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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물체

오닉스 북스 노트 10.3 (Onyx Boox Note 10.3) 1년 사용기, 차라리 아이패드를 사세요

by Hexagon_ 2020. 9. 21.

0. 어쩌다 구매하게 되었는가

때는 2019년 6월, 지루하기로 유명한 모 전공수업을 들으면서 IT 뉴스 사이트를 둘러보던 도중, 샤오미에서 모안(moaan) W7이라는 10.3인치 e잉크 태블릿을 2499위안이라는 생태계 교란 수준의 가격에 출시했다는 소식과, 예전부터 전자책으로 유명하던 오닉스(Onyx)란 회사가 이에 질세라 자사의 북스 노트 10.3이라는 제품을 기존 2980위안에서 1980위안으로 파격 세일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샤오미 모안 W7(좌), 오닉스 북스 노트 10.3(우).

당시 나는 마침 아이패드병 말기에 접한 상태였는데, 아이패드병 완치에는 아이패드 구매만이 답이라고 하지만 내 통장 잔고가 완치를 허락하지 않았다. 갤럭시탭S4, 서피스고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 방안도 고려해봤으나 그리 저렴하지도 않을뿐더러 소프트웨어가 구려서 후회할게 뻔하다는 평이 다수라서 "차라리 평생 아이패드병 떠 앉고 산다"라고 반쯤 결심한 상태.

하지만 북스 노트 10.3은 달랐다. 스타일러스 펜, 1000위안 할인이라는 미친 가격, 결정적으로 오래 봐도 눈이 아프지 않은 e잉크!

 

지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1. PDF 리더기로써의 활용성

내가 당초에 아이패드를 사고싶었던 제일 큰 이유. 노트북으로 논문이나 PDF 교재를 읽으려면 반드시 책상 앞에 앉아있어야 하고 필기하거나 줄긋기도 불편한데, 아이패드로 걸어다니면서 읽고 애플펜슬로 자유자재로 필기를 하는 그런 로망이 있었다.

 

일단 그 로망을 만족시키는데는 북스 노트 10.3도 충분했다. 화면이 A4용지에 비해 작긴 하지만 pdf화면을 자동으로 화면 크기에 맞춰서 크롭해주는 기능 덕분에 읽고 쓰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었고, 별도의 설정 없이 스타일러스 펜으로 바로 필기가 되는 기능 역시 편리하다.

 

한가지 생각치도 못한 문제점이라면, 노트북으로 논문을 읽을때는 굳이 다운로드 받을 필요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읽을 수 있지만, 태블릿으로 논문을 읽으려면 반드시 pdf를 다운받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더군다나 북스 노트 10.3는 바로 웹브라우저에서 다운로드하기 어려워(내장 웹브라우저가 있긴 한데 구림. 자세한건 아래에서 설명) 컴퓨터에서 다운받은 다음 foldersync같은 동기화 프로그램이나 USB로 다시 옮겨야하는 불편함이 존재한다.

 

E잉크는 눈이 편안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 역시 뚜렷하다.

우선 화면이 흑백이라 컬러사진이 많거나 컬러 필기를 해야한다면 무조건 아이패드 각. 그리고 나는 pdf에서 정확한 페이지 번호나 목차보다는 그냥 책처럼 페이지를 슉슉 넘기면서 원하는 페이지를 찾는 습관이 있는데, E잉크의 반응 속도로 페이지를 슉슉 넘기는것은 불가능하다. 비슷한 이유로 자유자재로 페이지를 확대/축소하는것 역시 심하게 버벅거려서 사용이 어렵다.


2. 전자 필기노트로써의 활용성

강의 필기는 항상 랩탑 키보드+원노트 조합으로 작성했지만, 저번학기때 들은 모 수업은 내용 특성상 키보드로 받아쓰는게 손으로 적는거보다 느려서 의도치 않게 북스 노트 10.3의 필기 기능을 적극 활용하게 되었다.

직설적이게 평가하자면, 스타일러스 펜은 pdf 밑줄 긋는데만 사용하자. 필기용으로 쓰려면 화병 걸린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팜리젝션 기능의 부재. 펜이 화면에 닿으면 손가락 인식을 막는 기능 정도는 있는지 아예 필기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한 다섯번에 한두번쯤은 손바닥이 먼저 인식되서 화면이 지멋대로 움직이는데 굉장이 짜증난다.

다음으로 심각한 결함은 뒤로가기 버튼의 존재. 세로로 놓고 쓰다보면 하단에 튀어나와있는 뒤로가기 버튼이 손목에 눌려서 실컷 필기하던 도중 갑자기 나가져버리기 쉽상인데, 이건 팜리젝션 없는것보다 더 짜증난다.(2세대 제품은 뒤로가기 버튼에 지문인식 센서가 있어서 덜 튀어나온 것 같긴 하더라.)

 

의외로 펜이 따라오는 속도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갤탭이나 아이패드 수준의 레이턴시는 아니지만, 페이지 한번 넘길때마다 깜빡거리는 E잉크 치고는 빠른 편. 다만 앞서 설명한대로 화면이 흑백이라 컬러 필기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하드웨어적 문제는 여기까지고, 소프트웨어는 문제...라기 보다는 아쉬운 점이 몇몇 있었다. 예를 들면 노트를 하나 생성하고 템플릿을 적용하면 중간에 템플릿을 바꾸는게 불가능하고 그것만 쭉 써야한다던가, 하이퍼링크를 지원하지 않는다던가, 클라우드 백업 기능이 좀 부실하다던가(이건 foldersync로 어느정도 대체가 가능함).


3. 큰 사이즈 전자책으로써의 활용성

아마 북스 노트 10.3에 제일 적합한 용도.

폐쇄 OS가 아닌 안드로이드 6.0 기반인 덕분에, 기본 내장 전자책 기능 뿐만 아니라 리디북스, 킨들, 알라딘, 전자도서관 등 안드로이드 전자책 앱은 전부 사용이 가능하다. "E잉크 전용 앱이 아닌데 호환성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겠지만, 북스 노트 기본 탑재된 앱 최적화 기능 덕분에 기본적인 구동에는 문제가 거의 없다.

나는 한글책은 리디북스, 중국어책은 킨들을 사용하는데, 리디북스 페이퍼나 킨들 페이퍼화이트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큰 화면은 글자 크기랑 간격이 시원시원하니 눈에 잘 들어온다는 장점이 될수도,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될수도 있다. 나는 주로 자기 전 침대에 앉아서 읽기 때문에 큰화면은 단점보단 장점.

그리고 만화 보는 용도로는 6인치대 전자책보다는 10인치대가 아무래도 더 어울릴듯하다.


4.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써의... 활용성?

"어? 전자책 애플리케이션 사용하는 것처럼 다른 안드로이드 앱도 다운받고 디스플레이만 E잉크인 태블릿으로 사용하는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 물론 이론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실제로는 안드로이드 버전도 6.0으로 낮고(최신 모델은 9.0이라 그나마 쓸만하겠다), 성능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라서 앱이 조금이라도 무거우면 튕기기 쉽상이다.

와이파이를 연결한 상태면 배터리 소모 속도도 꽤나 빠른데, 그렇다고 급속 충전을 지원하는것도 아니다.

본인도 기본 내장 이메일 앱을 통해서 매일 아침 뉴스레터를 읽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싶었으나... 스크롤하면 나오는 잔상이 워낙 심하고, 사진이 잘 보이지도 않아 30초 정도 읽어보고 바로 포기했다.


한줄로 요약하자면, "빅사이즈 전자책"이라고 생각하면 훌륭한 제품이지만, "e잉크 안드로이드 태블릿" 치고는 으음... 별로.

결론은 제품 자체는 나쁘다 할 순 없지만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아이패드를 질렀을거다. 그래도 운좋게 파격 할인가격에 구매해서 후회는 하지 않는다.


관련 글: 오닉스 북스 노트 10.3 스타일러스 펜 호환 펜촉

 

오닉스 북스 노트 10.3 - 스타일러스 펜 호환 펜촉

(하도 구글링 해봐도 명쾌한 답변이 없어서 내가 직접 쓰는 글. 광고글 아닙니다. ㄹㅇ 내돈내산 리뷰임.) 오닉스 북스 시리즈의 스타일러스 펜은 삼성 S펜과 같은 와콤 EMR 기술을 사용한다. 즉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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