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간과하기 쉬운 휴대폰 번호변경 후 해야 할 일들 (본인 경험담)

원래 사용 중이던 휴대폰 번호의 전 사용자가 핵인싸 목사였는지 개통한 지 2년 넘게 지난 최근까지 가끔씩 느닷없이 "목사님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문자나 카톡이 오곤 했고, 애초에 번호 자체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아 저번 달에 귀국하고 바로 다음날 번호를 변경했다.

검색창에 "휴대폰 번호 변경 후"라고 검색하면 번호를 바꾼 이후 어떤 정보들을 바꿔줘야 하는지, 변경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해놓은 포스팅들이 많기 때문에 번호를 바꾸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할 필요는 없다. 웬만한 사이트들이나 금융기관은 휴대폰 번호를 변경할 때 기존 휴대폰 번호의 인증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변경에 실패할 일 역시 거의 없다.

 

아무튼 그렇게 바꿀 정보들은 거의 다 바꿨고, 새 휴대폰 번호의 전 주인이 다행히 이상한 채무를 지거나 도박에 빠진 사람은 아니었던 덕분에 우려했던 스팸 메시지로 고통받는 일 역시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미처 빠뜨린 설정 한가지와, 전 주인이 깜빡하고 바꾸지 않은 설정 몇 가지 때문에 새 번호 사용 초기에 크고 작은 불편함을 겪었는데, 나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글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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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병무청 연락처

귀국한지 한 2주 정도 됐을 때 느닷없이 이런 알림톡이 왔다.

ㅔ...? 저 귀국한 지 한참 지났는데 입영연기라뇨?

 

병무청 사이트에 들어가서 직접 확인해 봤을 때 내 입영 일정 정보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평일 아침이 되자마자 병무청에 전화해서 문의를 해봤다.

일단 병무청 직원분께선 내 입국 기록이 정상적으로 확인된다는 것과 입영 일정에 변화가 없다는 걸 확인시켜드렸고, 알림톡이 전송된 것은 아마 연락처가 변경되어 그런 것일 수도 있다면서 (대체 둘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다는 거지) 바로 새 휴대폰 번호를 등록시켜줬다.

 

이러한 불상사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병무청 모바일 앱 혹은 병무민원 사이트에서 연락처를 변경하는 것을 꼭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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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카카오택시 연락처

한 번은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스팸은 아닌듯하고 혹시 중요한 전화인가 하는 마음에 받아봤는데, 무슨 카카오택시 알림음이 들려서 "잘못 온건가?" 하고 바로 끊었다. (나는 카카오택시는 커녕 그냥 길거리에서 잡는 택시도 돈이 없어서 별로 타본 적이 없다.)

곧바로 같은 번호로 전화가 또 왔고, 나보고 택시 곧 도착했는데 지금 어디냐고 대뜸 물어보셨다. 당황해서 "...저 택시 안 불렀는데요?"라고 대답했고, 번호를 바꾼 지 얼마 안 됐는데 아마 번호 전 주인이 연락처를 바꾸는 걸 까먹은 것 같다고 설명드린 후 끊었다.

 

"택시를 불렀는데 전화가 안 왔으면 이상함을 느끼고 바로 번호 수정했겠지~"라는 생각에 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얼마 후,

나는 새벽 5시 40분에 택시기사님들의 전화테러를 받았다 ^^

 

번호 전 주인분이 저번 사건을 겪고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신 건지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고 꼭두새벽에 택시를 잡으신듯하다. 그것도 처음 부른 기사가 연락도 없이 콜을 취소하시니 두 번이나 잡으신 듯 ^^

아무튼 나는 꿀잠 자다가 전화테러를 당한 것에 굉장히 빡쳤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 기사님에게 화풀이를 할수도 없는 노릇이니 다시 한번 침착하게 "나는 서울에 살지도 않고 택시를 부른적도 없으며 휴대폰 번호를 바꾼지 얼마 되지 않아 전 주인분이 연락처 바꾸는걸 깜빡하신듯 하다" 고 설명을 드렸고, 전 주인분은 택시 잡는걸 포기하신건지 더 이상 전화가 오지 않았고 9시까지 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전에 카카오바이크 쓰려고 잠깐 가입했다가 안 쓰고 삭제한 카카오T앱을 다시 다운받아 새 번호를 등록하고 다시 삭제했다. 아마 이렇게 하면 전 주인분 휴대폰에서 강제 로그아웃되거나 알림이 가지 않을까. 아무튼 그 후로 잡지도 않은 콜택시 전화가 오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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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병원 예약 연락처

그 밖에 예전 번호 주인의 병원 진료 예약 확인 메시지들이 계속 내 번호로 왔다. 이를 통해 전 번호 주인의 이름과 사는 동네 (혹은 직장)을 의도치 않게 알게 되었다 (꽤나 잘 사는 동네에 사시더라).

치아가 많이 안좋으신가보다.

카카오택시처럼 새 번호 사용자에게 민폐를 끼칠 정도는 아니지만, 내 개인정보가 새 번호 사용자에게 고스란히 노출됨은 물론이고, 예약을 했는데 문자가 오지 않아 예약이 제대로 됐는지 알 수 없는다는 불편함이 생기니 자주 가는 병원같은 장소들에 남겨놓은 연락처를 미리 변경해놓는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