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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대학(원)

2020 북경대 유학생 입시 끝, 합격자 분포 그리고 약간의 주관적 견해

by Hexagon_ 2020. 8. 1.

대부분 늦은 겨울에서 초봄에 진행되는 중국 각 대학의 입시활동이 올해 코로나 19로 인해 차질을 입었고, 그로 인해 수험생들은 몇 년 동안 준비하던 시험이 취소되고, 면접이 온라인으로 바뀌고, 각종 일정이 밀리는 등 여러 가지 수난을 겪었다. 특히 "입시 일정 무기한 연기"는 여러 수험생들의 심장을 아주 그냥 들었다 놨다 했는데, 수험생들의 시험 날짜도 모른 채 그냥 계~~속 입시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던 모습을 비유하자면 마치 종점 없는 마라톤을 참여한 것과도 같다고 할까.

종합적으로 보자면 거의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보는게 아니라 멘탈 테스트라고 해도 무방한 입시 시즌이었다. 2년 빨리 태어나서 다행이지, 내가 20학번이었으면 멘탈 쿠크다스처럼 바사삭 부서지고 재수했을 듯.

 

특히 북경대의 코로나 대처 수준은 뭐... 차라리 학생들이 오지 않는 걸 바라는 건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필기시험 취소 확정도 가장 늦게 발표하고, 필기시험을 어떻게 대체할지도 가장 늦게 결정하고, 무엇보다 7월 6일 (즉 서류전형은 이미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었고, 다른 학교들은 진즉에 입학통지서까지 배송을 시작했을 때) 면접을 치르고 예년 같았으면 1주일 내로 발표했을 합격자 명단을 7월 31일 밤 11시가 돼서야 발표해서 3주 동안 수험생들 똥줄 태우고. 여윽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북경대 행정능력!

 

(굳이 실드를 쳐주자면 코로나 때문에 유학생사무실 일손이 부족하니까, 졸업생들 업무 처리해주느라 바쁘니까... 하지만 구체적인 발표 날짜도 안 알려주고 3주 동안 애간장 태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렇지만 북경대는 북경대인걸. 똥줄을 태우든 채찍질을 하든 캠퍼스가 증발하지 않는 이상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언제나 수두룩한 대학.

 


어찌 되었든 최종 합격자 명단은 나왔고, 1000여 명의 유학생들의 운명은 결정되었고, 다사다난했던 입시 시즌도 막을 내렸다.

처음으로 서류전형을 두 차례 나눠 진행하고 처음으로 면접으로 필기시험을 대체한, 워낙에 특이하게 진행된 입시다 보니, 합격자에 관한 특이사항? 들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북경대 최종 합격자 명단은 이름도, 국적도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수험번호와 학과, 끝. 즉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몇 명이 입시에 참여했는지 유추하는 것과 합격자 학과 분포, 끝. 

극히 제한적인 정보지만, 혹시라도 21학번 후배들의 지망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으리라 믿으며 이 글을 작성해본다.

(예과의 경우 제도적 특성으로 인해 같이 비교하면 무의미하므로 아예 논외로 하였다.)

 


1. 수험번호로 유추하는 2020년 북경대 입시 경쟁률

북경대의 학부 유학생 수험번호는 연도 4자리+05+일련번호 4자리로 구성되어있다. 202005xxxx 이런 식. 즉 뒷부분을 보면 몇 명이 지원했고 경쟁률은 어떤지 유추해볼 수 있다.

올해 합격자 중 가장 작은 수험번호는 0004, 가장 큰 번호는 1049이므로, 대략 1000명이 넘는 학생이 북경대에 지원했다고 보면 된다. 이 중 본고사 전형 200명, 서류전형(1, 2차 통합) 47명, 보야프로젝트(博雅海外人才培养计划) 46명으로, 본고사는 항상 200명 조금 못돼서 뽑았던 예년에 비해 살짝 많이 뽑았고, 서류전형과 보야 프로젝트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

총 293명에다가 모종의 이유로 저 명단에 포함돼있지 않은 해외 고등학교 선발 학생 몇 명까지 포함한다면, 대략 전체 신청자 10명 중 3명만 북경대에 붙는다고 유추할 수 있다. 거기다가 북경대 입시를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여럿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로 경쟁률이 높은 편은 아니라고 해야 하나.

 

아쉽게도 수험번호는 본고사, 서류전형, 보야 모두 한데 섞여있는 탓에 어느 전형에 사람이 얼마나 지원했는지는 정확한 유추가 어려웠다. 다만 각 전형 별 수험번호에 구멍(?)이 얼마나 나있는지로 전형별 경쟁률에 대한 아주 대략적인 추측이 가능했는데, 이 중 보야프로젝트 명단은 수험번호가 줄줄이 이어질 정도로 빠진 번호가 제일 적었고, 본고사 전형과 서류전형은 수험번호 사이에 구멍이 꽤나 많이 난 모습이었다.

본고사 전형의 일반적인 수험번호 분포(좌) / 보야 프로젝트의 극단적인 분포(우)

다만 이는 보야 프로젝트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접수만 하면 자격이 주어지는 본고사 전형이나 서류전형과는 달리, 보야프로젝트는 북경대에서 엄격히 선별된 국내외 명문 고등학교 출신의 상위권 유학생만이 참여할 수 있는 매우 까다로운 전형인데, 즉 애초에 우등생만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탈락하는 학생이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세 전형 다 경쟁률이 거기서 거기인 셈.

 


2. 북경대 합격생 학과 분포 규칙의 변화

모집 방식의 변화인지 학교 정책의 변화인지는 모르겠으나, 올해 합격생 학과 분포는 예년과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 (원래 귀찮아서 작년 명단이랑 비교 없이 대충 주관적 기억이랑 의견으로 설명하려 했는데 그게 더 귀찮아서 2019년 합격자 명단과 비교해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학과 분포가 훨씬 균일해졌다" 고 할 수 있다.

항상 유학생 신입생 수 부동의 1위의 자리를 차지하던 중문과는 올해 정원을 대폭 감축시켜 만년 2, 3등이었던 국관, 신방에 밀려 비슷한 규모가 되었고, 의외로 존재감이 크지 않은 정보관리학과(=문헌정보학과에 해당하는 학과)가 무려 4위에 올랐다. 정보관리학과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링크에서: 북경대/입시 - 정보관리학과(信息管理系)가 뭐에요

이과 모집 인원도 예년에 비해 상당히 늘어난 모습인데, 심리학과가 21명으로 공동 4위를 하였으며, 컴공 13명, 환경공학 11명, 공학원 10명 등 신입생 정원이 대폭 늘어났다. 반면 원배학원은 본고사 전형에서 3명만 모집하는 등 충격적인(...) 모습을 보였고, 고고학, 철학, 물리학, 화학 등 과목은 여전히 비인기 학과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프로 보면 이러한 변화가 더 직관적이게 느껴진다. 2019년까지만 해도 중문과의 신입생 수는 Y축을 죄다 잡아먹을 정도로 많았으나, 올해는 훨씬 균등해진 모습이다.

이는 작년부터 중문과에서 유학생 전용 수업을 폐지시키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찌 되었든, 북경대에서 수준이 높은 이과 유학생의 수를 높이고, 유학생들에게 입학 마지노선이라고만 인식되던 중문과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이러한 변화를 준 게 아닐까 생각된다.

서프라이즈를 선사하는 걸 좋아하는 북경대 특성상, 올해 상황이 특수해서 이렇게 된 건지, 아니면 내년에는 더 과감한 변화가 있을지는 도저히 알 길이 없다.

 

2021학년 신입생들의 행운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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