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대/탈출일기(1) - 조기귀국을 결정한 이유, 귀국 준비과정 및 필요 서류

2022.04 - 1차 항공권 예매

원래 나의 대학생활 마무리 계획은 7월 초에 졸업식을 참여하고, 7월 9일 칭다오에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거였다.

그 당시에는 환승편이니 뭐니 그런거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중국발 한국행 항공편 있는거 아무거나 사고 나중에 기차든 국내선이든 출발지로 알아서 갈 계획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베이징에서 칭다오는 어떻게 갈지, 도착하고 격리당하는건 아닌지 그런 요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결정이었다.

아무튼 저 걱정들은 한 달 뒤 더 큰 걱정의 등장으로 인해 없던 일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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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 - 심상치 않은 방역정책 변화, 엑소더스의 시작

5월 4일: 학교 출입 제도를 기존의 "선 출입 후 등록"에서 "선 심사 후 출입" 방식으로 변경, 사실상 학교 봉쇄의 시작.

5월 7일: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

5월 15일: 완리우(万柳) 캠퍼스에서 대학원생 기숙사 구역과 교직원 기숙사 구역을 분리하는 장벽을 세우려다 학생들의 대규모 항의시위로 인해 무산.

5월 24일: 학교식당 내 취식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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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련의 숨통을 조이는 방역정책들로 인해 유학생, 중국학생 할 것 없이 하나둘씩 캠퍼스 탈출 행렬에 들어갔다. 특히 배달음식이 중단되기 시작한 5월 중순이 가히 대탈출의 피크였는데, 캐리어 끌고 교문으로 향하는 학생들이 학교 곳곳에서 보였다.

(특히 험난한 28일의 격리 끝에 어렵사리 중국에 도착했는데 정상적인 캠퍼스 라이프는 고작 2달 남짓 경험해고 이 사단을 겪는중인 교환학생들을 보면서 참으로도 안타깝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을 좋아하던 교환학생들이나 다른 재중 외국인, 외국 기업들이 이번 계기로 중국에 대한 인상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블로그 글이나 기사들을 보면 참으로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핑핑이 연임 실패를 간절히 기원함.)

캐리어 끄는 학생들 보면 이런 느낌이었음

하도 탈출하는 학생들이 많은건지 아니면 탈출을 장려하는건지(?) 28일부터는 아예 학교에서 학생들을 기차역과 공항으로 데려다주는 셔틀버스를 배정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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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3 - 항공권 결제 완료 (캐세이퍼시픽 결제오류 대처법), 과사 및 유학생사무실에 허가 받기

봉쇄 초창기 대부분 예비졸업생들은 온라인으로 혹은 대리인을 통해 일련의 졸업 관련 일정을 진행할 수 있는지 불확실해서, 혹은 졸업식 오프라인 진행에 대한 기대감이 티끌만큼이라도 남아있어서 (그 중 한명이 나) 대탈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7월까지 버티겠다!" 를 고수했었으나, 오프라인 졸업식 진행이 불확실하고 학교에서도 졸업절차 진행을 보장해주고 탈출을 장려하는 추세에 결국 하나둘씩 탈출 행렬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귀국하면 주변에 친구가 없고 (초1때 중국으로 이사감+지방러), 졸업식은 꼭 놓치기 싫다는 생각에 끝까지 7월 9일 귀국 계획을 변경하지 않을 줄 알았으나, 5월 중순 중국인 한국인 불문하고 친구들이 대거 탈출하기 시작해 오히려 베이징보다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지인들이 더 많아진(...?)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 탈출을 결심.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라도 더 베이징에 머무르고 싶다는 마인드였는데, 이젠 하루라도 더 일찍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인드로 180도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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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귀국한 지인들의 조언대로, 이번에는 막무가내로 타 도시-인천 항공편을 구매하는게 아닌, 우선 씨트립(携程)이나 취날(去哪儿) 등 여행사 사이트에서 환승 방안을 검색해보고, 항공사 공식 홈페이지에 가서 해당하는 환승편 항공권을 구매하기로 했다. 환승편을 같이 사는게 나눠서 사는것보다 저렴하고, 경유지에서 격리당할 리스크도 그나마 줄어들기 때문.

여행사 사이트에서 바로 구매하지 않은 이유는, 일단 가격 차이가 한 푼도 나지 않거나 오히려 항공사 사이트가 더 저렴했으며, 코시국에 서드파티 플랫폼을 통해 국제선 항공권을 구매하면 뭔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베이징-인천 루트의 주요 환승지로는 샤먼, 칭다오, 옌타이, 우한, 선전, 홍콩 등 여러 도시들이 있었는데, 그 중 나는 홍콩을 택했다.

처음에는 시간 선택지가 가장 많고 가격도 가장 저렴했던 샤먼으로 가려다가 샤먼항공 이 망할놈들이 돈냄새를 맡았는지 티켓 가격이 하루아침에 500위안이나 올라버렸고, 하이뎬구에서 왔으면 무조건 격리호텔로 끌고가서 다음 항공편 시간이 언제든 상관없이 PCR검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내보내지 않는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들려왔기 때문에 포기했다.

홍콩 경유 방안은 처음에는 여행사 사이트의 오류인줄 알았는데 (제작년 입국 당시 씨트립에 들어가보면 도쿄, 타이페이, 심지어 울란바토르같은 불가능한 경유 방안들이 마구마구 검색되었다.) 알고보니 4월부턴가 홍콩이 중국 본토 출발 승객들의 경유를 허용하기 시작했다고. 더군다나 틈만 나면 정책이 바뀌어서 중고위험지역 소재 도시에서 왔으면 격리호텔로 끌고가거나 항공편을 취소하는 타 도시들과 다르게, 홍콩은 그럴 리스크가 1도 없었다.

또한 위탁수하물 연결이 되지 않아 중간에 다시 부쳐야하는 타 환승 방안들과 다르게 캐세이퍼시픽은 수하물 연결이 되어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사소한 장점도 있었다.

아, 참고로 캐세이퍼시픽은 "반드시 최초 출발국 화폐로 결제해야한다"는 아주 괴랄한 규정이 존재한다. 즉 중국-홍콩-인천 항공편은 반드시 인민폐로 결제해야한다는 뜻. 사이트 지역을 바꿔보고 VPN을 켜보고 별 난리를 쳐봐도 불가능하다. 마지막 달 인턴 월급이 얼마 후에 들어왔으니 망정이지 안그럼 빈털터리 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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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최종적으로 6월 7일 CX331 (서우두-홍콩), 6월 8일 CX418 (홍콩-인천) 일정으로 귀국하기로 결정.

그런데 항공권을 예매하면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모바일 공홈에서 좌석 지정까지 하고 결제 비밀번호까지 다 입력하고 계좌에서 돈이 빠진것까지 확인을 했는데, 결제창이 다음 단계로 도저히 넘어가지 않았다.

혹시나 이미 정상적으로 처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절대 새로고침이나 페이지를 나가지 말라는 경고문을 무시하고 새로고침을 해버렸으나,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결정이었다. 예약 관리 페이지는 텅 비어있었으며, e티켓 메일도 끝까지 오지 않았다.

망했다는것을 직감하고 전화, 홈페이지, 카카오톡 채널, 위챗, 페이스북 메신저 등 온갖 루트를 통해 고객센터와의 연결을 시도했다. 코로나로 인해 상담원 연결이 오래 걸린다는 절망적인 멘트가 나를 반겼지만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약 1시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공식 홈페이지의 영어 고객센터로 연결이 되었다.

고3때 이후로 더이상 써먹어본적 없는 나의 허접한 영어 실력을 총동원하여 나의 상황을 개떡같이 설명하였고, 친절한 Fiona씨가 찰떡같이 알아들은 덕분에 모든게 순조롭게 해결되었다.

이번 에피소드로 얻은 정보와 교훈:

1. 이중결제, 혹은 결제미완료된 항공권은 모두 전산에 기록이 남게 된다.

2. 캐세이퍼시픽의 고객센터는 연결이 매우 오래 걸린다. 급하면 영어 고객센터를 써보자.

3.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하지 말라는 짓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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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일정이 정해졌다면 학교에 보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학위생 (학부생, 대학원생) 은 재학중인 학과와 유학생사무실, 교환학생이라면 파견교 유학생사무실과 모교 관련 부서에 연락하면 될것이다.

구체적인 규정과 정책은 학교나 학과에 따라 각기 다르므로 알아서 확인해야한다. 요즘 베이징은 대학생들의 귀가를 장려하는 상황이라 웬만하면 통과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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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6 - 본격적인 귀국 준비 (PCR 검사, 예방접종 증명 등)

https://www.cathaypacific.com/cx/en_US/covid-19/worldwide-travel-restrictions.html

경유지를 포함한 여행 관련 방역정책은 위 링크나 여기에서 편리하게 조회할 수 있다.

뭔가 장황해보이지만 중요한건 딱 두가지, PCR검사 음성확인서와 백신접종증명서다. PCR검사는 홍콩행 비행기 탑승, 한국 입국시 최초 출발일 기준 2일 이내에 진행한 결과지가 필요하고, 백신접종증명서는 홍콩에서 필요한지 모르겠으나 한국 입국할때 2차 접종 14일 이후 180일 이내 혹은 3차 접종 완료인 경우에 격리가 면제되지...만 8일부터 입국 후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더이상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홍콩에서 확인한다는 말이 있으니 그래도 미리 준비해가는걸 추천한다.)

 

다른 나라들은 PCR검사를 줄이고 항원검사로 대체한다는 추세라고 들었는데, 중국은 PCR검사는 더 빡세게 하면서 항원검사도 병행하는중. (오죽하면 코로나 검사가 지방정부의 새로운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원래는 학교 안에서 매일 무료로(!) PCR검사를 제공해주는데, 이름을 영문명으로 바꿔야하는걸 검사 전날에 미리 연락해야한다는걸 몰라서 느긋하게 학교에서 받았다가, 유학생사무실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황급히 베이징서역(北京西站)에 위치한 24시간 PCR검사소에 가서 검사를 받아왔다.

먼저 위챗 미니 프로그램 卡尤迪核酸检测에서 검사를 예약한다. 12시간 내에 결과가 나온다고 써있지만 실제로는 빠르면 3시간만에 나오기도 한다고.

지하철 기준, 北广场 방향으로 나와서 下沉广场까지 걸어나온다음 왼쪽에 있는 계단을 타고 올라오면

여행가고싶다ㅠ

웅장한 베이징서역 역사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나가면 핵산검사소가 보인다.

여권을 보여줄 필요는 없고, 미리 예약해둔 바코드를 스캔하고 줄을 서서 검사를 받으면 된다.

백신접종 증명서는 Health Kit에서 pdf파일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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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사소한 귀국 준비들. 귀국 전날 학교 출입 제한이 완화된 덕분에 리엔통에 가서 2번째 휴대폰 번호를 말소했고, 기숙사에 있는 크고 작은 물건들을 황급히 팔거나 주변사람들한테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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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7 - 디데이

저녁 9시 가까이 되서 검사를 받았는데, 자고 일어나니 새벽 2시에 검사지가 나왔다는 문자가 와있었다. 5시간밖에 안걸림.

검사지를 다운받고 백신접종증명서와 함께 프린트했다. 컬러로 해야하는지 흑백으로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컬러가 좀 더 진본같으니(?) 컬러로 프린트했다.

중국에서 출국할때 필요한 해관신고서와 한국 입국할때 필요한 Q-Code를 미리 입력해줬다. (공항해서 해도 널널하지만 혹시 시간이 촉박할까봐 출발 전 미리 준비해줬다.)

다만 두 QR코드 모두 항공편 좌석 정보가 필요한 관계로, 미리 온라인으로 체크인하거나 카운터에서 좌석을 배정받아야만 작성이 가능하다는 점 유의해야한다.

안녕 베이징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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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대/탈출일기(2) - 캐세이퍼시픽 CX331/418 베이징-홍콩 경유-인천 항공편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