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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물체

갤럭시 노트 (1세대) 출시 10주년 기념 리뷰 (with 갤럭시 노트8)

by Hexagon_ 2021. 9. 1.

실물 형태로 뭔가를 기록하거나 보존하는걸 극도로 싫어해서 비행기 탈 때 무조건 모바일 보딩패스를 찾고, 3년간의 피 땀 눈물이 녹아있는 고등학교 오답노트마저 졸업 후 지체 없이 쓰레기통에 버린 성격이지만, 유독 갤럭시 노트 1세대 만큼은 나의 1호 소장품이다.

최신형일 때 산건 아니고 대충 출시된 지 2~3년 됐을 때 친척분께서 남는 핸드폰이라고 주신 건데, 누나부터 아빠까지 가족들의 손을 거쳐 어쩌다 보니 최종적으로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내 첫 휴대폰이고 첫 스마트폰이고 다른 전자제품들은 죄다 중고나라에 헐값에 처분해버렸지만, 이 폰만큼은 뭔가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 역사적 가치(...?)가 느껴져서 휴대폰을 몇 번이나 바꾸고도 처분하지 않다가 대학 올 때도 집에 놓고 오지 않고 같이 들고 와서 기숙사 책장 깊숙한 곳에 보존하고 있었다.

이제 곧 갤럭시 노트 시리즈 첫 출시 (2011년 9월 기준) 10주년이 되어가는 기념으로 한번 서랍에서 봉인 해제해봤다.


스펙

출처: https://namu.wiki/w/%EA%B0%A4%EB%9F%AD%EC%8B%9C%20%EB%85%B8%ED%8A%B8

당연히 지금 관점에서 보면 요즘 초저가형 스마트폰에서나 볼 법한 스펙이지만, 10년 전 출시 당시에는 가히 최고급 성능이었다 해도 무방하다. "무려" 1기가 램에 16기가 저장공간, 800만 화소 카메라 탑재, NFC 지원까지.

또한 갤럭시 S2 LTE, 옵티머스 LTE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초창기 4G 지원 스마트폰이기도 하다.

 

물론 가장 눈에 띄는 스펙은 5.29인치에 달하는 광활한 디스플레이 크기와 내장 스타일러스 펜 지원. 출시 초기 거대한 화면 크기는 굉장한 충격을 선사함과 동시에 "뭔 놈의 스마트폰이 벽돌만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며 웃음거리가 되었고, S펜의 존재는 스티브 잡스의 "신은 인간에게 10개의 스타일러스의 펜을 줬다"는 관점과 비교되며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으나, 이후 "패블릿"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다가 현재는 아예 최소 5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가 사실상 스마트폰의 표준이 되었고, S펜 역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매년 단종설이 돌긴 하지만) 노트 시리즈는 물론 일부 갤럭시탭 시리즈나 올해 신제품인 Z폴드 3에 탑재되는 등 여전히 건재하다.


외관, 디자인

컬러는 세라믹 화이트.

전반적으로 풀 디스플레이 (갤럭시 S8) 이전 시절의 갤럭시 시리즈와 패밀리룩을 이루고 있다. 상단에는 삼성 로고가 각인돼있고, 하단에는 차례대로 메뉴, 홈, 뒤로 가기 버튼이 있다. (킷캣 탑재 스마트폰 이후에는 메뉴 버튼이 멀티태스킹 버튼으로 바뀌었는데 메뉴 버튼은 오랜만이다.)

뒷면에는 800만 화소 카메라와 LED 플래시, 그리고 스피커가 있다. SKT 모델이라 중앙에는 4G LTE 로고가 박혀있다.

왼쪽에는 다소 위쪽으로 치우쳐진 볼륨 버튼, 오른쪽에는 전원 버튼, 상단에는 희귀 템이 되어버린 3.5mm 이어폰 잭과 이미 멸종돼버린 DMB 안테나가 있다.

하도 뒹굴어서 그런지 은색 크롬이 죄다 벗겨져서 보기 좀 흉하다.

하단에는 마이크로 5핀 USB 단자와 그 유명한 S펜이 있다. 요즘 S펜처럼 한번 누르면 튕겨져 나오는 방식은 노트5부터 사용되었고, 그 이전에는 손톱으로 뽑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오래 쓰다 보면 조금 헐거워짐.

갤럭시 노트 8과의 크기 비교. 노트1은 5.3인치, 노트8은 6.3인치로 화면 크기만 비교했을 땐 노트 8의 화면이 더 크지만 더 길쭉해진 화면 비율과 얇아진 베젤로 인해 오히려 노트3의 폭이 더 크다.


인터페이스

갤럭시 노트1은 최초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를 탑재하여 출시했다가, 플래그쉽 기기답게 2번 메이저 업데이트를 거쳐 현재 4.1.2 젤리빈이 최신 버전으로 탑재되어있다. 인터페이스는 OneUI의 조상 격인 네이처 UX 1.0이 탑재돼있다.

당시 스마트폰 UI의 아이콘 배열은 4열 배열이 일반적이었지만 갤럭시노트1은 화면이 광활하다 보니 5열로 배열돼있다. 뭐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에는 5열 배열이 얼마나 생소했는지 구글 검색창마저 화면 크기에 맞지 않는 모습이다. 

옛날 옛적 안드로이드폰에는 굉장히 방대한 양의 통신사 관련 앱이 깔려있었고, 심지어 삭제가 불가능했었다(...). 안드로이드 사전 탑재 앱에 대한 규제는 2014년 1월에야 등장하고 4월에 출시된 스마트폰부터 적용되었기 때문.

위 사진은 초기화하고 하나도 건드리지 않은 상태의 앱 서랍이다. T월드부터 멜론에 11번가까지 정말 별의별 SK계열 앱들이 다 설치돼있는 모습. 물론 실사용하면서 필요 없는 앱들은 "사용 안 함" 상태로 만들어버릴 수 있지만 저장공간 잡아먹는 건 뭐 마찬가지라... 오죽하면 그때 안드로이드 유저들은 시스템 내장 앱 지우려고 루팅을 했을까.

전체적인 내장 앱, UI, 메뉴의 배경을 보면 하나같이 다 검은색이다. 당시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는 번인에 취약해서 검은색 위주의 화면을 사용해야 디스플레이 수명이 오래가고, 덤으로 배터리도 절약할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동시대 LCD 탑재 디바이스도 검은색 배경을 사용했던 건 함정)


S펜

왼쪽 사진은 노트1의 S펜 관련 옵션, 오른쪽은 노트 8의 옵션인데, 아무래도 초기 노트 시리즈 제품이다 보니 S펜 관련 기능이 굉장히... 간단해 보인다. 주로 사용하는 손 (왼손, 오른손의 미세한 각도 차이 때문에) 설정, 호버링 아이콘 표시와 제스처 안내가 끝. 에어 커맨드라던가 S펜 분리 인식이라던가는 모두 노트1 이후에 등장한 기능들.

그래도 일부 기능들은 "이게 10년 전에도 있었던 기능이라고?"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였는데, 예를 들면 버튼 누른 상태에서 화면 더블 클릭으로 팝업 노트 열기 기능은 현재 갤럭시탭 S7에도 있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자르거나 텍스트를 선택하는 기능은 스마트 셀렉트 기능의 선조 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 삼성 노트의 전신 S노트의 인터페이스. 비록 최신 버전의 삼성 노트에 비하면 기능이 초라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나름 다양한 펜 종류나 도형 인식, 텍스트 인식 등 기본적인 기능은 충실한 모습이다.

실컷 2017이라고 쓰고 S펜으로 가려놨네...

화면 필름이나 기기 자체 노화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노트1의 필기감은 상당히 뻑뻑(?)했다. 갤럭시탭 S7의 120Hz 고주파율 화면과 9ms 딜레이에 습관이 되어 확실히 필기하는데 화면 속도가 펜촉을 따라오지 못하는 게 확연하게 눈에 띄었다.


유용한 기능들

화면은 물론 크기 자체가 한 손에 쥐어지지 않는 큰 스마트폰이다 보니 한 손 조작 모드라는 게 아마 노트1에서 처음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손 조작 모드를 켜면 이런 식으로 한 손으로 입력 패드를 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다만 시스템 내장 앱의 일부 기능에만 제한적이게 적용이 되기 때문에 완벽한 한 손 모드라고 하기에는 다소 애매했는데, 추후 이 기능은 아예 화면 크기 자체가 축소되는 기능으로 발전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모션 기능들이 탑재돼있는데, "두 손가락으로 패닝 하여 이미지 탐색"같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금세 사라진 기능도 여럿 있지만, 뒤집어 음소거/일시 정지, 혹은 손바닥으로 드래그하여 캡처 같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재한 기능들도 있다.


인생 첫 스마트폰(갤럭시 보급형 제품)도 대충 그쯤에 샀으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고, 지금 스마트폰들이랑 직접 비교해보니 근 10년간의 기술의 발전이란 게 확실히 몸소 체감되었다. (당장 출시된 지 6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노트 8과도 이렇게 차이가 확연히 나다니...)

또다시 10년이 지난 후에, 즉 출시 20주년에 다시 봉인을 해제해보면 어떤 느낌일까. 노트 시리즈가 그때까지 건재할지, 아니면 스마트폰이라는 개념 자체가 완전히 뒤바뀔지.

이제 다시 서랍으로 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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