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대학원 준비

중국 석사 준비 - 지도교수님 컨택하기 (feat. 중국어 컨택메일 작성법)

by Hexagon_ 2024. 4. 20.
 

중국 석사 준비 - 합격, 그 후

저번 글 보기: 중국 석사 준비 - 아직 합격도 안했지만 장학금부터 신청하기 중국 석사 준비 - 아직 합격도 안했지만 장학금부터 신청하기 저번 글 보기: 중국 석사 준비 - 면접 준비할 시간을 3개

hexlog.tistory.com

마지막으로 이 카테고리에 글을 올린게 무려 재작년이라니...

아직 소집해제와 복학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지도교수님 미리 알아보고 컨택하기.


컨택은 필수인가?

사실 문과 기준 (이공계열은 상황이 매우매우 다르다) 컨택을 하지 않아도 합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당장 나도 컨택 없이 합격하고 입학을 앞두고서야 컨택을 하는중이니. 대부분 학과에서 개강 후 모든 신입생들에게 지도교수 배정을 해주기 때문에, 입학은 했는데 지도교수가 없어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학과의 배정만 철썩같이 믿고 개강할때까지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가는, 내가 희망했던 교수님을 뒤늦게 찾아가니 이미 사전 컨택한 학생들로 정원이 꽉 차있고, 결국엔 주 연구분야가 나의 관심분야와 완전히 다른 교수님, 운이 나쁘면 본교생들 사이에선 이미 인성파탄자로 유명해서 아무도 지원을 안해 정원이 남은 교수님이 배정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컨택에 실패했더라도 내가 손해보는건 전혀 없다. 기껏 해야 컨택 메일을 쓰는동안 쏟아부은 정성과 시간이 좀 아깝긴 하겠지만 만족스러운 대학원 생활을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이 정도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다.

 

결론: 필수는 아니지만 안하면 손해.


교수님 정보 톺아보기

컨택의 과정은 크게 교수님 정보 찾아서 고르기 ➡️ 메일 보내기 ➡️ 면담하기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핵심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단계는 첫 단계, 교수님 선정하기가 아닐까 싶다.

또 다시 국관으로 예시 들기 (근데 요즘은 국관에도 유학생 많이 적어진듯...)

우선 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교수님들의 주 연구분야와 이력을 통해 1차적으로 어느 교수님이 자신과 잘 맞을지 둘러보고, 구글 스칼라 등 학술 사이트에 교수님들의 성함을 검색해 최신 연구 동향을 살펴보며 내 관심분야와 더 일치한 교수님들을 2차적으로 선별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뭐 예비 대학원생들에게는 상식이겠지만.

 

학술적 성과를 알아봤다면 이제 교수님의 인성을 알아봐야하는데, 아쉽게도 중국에는 김박사넷같은 지도교수 평가 사이트가 없다 (있긴 한데 대부분 폐쇄되었고 얼마 남지 않은 사이트들의 데이터베이스도 매우 부실하다). 따라서 타대, 타과생이 어느 교수의 평판이 어떤지를 알기는 그곳에 지인이 있지 않는 한 꽤나 어렵다. 그나마 최악을 거를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교수님의 성함을 구글링해본다. 대부분 별 내용이 나오지 않겠지만, 공론화가 됐을 정도로 정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교수라면 높은 확률로 부정적인 평가들이 바로 뜬다. 바이두에는 이런 내용들은 거의 다 검열됐으니 무조건 구글로 검색할것.

다음은 知网(cnki)에서 교수님 지도 하에 작성된 졸업논문 확인하기. 최근 지도하신 논문들은 주로 어떤 분야인지, 학생들은 대부분 제때 졸업했는지, 감사의 말에 교수님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로 어느정도 그 교수님의 인성과 평판을 가늠해볼 수 있다.

 

단점으로는 cnki는 중국 대학 재학생만 사용이 가능하고, 모든 졸업논문이 수록되있지는 않다. (대표적인 예시로 북경대의 대부분 학과. 재학생이나 졸업생만 접속 가능한 데이터베이스에만 졸업논문을 공개한다.) 무엇보다 아무리 대학원 생활이 X같았어도 감사의 말에는 무조건 지도교수에 대한 감사를 1순위로 쓰지, 대놓고 욕을 쓰기는 커녕 안 쓰는 사례조차 거의 없어 그대로 믿기도 힘들다.

대신 교수님이 어떤 스타일의 지도교수인지 대략적으로 추측하는건 가능한데, 일례로 나는 모 신임 교수님이 지도하신 유일한 석사논문에 "꼼꼼하고 엄격한 교수님의 지도 하에 이 논문을 완성했다"는 문장을 보고 바로 도망쳤다.


대망의 메일 쓰기 (그리고 CV 만들기)

어느 교수님을 가장 지도교수로 삼고 싶은지 결정했다면 이제 메일을 보내 학생으로 받아드릴 의향이 있으신지 물어볼 차례다. 컨택 메일을 중국에서는 套磁信이라고 부르는데, 중국어로 된 컨택 메일 양식을 찾고자 한다면 추천서와 마찬가지로 중국 검색엔진에 保研 套磁信 模板이라고 검색하면 된다.

아래는 내가 쓴 컨택 메일이다. 일부 내용은 삭제했다.

尊敬的X老师:

您好!

我叫xxx,是一名韩国留学生,本科毕业于xxx。(이미 합격을 했고 올해 입학 예정인지, 아직 면접을 앞둔 상태인지.)

(학부생 시절에 연구 실적이 있다면 참여했던 연구에 대한 간략한 소개, 타 전공생이라면 이 전공에 관심이 생기게 된 계기,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 등등. 이 부분은 사람마다 차이가 많으므로 생략함.)

通过浏览学院官网与文献,我了解到您的主要研究方向为xxx,与我想要学习的领域相一致。冒昧致信,主要是想请问您今年是否有硕士研究生招生名额,以及是否有意向指导我完成研究生阶段的学习。为避免邮件过于冗长,故附上我的个人简历与本科成绩单,烦请您审阅。

真诚感谢您在百忙中抽空阅读这封邮件。期待您的回信,并祝您工作顺利,身体健康!

(메일 서명)

 

내가 그동안 어떤 연구를 해왔고, 어떤 상을 받아왔고, 학부 성적은 어땠는지를 일일이 나열하면 메일이 쓸데없이 길어지므로, 컨택 메일에는 CV와 성적표를 첨부하는게 일반적이다. CV는 굳이 중국어로 쓸 필요 없이 영어로 써도 교수님들은 읽으시고, "나는 중국어 말고 영어 실력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전달하는 효과도 있다.

 

Professional Knowledge & Experience Market, 김박사넷

Professional Knowledge & Experience Market, 김박사넷 김박사넷 커뮤니티에 참여해 보세요. 뉴턴이 그랬듯이 더 멀리 바라볼 수 있을 거예요. 특정 게시물 또는 댓글에 댓글알람 설정을 할 수 있어요! 쪽지

phdkim.net

김박사넷 CV매니저를 활용하면 깔끔한 영문 CV가 뚝딱 생성되므로 편리하지만, 여백이 쓸데없이 넓어 1페이지 안에 충분히 들어가는 내용들이 2페이지까지 넘어가버리고, 너무 긴 문장은 중간에 짤려버리는 치명적인 버그가 있다. 그래서 나는 먼저 김박사넷에서 CV 내용을 채우고, 그 다음 노션에 옮겨적어 PDF로 내보내는 과정을 거쳤다. (다만 노션 역시 문단 간격이나 여백을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없어, 내용이 길어질수록 레이아웃 배열하기 불편해져 이번에만 쓸 예정이다.)

노션으로 만든 CV. 결과물은 만족스럽지만 줄바꿈이랑 레이아웃이 지멋대로 틀어져 만드는데 고생했다.


교수님과 면담하기

사실 이 글은 원래 작년 12월에 올릴 예정이었다. 그러지 못했던 이유는 그 당시 컨택했던 1지망 교수님은 내 메일을 읽씹하셨고 (ㅠㅠ) 리마인드 메일을 보낼 자신감도 없어 한동안 컨택은 뒷전에 두고 토플 준비로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가,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얼마 전 두번째 교수님과 컨택을 했고 성공했기 때문.

근데 이번에는 예상보다 너무 빨리 성공해버렸다. 오전에 메일을 보냈는데 오후에 바로 답장이 왔고 바로 다음날 오전에 화상회의로 면담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답변을 받았다. 컨택을 하면서 교수님의 성함을 구글 스칼라에 검색하며 주 연구분야와 최근 연구 동향을 빠삭하게 익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조금 긴장이 되었다.

텐센트 미팅에서 미팅룸을 예약하고 메일 회신으로 링크를 보내드린 다음, 다음날 근무지 담당자님께 양해를 구하고 10분 일찍 집에 도착해 면담을 준비했다. 정장까진 필요 없을 듯 해서 그냥 와이셔츠만 입었고, 어차피 비대면 면담이었기 때문에 따로 CV와 성적표는 프린트하진 않았다.

면담은 아주 가벼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고, 내가 받았던 질문과 조언은 아래와 같았다.

  • 정확히 지금 학적이 어떠한 상태인지? (아무래도 유학생이 매우 적은 학과고, 나처럼 입학유예를 하는 학생은 더더욱 드물어 내가 메일에 설명한 내용만 갖고는 충분히 이해를 하지 못할만 하셨다. 그래서 다시 한번 내 상황을 설명드렸고, 마침 책상 위에 입학유예 증명서가 있어 카메라로 보여드렸다.)
  • 말 하는거 들어보니 중국어는 아주 유창하네? (초등학생때부터 부모님 따라 중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언어 능력은 중국 학생들과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점을 어필했다. 아무래도 교수님 입장에선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제자는 다소 꺼려질것이니.)
  • 우리 전공에서 자주 사용하는 XXX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은 아는지? (과거 잠시 입문을 시도했으나 영어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느라 아직은 잘 다루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포장했다.) 그러면 석사 1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기본 사용법에 관한 수업이 있으므로 청강해보는걸 추천한다.
  • 솔직히 너는 전공 지식이 부족하므로 너의 동기들보다 불리한 부분이 많을거다. 대신 너의 학부 전공과 융합된 이 주제는 너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거다. 입학할때까지 이 주제와 관련된 리뷰 논문들을 읽으며 연구 방법과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하는것을 추천한다.

전공 지식 테스트(?)는 딱히 없었고, 오히려 질문보다 조언을 더 많이 해주셨다. 원래 내가 준비했던 질문들이 교수님의 알짜배기 조언들로 전부 해결돼버렸을 정도. 하지만 질문 기회를 이렇게 놓치고 쉽지는 않아, 마지막으로 남아있었던 아주 사소한 궁금증들까지 전부 다 여쭤봤다. 지금 되돌아보니 너무 멍청한 질문들이었다.

  • 우리 학과의 대학원생은 수업 위주인지, 아니면 연구 위주인지? (이과는 수업은 거의 듣지 않고 랩실 생활 위주, 문과는 랩실의 개념이 매우 희미하고 학부생활의 연장선상 느낌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내 전공은 이과와 문과 그 사이 어딘가라서 애매해 궁금해서 여쭤봤다.)
  • 나처럼 학부 전공 배경이 다른 학생의 비중은 어느정도 되는지?
  • 현재 랩실에는 학생이 몇 명 정도 있는지?
  • 급여는 어느정도인지? 이건 민감한 주제라서 여쭤보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는 장학금이 나와 당장 금전적인 문제는 없었고, 인건비는 없어도 조교비 정도는 나오겠지 싶었다.

아무튼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면담이 마무리되었다. 변수가 없다면 아마도 이 교수님을 지도교수로 삼지 않을까 싶다.

벌써 개강까지 반 년도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동안 논문 많이 읽고, 전공 소프트웨어 사용법도 익히고, 시간이 된다면 파이썬도 다시 독학해야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