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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회복무요원

사회복무요원 복무기본교육 (보은교육) 후기 및 팁

by Hexagon_ 2022. 12. 21.

기초군사훈련를 받았건 받아야하건 면제되었건, 모든 사회복무요원은 병무청 사회복무연수센터에서 4박5일간 진행하는 복무기본교육을 필수로 받아야한다. 연수센터가 충북 보은군에 위치해있어 공익들 사이에선 일명 "보은교육"이라고도 불린다.

후복무 기준 군사훈련 수료 후 3개월 이내에 교육을 받는게 기본인데, 요즘은 수료 2~3주만 지나면 바로바로 배정이 되는듯했다. 이제 겨우 복무지에서 근무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뭔 교육을 또 받아...? 싶겠지만, 보은교육은 군사훈련과 다르게 굉장히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니, 걱정할것 전혀 없이 4박5일 수련회 간다~ 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헬무지라면 오히려 보은교육이 꿀이라고...)

교육 일정은 대개 교육 일주일 전 기관에 공문이 내려오며, 병무청 알림톡으로도 알림이 온다. 미리 일정을 알고 싶다면 사회복무포털에 로그인해서 상단 "복무교육" 메뉴에 들어가서 직접 확인해볼 수도 있다.

만약 질병, 천재지변 등 사유로 인해 연기를 희망한다면 공문과 함께 내려온 신청서를 제출하여 연기 처리가 가능하지만, 정해진 교육 일정에 가야 높은 확률로 훈련소 동기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데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야 교육이 훨씬 덜 지루하기 때문에, 피치못할 사정이 있는게 아닌 이상 제때 가는것을 추천한다.


준비물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론상 신분증 외에 아무것도 들고갈 필요가 없는 훈련소 (사회복무요원 육군훈련소 3주 기초군사훈련 후기 - 준비물편) 와 달리, 연수센터에서 제공하는건 휴지, 치약, 마스크, 헤어드라이어, 침구류 정도. 그러므로 4박5일 호캉스 간다고 생각하고 짐을 싸면 된다. 캐리어에 싸갈지 그냥 베낭에 싸맬지는 자유.

  • 여벌옷, 실내 활동복, 잠옷: 일반 외출복 말고도 숙소에서 뒹굴거릴때, 아니면 헬스장이나 실내 운동장을 사용할때 입을 실내 활동복을 여러벌 챙기면 좋다.
  • 슬리퍼: 수업 들을때 슬리퍼 신고 가도 된다. 있으면 꽤나 편함.
  • 충분한 속옷, 양말, 수건: 숙소 세탁실에는 세탁기만 있고 건조기는 없다. 4박5일이면 빨래해서 말리기도 애매한 시간이니 그냥 입을거 쓸거 넉넉히 들고 온 다음에 빨래감을 집에 들고가는게 현실적이다.
  • 칫솔, 바디워시, 폼클렌저, 샤워타올, 로션 등등: 숙소 화장실에는 치약이랑 샴푸만 덩그러니 있다.
  • 텀블러: 정수기 옆에 종이봉투컵이 있긴 한데, 매번 물 마실때마다 쓰레기가 나오는것도 좀 그렇고 종이봉투컵 자체가 쓰기 영 불편한것이니 따로 물통을 챙기는걸 추천한다.
  • 지갑: 집합 당일에 신분증 확인을 하고, 센터 내에 매점이 있는데 가면 뭔가 많이 사먹게 된다 (카드 결제 가능).
  • 노트북이나 태블릿PC: 저녁 5시반 혹은 6시에 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완전히 자유시간이다. 교육센터 이탈이나 실내 흡연같은 상식 밖의 행위만 안하면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다. 당연히 노트북 들고 게임도 가능. 다만 숙소 와이파이가 정말 굉장히 구리다는 점 미리 염두해놓길 바란다.
    (예전 보은교육 후기글을 보면 교육 과정중에 UCC 만드는 시간이 있으니 꼭 들고가라고 했는데, 시대가 바뀌어서인지 그런 과정은 없었다.)
  • 평소에 복용하는 처방약: 다만 일반 상비약정도는 센터에서 제공한다.

D-Day, 집합

교육 첫째 날, 공문이나 알림톡에 적혀있는 시간에 맞춰 집합장소에 도착한다. 대개 권역별 지방병무청에서 집합하는게 일반적이라지만 전북의 경우 전주종합경기장 주차장에서 집합을 한다.

신분증 확인 및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하고, 이상이 없으면 버스에 탑승하여 대기한다. 다른 후기글들을 보면 차량 좌석이 미리 지정되있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때는 그런건 없었다.

약 1시간 50분동안 휴게소도 들르지 않고 (서울이나 경기북부처럼 다소 먼곳은 들른다고 한다) 산속으로 달려 도착한 충북 보은군 장안면의 사회복무연수센터. 주변에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산골짜기라는것에 한번 놀라고, 거의 등산로 수준으로 경사진 지형에 또 한번 놀랐다.

주변 풍경은 대강 이러한 모습. 정말 산속 한가운데에 고립된 느낌이 든다.

지도에서 보면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오리엔테이션 & 첫 수업

건물 입구에서 간단한 짐검사를 거친 후, 다른 사람들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알림톡에 적혀있는 강의실로 찾아간다. 강의실에는 6~8개의 테이블과 의자가 한데 모여있어 하나의 조를 이루고, 한 강의실에는 총 5개의 조가 있다. 보은교육에서 조는 "분임"이라고 부른다.

테이블 위에는 자리마다 명찰과 교재가 놓여있는데,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 놓여있는 자리가 곧 앞으로 교육을 받게 될 자리가 된다. 명찰 뒷면에는 교육 시간표가 적혀있고, 앞으로 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명찰을 착용하고 돌아다녀야 한다.

 

먼저 짐을 강의실 뒷편에 놓고 각자 식당으로 이동해서 점심을 먹는다. 식당에 관한 내용은 밑에 더 자세히 적겠음.

1시까지 강의실로 돌아온 후 곧바로 입교식이 진행된다. 기존에는 대강의장에서 진행하였으나 코로나로 인해 강의실에서 개별로 진행한다. 별건 없고 그냥 운영관님(강의실이 하나의 반이라고 치면 담임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의 자기소개, 4박5일동안 뭘 할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 준수해야할 생활 규정, 그 외 기타 유의사항 등 내용으로 이뤄져있다.

그리고 각 분임을 대표하는 분임장과 강의실을 대표하는 학생장을 선발하는데, 분임장은 하는 일은 전혀 없으면서 마지막날 근무지 특별휴가로 사용이 가능한 표창을 받으니 꼭 하는걸 추천한다. 학생장은 일이 쪼오끔 많아서 비추.

그리고 곧바로 외부 강사님이 진행하는 첫번째 수업이 시작된다. 첫 수업은 대충 "왜 우리 사회에는 사회복무요원이 필요한가" 뭐시기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했다. 사실상 공익제도를 합리화하기 위한 온화한 세뇌교육. 저 ㅈ같은 내용을 재치있는 입담으로 그나마 재밌게 풀어나간 강사님께 경의를 표한다.


교육 내용

위 시간표에도 써있듯이 교육 내용은 사회복무요원 규정 (이미 근무지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려준 내용들인데...), 공동체의 의미, 소통방식, 개인정보보호, 인권감수성, 성인지감수성, 응급처치, 뭐 이런 뻔한 내용들이다.

뻔한 내용이더라도 강사님이 굉장히 재밌게 얘기하셔서 강의실 분위기가 좋았던 강의도 있는 반면, 워낙 지루한 강사님이 오시는 바람에 (분명 남들은 재밌는 주제였다는데) 최악이었던 강의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강사님은 워낙 지루해서 교육 후반부로 갈수록 휴대폰 보거나 엎드려 자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 (물론 원칙상 그러면 안되지만 실제로는 딱히 혼나거나 징계를 받지는 않는다.)

 

수업 중 게임 득점 순위나 수업 참여도에 따라 분임별로 점수를 주는데, 마지막에 합산 점수가 가장 높은 분임은 인당 5000원 문화상품권(...)을 상품으로 받게 된다. 그러니 굳이 상품 받겠다고 점수 랭킹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매일 수업이 끝날때마다 QR코드를 찍어 강의 내용과 강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의 교육생들을 위해 별로였으면 별로였다고, 좋았다면 좋았다고 적극적이게 의견표출을 해주자. (난 강사님들한테 미안해서 적당히 평가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후회된다.)


식당 & 매점

첫날 점심(좌), 저녁 B코스(우)

교육센터의 식당은 풀무원 외주라 퀄리티가 나쁘지 않다. 첫날과 마지막날 점심을 제외하면 한식 A코스, 양식 B코스로 나뉜다.

첫날 점심은 전형적인 한식 가정식 코스라서 초딩입맛인 내겐 좀 별로였지만, 저녁부터는 맛있었다. B코스를 골랐는데 양은 좀 부실해보이지만 맛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본인 기준 제일 맛있었던 A코스와 B코스.

거의 대부분 날에는 B코스가 A코스보다 메뉴가 좋아 B코스에만 줄이 길게 늘어지는데, B코스가 상대적으로 더 맛있을 뿐이지 그렇다고 A코스가 맛이 없는건 절대 아니다. 만약 빨리 밥을 먹고 싶다면 그냥 사람 없는 줄 아무데나 서는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A코스도 만만찮게 맛있어서 둘 다 줄이 긴 날도 있다. 예를 들면 왼쪽 사진의 비빔면과 바베큐 구이가 나온 날. (비빔면은 내가 저렇게 담은게 아니라 배식하는 아주머니께서 저만큼 주신거다. 정량배식이지만 정량의 기준이 훈련소의 2배는 되는듯.)

강의동 2층에는 매점과 커피숍이 있다. 매점의 가격은 바깥 편의점과 비슷하거나 좀 더 비싼 수준이지만, 커피숍은 아메리카노 1200원, 라떼 2000원으로 굉장히 저렴한데 맛도 있다.

과자, 음료수 외에 슬리퍼, 멀티탭같은 생활용품도 판매하니, 깜빡하고 챙기지 않은 중요한 물건이 있다면 여기서 어느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숙소

숙소는 A-B-C동 순서대로 강의동과 식당에서 가까운데, 산중턱에 지어진 연수센터인지라 경사길을 타고 올라가야하는(...) B, C동은 체감상 더 멀게 느껴진다. A동이 제일 꿀, 그 다음이 B동, C동이 제일 별로라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숙소는 이미 출발 전 미리 호수까지 지정되있기 때문에 본인이 어디에 걸릴지는 그저 운명에 맏길 수 밖에 없다.

A동 코너의 항아리가 놓여있는곳은 야외 흡연장소다. 즉 센터에서는 흡연이 가능하지만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서만 피워야한다.

숙소 내부의 모습. 개인적인 사정으로 운 좋게 1인실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정공 아님), 아마도 일반적인 4인실이라면 옷장과 2층침대가 양쪽에 비치되있을거다. 가장 꿀자리는 1층 콘센트있는 쪽이니 꿀자리 쟁탈에 성공하길 기원한다.

(첫날 수업이 끝나고 분임원들과 따로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잽싸게 바로 짐 들고 숙소로 가서 꿀자리를 차지하는걸 추천하고, 가위바위보로 선정하자고 합의를 봤다면 차라리 짐은 강의실에 놓고 밥 먼저 빨리 먹는걸 추천한다.)

화장실과 샤워실의 모습. 깨끗하지만 굉장히 좁고 샤워기는 훈련소 샤워장처럼 고정되있는 형태라 좀 별로였다. 만약 숙소 내 화장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깥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사용해도 된다. 거긴 무려 비데까지 있음.

로비에는 전자레인지, 정수기, 쇼파, 테이블, TV, 컴퓨터 4대가 있다. 컴퓨터 성능은 정확히는 잘 모르겠으나 롤도 돌아가는걸로 보아 조선컴까진 아닌듯 (다만 다운받고 업데이트하는데 반나절이 걸릴 뿐). 숙소 내에는 와이파이가 매우 구린 탓에 저녁에 여기에서 노트북을 들고 앉아있는 사람이 꽤 있었다.

 

숙소 및 기타 시설에 대한 더 많은 설명과 팁:

  • 냉방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난방이 좀 구리다. 한겨울에 간다면 숙소 도착하고 일단 첫번째로 할 일이 보일러 30도로 맞춰놓고 적당히 방을 데워놓은 다음에 온도 조절하기.
  • 매일 아침 7시에 군대 나팔소리가 아닌 클래식 기상음악을 틀어준다. 또한 즉각 기상해야하는 군대와 달리 여기는 일찍 일어나든 아침을 건너뛰면서 늦잠을 자든 9시 수업 시작 전에 강의실에 도착만 하면 된다.
  • 다른 동이나 친구 방에 놀러가도 된다. 다만 임의로 다른 숙소의 사람과 자리를 바꿔서 자다가 걸리면 퇴소.
  • 저녁 9시 반에는 문을 활짝 열고 점호를 실시하는데, 훈련소처럼 복무신조 제창이니 위생상태 점검이니 그런건 아니고 그냥 숙소에 사람 제대로 있는지만 확인한다. 다른 방이나 밖에서 놀고있었으면 잠깐 숙소로 돌아와서 점호만 마치고 다시 나가면 된다.
  • 규정상 저녁 11시까지 취침을 권장하긴 하나 필수는 아니다. 밖에서 담배를 피든 로비에서 친구들이랑 노가리를 까든 컴퓨터를 쓰든 (다만 컴퓨터는 0시부터 7시까지 사용불가)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다.
  • 강의동 2층 강당은 배드민턴장과 탁구장으로 사용중이나 코트가 워낙 적어 빨리빨리 선점이 필수다. A동 1층에 가면 배드민턴채, 셔틀콕, 배구공 등 운동기구들을 대여할 수 있는데 역시 수량이 한정적이라 늦게 가면 없다.
  • 헬스장은 있다는데 안가봐서 어떤지 모르겠음.

마지막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7시에 기상 후 짐을 정리하고,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9시까지 강의실에 도착한다. 마지막 수업은 에빙하우스 망각곡선이라는 거창한 이론을 기반으로 앞서 배웠던 내용들을 한번 더 복습하는 단계인데, 그저 집에 빨리 가고싶다는 생각에 제대로 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지막 강의가 끝나면 명찰 껍데기를 회수하고 나머지 버릴 물건들은 버린 다음, 짐을 챙겨 평소보다 이른 점심을 먹고 11시 40분까지 주차장에서 집합해 보은에 올때 탄 버스에 탄다. (사전에 개별귀가를 신청한 개별귀가자들은 알아서 집에 가면 된다.)

4박5일동안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복무기본교육 끝!

불타는 민원인 앞에서 폰질하는 공익의 모습을 형상화한 로고라 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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