여권 겸 미래의 사원증용 겁나 비싼 증명사진 촬영을 예약해놓은 상태라 "에이 됐어, 지금 서둘러봤자 소용 없으니 다음주에 가야지"라고 생각해둔 상태.
지금 생각해보니 차라리 증명사진 아무데서 찍고 당장 기숙사로 달려가서 여권 들고 대사관 갔어야 했나 싶기도.
작년 10월인가부터 재외공관 온라인 여권 재발급 접수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만 18세 이상에 남성은 군필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고, 혹시나 해서 컴퓨터로 신청해보려고 했더니 공동인증서 인증을 거쳐야 한다더라. 보안프로그램 깔다가 화병나서 쓰러지느니 왕복 2시간 지하철 타고 대사관 가고 말지...
...이러고 있었는데 모바일로도 "영사민원24" 앱을 통해 똑같이 재외공관에서 여권을 재발급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일단 공동인증서, 휴대폰 인증, 신용카드 인증 3가지 본인인증 방식을 지원하고, 공동인증서를 선택한다 해도 짜증나는 인증서 등록 과정을 거치긴 해야하지만 덕지덕지 보안프로그램을 깔 필요가 없다!
여권 재발급 버튼이나 오른쪽 상단 아이콘을 눌러 우선 로그인을 한다. 만약 회원 정보가 없으면 회원가입을 하면 되는데, 해외에서 주로 사용한다는 특성을 고려했는지 별도의 본인인증 등 단계 없이 그냥 일반적인 사이트 가입하듯 이메일 넣고, 비밀번호 확인하고, 주소 기입하면 끝. (비밀번호를 8-12자리로 영문 숫자 특수문자 다 넣으라는건 솔직히 감점)
로그인 후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인증서/문자/신용카드로 본인인증을 마치면 자동으로 현재 유효한 여권의 정보와 주의사항이 뜬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으나...
...역시 10년 복수여권밖에 발급이 안된다. 미필 성인 남성이 그냥 10년짜리 여권 신청했다가 퇴짜맞고 다른 문제 생길까봐 조용히 뒤로가기를 누르고 앱을 삭제했다.
(갑분 영사민원24 앱 리뷰: 솔직히 내가 써본 퀄리티 제일 높은 관공서 앱인듯. 아무래도 영사업무를 보는 주요 사용자들이 재외국민이다 보니 휴대폰번호 대신 메일주소로 인증번호 수신이 가능하고, 본인인증 수단의 선택의 폭도 상대적으로 넓고. 타 관공서 앱에서는 흔한 튕김이나 잔버그도 나름 적은 편. 다른 부서도 보고 좀 배웠으면...)
2021.2.20 토요일
2. 증명사진 촬영
쓰다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져 이 부분은 따로 분리했다. 중국에서 고퀄리티 증명사진 촬영하기 - 海马体 사진관 리뷰
3. DHL 긴급배송 신청
대한민국 여권은 한국에서 제작하고 전세계로 배송되는거라 국가에 따라 소요시간이 다른데, 중국의 경우 신청일 다다음주 월요일에 나온다고 한다. 다음주 월요일에 신청 넣으면 일러도 다다다음주 월요일, 개강일이자 출근 첫날... 추가비용 지불하고 3-4일만에 도착한다는 DHL 급행 서비스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비용은 중국 기준 15달러.
그 외 자세한 내용은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긴급배송 서비스는 여권 신청 현장에서 접수하는게 아니라, 알아서 DHL 사이트에 들어가 긴급배송 서비스 신청을 해야 한다.
여권 신청 전에 미리 해놓은 다음 창구에서 접수번호를 알려주거나, 여권 신청 후 대사관에 전화해서 접수번호를 알려주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전화를 싫어하는 나는 대사관에 가기 이틀 전 미리 접수했다.
우선 DHL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오른쪽 "긴급여권 특급배송 서비스"를 누르고, "결제하기"를 누르면 접수 창이 뜬다.
재외공관은 중국-중국(베이징)을 고르면 자동으로 가격이 뜬다. 달러 기준이라 후기글마다 가격이 제각각이었는데 2021년 2월 20일 저녁 기준 22,684원. 아빠카드 찬스를 쓸까 고민했지만 참았다. 얼마전 만기된 적금 이자 탕진하기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를 적고 (이메일 란에 _가 입력이 되지 않는 심각한 버그가 존재한다;;;;) 국내, 해외 신용카드 중 하나를 골라 (환율손해 오짐+높은 확률로 은련은 신용카드만 지원함=그냥 한국 카드가 답) 결제를 진행한다.
VPN을 켠 상태로는 결제창이 뜨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VPN을 끄고 진행하도록 하자. 또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보안프로그램 설치하라고 난리치는 카드사 대신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
결제가 완료되었다면 결제결과창을 잘 보관하자. 출력을 하든 캡쳐를 하든. 여기서 중요한건 예약번호밖에 없지만 나중에 다른것도 혹시 필요할지도 모르니.
참고로 이 예약번호, 단순 숫자가 아니라 알파벳+숫자 조합이다. 전화로 불러주다가는 숨넘어갈듯.
2021.2.22 월요일
4. 대사관 방문접수
전날 수령한 증명사진과 여권을 들고 대한민국대사관 영사부(대사관 아님! 둘 다 위치는 가깝지만)로 향했다. 10호선 량마차오(亮马桥)역 B출구로 나와서 지도 따라 걷다보면 금방이다. (하필 두 지하철역 정중앙에 있는 상해총영사관에 비하면 넘나 좋은거...!)
토막상식: 베이징의 도시계획에 따라 중국의 각 나라 대사관은 (러시아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총 3개의 지정된 구역에 위치해있는데, 젠궈먼(建国门) 르탄공원(日坛公园) 인근의 제1사관구(第一使馆区), 현재는 클럽 거리로 더 유명한 싼리툰(三里屯) 일대의 제2사관구, 그리고 싼리툰에서 살짝 북쪽에 떨어져있는 량마차오(亮马桥) 지역의 제3사관구로 이뤄져있다. 제3사관구에는 대한민국 외에도 미국, 일본, 프랑스 등 국가의 대사관이 있다. 현재 제3사관구도 수용 한계에 임박해 동쪽 외곽지역 둥바(东坝)지역에 제4사관구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사관 밀집지역이라 경비가 삼엄하여 외부 사진은 따로 찍지 않았다.
"대한민국대사관 영사부 입구" 표지판을 따라 경비원에게 여권을 보여주고, 짐검사를 거쳐 진입한다. 왼쪽은 중국인 업무구역, 오른쪽은 한국인 업무구역.
여권발급 신청서를 한장 들고 작성한 다음, 여권 정보면과 비자 페이지를 복사하고 (테이블 옆에 무료 복사기가 있으므로 굳이 미리 준비할 필요는 없음) 번호표를 뽑고 대기한다. 월요일 오전 기준 여권 업무 창구가 단 두개고 이 중 업무를 보는 창구는 하나라서 다소 오래 기다려야 하므로 미리 번호표를 뽑고 작성하는것을 권장한다.
참고로 본인 연락처와 긴급 연락처는 한국에다가 알려주는게 아닌 대사관에서 연락하는 용도이므로 중국 연락처를 작성해야한다.
만약 일반배송으로 했으면 3월 19일에 수령해야 했다. (즉 3주 후 금요일... 대사관 사이트에서 안내한 차차주 월요일보다 더 오래걸린다.) 화들짝 놀라 얼른 DHL 긴급배송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하고 영수증을 휴대폰으로 보여줬더니 직원분께서 접수번호를 신청서 하단에 적으셨고, DHL 사이트에서 실시간 추적이 가능하지만 대사관에 도착했다고 떠도 대사관에서 직접 연락이 올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셨다. (3-4일 걸리는지 확인하는걸 깜빡함.)
5년 48면 여권의 총 비용은 315위안. (현재 여권을 5년동안 쓰면서 비자를 여러번 붙이고 출입국 도장도 찍다보니 40페이지 조금 안되게 써서 48면으로 신청했는데... 어차피 내년 7월에 졸업하고 귀국하고 나서는 딱히 여권 쓸 일이 없으니 24면도 충분했으려나? 근데 가격차이가 얼마 안되서 차라리 48면이 나을지도.)
기존에는 현금만 됐던걸로 아는데 얼마전부터 알리페이 결제를 지원하기 시작. 위챗페이는 아직 없다.
수령 당일 까먹지 말고 구여권과 함께 지참해야 하는 영수증.
2021.2.24 수요일
수요일 오후 3시 DHL 사이트에서 추적해보니 화요일 오후 3시쯤에 물품이 접수되어, 수요일 새벽 3시 홍콩에 도착했다고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되었다. 나도 못가보는 홍콩 여행을 내 여권은 가보네... 부럽다
통관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내일 도착 예정이라고 뜨는데, 어차피 대사관에서 전화가 와야 받으러 갈 수 있으니 의미는 없는듯.
그리고 급하게 여권번호라도 미리 알아야 할 분들을 위한 작은 팁. 정부24 데스크톱 사이트나 모바일 앱에서 공동인증서 or 금융인증서로 로그인 후, "여권 발급 이력 조회"를 누르면 발급은 되었지만 아직 배송중인 내 새 여권의 여권번호와 유효기간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여권 유효성 여부에 Y가 두개 있는데, 맨 위에가 새 여권, 두번째가 현재 사용중인 여권이다.
2021.02.26 금요일
5. 여권 수령
원래 DHL 예상 시간은 목요일 수령이었는데 통관이 늦어져서인지 금요일이 되서야 대사관에서 연락을 받았다.
여권 수령 후, 직원분이 은행 등 여권번호 변경 업무용 중국어 여권 발급기록 증명서를 떼준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7위안. 5년 전 재발급할때는 이런 서류 따로 안떼주고 대신 새 여권 안에 구 여권번호 프린트해주는 서비스를 30위안 주고 신청할 수 있었는데, 규정이 바뀐 모양이다.
예전에 엄마 여권 재발급했을때 은행 직원이 알아서 신, 구 여권 정보 대조해보고 쉽게 여권번호 변경해줘서 이런 서류는 전혀 필요가 없었는데 요즘은 외국인에게 계좌개설도 잘 안해주듯 여권번호 변경같은 업무도 엄격하게 진행하는듯.
다음 글 보기: 중국에서 여권 재발급 받기(2) - 주숙등기, 거류증 재발급, 건강마, 학적 정보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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