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유저가 애플뮤직을 사용하게 된 사연.
나는 왕이윈뮤직(网易云音乐, 이하 "왕이윈") 골수 사용자다. 최초 플레이리스트 생성날짜가 2014년 10월이니 사용한지 거의 6년 가까이 된 셈.
초창기의 왕이윈은 플레이리스트, 노래 댓글, 사용자의 음악 취향을 통해 자동으로 노래를 추천해주는 "개성 FM" 등 당시의 주류 음악 서비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여러 신박한 기능들, 그리고 IT관련 사이트에서도 칭찬했을 정도로 중국 앱 답지 않게 깔끔하고 안드로이드 규범을 준수한 UI로 인기를 끌었다.
나 역시 학창시절에는 정말 애용하고(특히 개성 FM이 정말 귀신같이 내 음악 취향을 정확히 분석한 덕분에 띵곡들 여럿 접하게 되었다.) 주변에 적극 추천하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였다...
는 이제 전부 과거형이 되었고, 플레이리스트, 노래 댓글, AI 노래 추천 기능은 이제 다른 서비스에서도 제공하기 시작해 더이상 "왕이윈만의 장점"이 아니게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왕이윈이 추천해주는 노래가 점점 산으로 가기 시작함), 앱 UI 역시 초창기의 깔끔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시작화면 광고에 배너광고에 광고 떡칠이 되버려 지금은 "쿠거우, QQ음악이나 별 다를바 없는 음악 서비스"로 몰락해버렸다.
제일 치명적인 문제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데 노래가 없다! 나도 중국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조는 잘 모르는데 아무튼 무슨 소속사 노래 독점체결인지 그런 문제 때문에 플레이리스트에 잘 있던 노래가 판권이 타 서비스로 넘어가버려서 갑자기 재생 불가로 바뀌어버리는 사태가 비일비재했고, 아무튼 그냥 초창기 유저들의 갬성(...)으로 먹고사는 그런 서비스가 되버림.
(물론 서브컬쳐, 아주아주아주 마이너한 노래, 인디음악은 여전히 왕이윈이 우세지만, 난 셋 다 잘 안듣는다. ㅇㅇ)
하도 시도때도 없이 노래가 사라져서 홧김에 6년만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갈아타기로 결정.
근데 어디로 가지...? 딱히 생각나는건 저작권 깡패라 노래가 제일 많은 QQ음악인데, 왠만해선 폰 성능 갉아먹는 BAT에서 만든 제품은 사용하기가 싫었다. (그나마 텐센트(T)가 양호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싫었다.)
차라리 24시간 VPN 걸어두고 스포티파이 쓸까 생각도 했다가, 우연히 중국 애플뮤직은 학생이라면 월 5위안, 우리돈 약 900원이라는 미친 가격에 구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접했다.
내가 아이폰은 커녕 애플 제품은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약간 걸렸지만 "그래도 이례적이게 안드로이드 앱도 만든건 보면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겠지?" 하며 애플뮤직을 다운받았다.
사실 애플뮤직에 대한 첫인상은...구렸다.
내 개인적인 앱을 잘 만들었는지에 대한 중요한 평가 기준 중 하나는 바로 "카멜레온 상단바 적용 여부"인데, 만약 상단바가 올블랙이라면 앱 개발자가 기본적인 UI 트렌드도 못따라간다고 생각하기 때문. 근데 애플...IT대기업인 애플이 올블랙 상단바라니...
(아이폰용 앱은 분명 저렇게 상단바에 흰색을 적용했다. 대놓고 안드로이드 차별인지 아예 관심이 없는건지.)
아무튼. 홈화면 맨 위에 있는 "지금 사용"을 누른다.
일단 무료 3개월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免费试用 (무료 체험) 을 누른 다음 가격을 고르는데, 우리는 대학생이니 맨 밑에 大学生을 누른다. 3개월 무료 사용이 끝나면 일반 개인은 월 10위안, 가족은 최대 6명에 월 15위안, 학생은 월 5위안. 중국 물가 실화냐.
(홍콩 VPN을 쓰다가 꺼서 언어가 좀 꼬여있다. 전부 간체자가 나와야 정상. 하지만 가격 부분은 제대로 나오므로 그냥 계속 진행했다.)
무슨 사이트로 넘어가서 대학 이메일과 대학교 이름을 넣고, 메일함에 도착한 이메일 인증 링크를 누르면 학생 인증이 끝난다.
다시 애플뮤직으로 돌아와 애플 아이디 로그인 혹은 회원가입을 마치면 사용할 준비가 끝난다.
참고로 애플 아이디에 결제 정보를 등록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가 않는데(안그럼 자동결제가 불가능하므로), 외국인의 경우 알리페이는 등록이 불가능하므로 중국에서 생활한다면 다들 한장쯤은 있는 유니온페이(UnionPay) 카드를 사용하면 된다. (신용카드일 필요 없음.)
이제 기존에 사용하던 음악 서비스에서 플레이리스트를 가져올 차례. 여기선 왕이윈 기준으로 설명하겠음.
중국의 대부분 음악 사이트는 타 사이트에서 플레이리스트를 자동으로 가져오는 사용자 원버튼으로 뺏기 기능을 지원하는데 애플뮤직은 아직 그런 기능은 없다. 그렇다고 200여곡의 노래를 일일이 추가하다가는 손목이 부러질지도 모른다.
(원 출처: gist.github.com/XueshiQiao/858974dbf86bc91030fbf49f9c6daf43)
우선 본인의 추출하고자 하는 왕이윈 플레이리스트 창을 연다. 크롬 기준 F12버튼을 눌러서
(function () {
let iframeDocument = document.getElementById("g_iframe").contentDocument;
let tempElement = iframeDocument.createElement("div");
function getSinger(trNode) {
tempElement.innerHTML = trNode.innerHTML;
return tempElement.getElementsByTagName("span")[0].title;
}
function getSongName(trNode) {
tempElement.innerHTML = trNode.innerHTML;
return tempElement.getElementsByTagName("b")[0].title;
}
let allSongsTRNode = iframeDocument.querySelectorAll('table.m-table > tbody > tr')
var songsStr = "";
allSongsTRNode.forEach(songTR => {
songsStr += (getSongName(songTR.childNodes[1]) + " - " + getSinger(songTR.childNodes[3]));
songsStr += "\n";
});
console.log(songsStr);
})();
위 코드를 Console창에 붙여넣고 엔터를 누르면,
이렇게 "노래 - 가수" 형식으로 플레이리스트가 추출된다.
추출된 플레이리스트 텍스트를 복사한 다음, www.tunemymusic.com/을 연다.
가져올 소스를 선택하는 화면인데, 왕이윈 뮤직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방금 전 미리 텍스트 추출을 해놓은것.
밑에 3번째 从文本을 눌러 방금 전 복사해둔 텍스트 플레이리스트를 붙여넣고, 转换歌曲列表(곡 리스트 전환)을 눌러 텍스트를 곡 리스트로 전환한걸 확인한 다음, 选择目的地(목적지 선택)을 눌러 다음 화면으로 넘어간다.
최종 목표는 애플뮤직으로 전환이므로 맨 윗줄 두번째 사과로고를 누른다. 애플뮤직에 로그인 한 다음 액세스 허용을 해준다.
텍스트 인식이 완료되면 开始移动我的音乐(내 음악 이동 시작)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알아서 곡 정보를 인식하여 노래들을 자동으로 내 애플뮤직 플레이리스트에 추가시켜준다. 곡의 갯수에 따라 오래 걸릴수도 있다.
팝송과 중국노래는 쉽게 이동되지만, 한국노래는 왕이윈에서 곡명에 번역명이 달라붙기 때문에 잘 인식이 되지 않아 나중에 손수 추가해줘야 한다. 또한 너무 마이너하거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애플뮤직에 수록되지 않은 곡들은 당연히 이동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나중에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하면서 알게된건데, 일부 리믹스곡은 원곡이 추가되버리거나, 아예 엉뚱한 곡이 추가되거나 하는 상황도 있어 이런걸 또 손수 확인하고 교체하는 불편함이 추가로 생겼다. 차라리 일일이 추가하는게 편했으려나
마지막으로 정말 대충 하는 애플뮤직 안드로이드 앱 리뷰
사실 기본 화면의 상단바에 카멜레온 색상이 적용되지 않는것만 제외하면 UI는 상당히 깔끔하고 잘 만든 편에 속한다. 특히 저 재생화면, 앨범사진의 그림자와 가사 애니메이션 등 곳곳에서 애플의 갬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리고 딱 보면 "정말 필요한 기능 외엔 아무것도 없다". 노래 댓글, 앨범 사진 효과 설정, 음향 효과 등 부가적인 기능들은 죄다 제외하고 일시중지, 다음곡, 플레이리스트 같은 오로지 "음악 듣기"에만 집중한 모습.
개인적으로 참 좋다고 생각하는게 셔플기능이 그냥 간단히 "섞어서 재생"하는게 아닌, "플레이리스트를 섞어주는" 기능이다.무슨 말이냐면 셔플 기능을 활성화하면 플레이리스트가 섞여서 쫘르르 나오기 때문에, 거기서 임의로 플레이 순서를 지정하는게 가능하다.
물론 애플뮤직이 아예 음악 재생에만 집중하는건 또 아니다. 음악 추천 기능 역시 왕이윈 못지 않게 잘 되어있는데, For You에서 내 음악 취향에 따라 재생목록을 추천해주거나, 둘러보기에서 신곡 정보 등 내 음악 취향에 무관하게 노래 정보를 전달해주는 코너도 있다. (근데 이 재생목록들,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게 아니라 사람이 직접 선별해서 배열하는거라고 한다...!)
다만 UI가 너무 간결해서 이용하기 힘든 점(예를들면 플레이리스트에서 검색하는 기능이 지원되지 않아, 변환 과정에서 잘못 들어온 노래를 찾아 지우는게 꽤나 복잡한 작업이다), 기능이 너무 적어 "노래 인식 검색 기능"마저 없다는 점, 내가 원하는 모든 노래가 있는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애플뮤직이 "완벽한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할 순 없다.
그래도 월 5위안이라는 가격에, 그나마 있을만한 판권은 다 있는, 광고 범벅이 아닌, 중국에서 사용이 가능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다는데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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