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11 베타 채널 업데이트 시작, 하루 실사용 후기
기존에 윈도우 참가자 프로그램(Windows Insider Program)의 Dev채널로만 배포되던 윈도우11 베타버전이 좀 더 안정화되어 (빌드 22000.100) 7월 29일부터 베타 채널(Beta Channel)로도 배포되기 시작했다.
윈도우11 뉴스 나온 이후 참가자 프로그램 가입하고 (Dev채널은 실사용중인 노트북에 사용하기엔 불안정해서) 베타 채널 선택해놓고 안정화 버전 나올때까지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번에 베타 채널로 배포 시작했다는 기사 뜨자마자 바로 설정에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했다.
다운받고 설치하는데 대략 1-2시간 걸렸음. 인터넷 속도나 컴퓨터 성능에 따라 차이가 있을듯.
만약 아직 윈도우 참가자 프로그램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먼저 개인정보 설정에서 "선택적 진단 데이터 전송"에 동의해주고, 업데이트 및 보안 설정에서 사용중인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을 Windows 참가자 프로그램에 연결시켜주면 된다.
메이저 버전 판올림이다 보니 포맷하고 재설치하듯 초기 부팅에만 1-2시간 잡아먹을줄 알았는데, 수 차례 재부팅을 거치긴 했지만 평소 월별 업데이트보다 살짝 오래 걸린 수준이었다.
우선 재부팅이 끝나자마자 새로 바뀐 잠금화면이 나를 반겼다. 시계와 날짜가 좌측 하단에서 중간 상단으로 옮겨졌고, 시간 폰트가 굵어졌으며 기존에 시간과 비슷하던 날짜와 요일의 폰트 크기가 확 줄어들었다.
마치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나 아이패드를 따라한 느낌... 기존 좌측 하단 레이아웃의 잠금화면은 뭔가 "윈도우만의 갬성"이 있었는데 그게 사라져서 많이 아쉽다.
업데이트 후 가장 눈에띄게 달라진점은 바로 저 작업표시줄. 기존의 좌측에 정렬된 아이콘들이 macOS처럼 시작 버튼까지 포함해서 중간 정렬로 바뀌었다.
요즘 디바이스들의 대화면+고해상도 추세에 따라 마우스가 닿기 편하게 아이콘들을 중앙에 재배치한거라는데, 신선하니 좋다는 평가와 갑자기 바뀌어서 불편하다는 평가로 갈리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전자.
그 외에 시작 버튼(윈도우 로고), 내 PC, 휴지통 등 기존의 약간 기울어져있던 아이콘들이 전부 평면화되었다. 솔직히 아이콘은 윈도우10때가 더 마음에 들었는데.
시작메뉴가 완전히 달라졌다. 윈도우8에 처음 등장한 타일이 9년만에 사라졌고, 그냥 검색창, 앱 리스트, 전원 옵션 있는 메뉴가 되었다. 처음 타일이 등장했을때 혹평을 많이 받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꾸미는 맛이 있었는데 사라지니 많이 허전하다. 윈도우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시작메뉴인데 너무 허접하게 만든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타일이 빠진 대신, 새로 생긴 "위젯"이라는 기능이 기존의 타일과 어느정도 하위호환된다. 하지만 타일 대체품이라기 보다는 그냥 갤럭시 빅스비홈 윈도우 버전이라고 보는게 나은듯.
미완성판 마냥 위젯도 별로 없고 뉴스도 쓸데없이 커서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아예 작업표시줄에서 비활성화 시켜버림.
기존에 알림센터에 붙어있던 빠른설정이 이제는 사진과 같이 따로 분리되었고, 이와 동시에 볼륨 조절, 배터리 설정, 와이파이 연결 등 기존에 따로따로 흩어져있던 메뉴가 전부 빠른설정에 합쳐졌다. 점점 안드로이드를 닮아가는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덱스모드를 닮은것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저 IME 버튼, 간격이 좀 쓸데없이 커서 거슬린다. 버그가 아니라 윈도우11이 태블릿 모드를 빼버리면서 UI가 전체적으로 터치 친화적이게 바뀐거라 어쩔 수 없는거지만.
다음으로 크게 달라진 점은 UI가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해졌다. 언제부턴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베젤이 얇아지는게 추세가 되면서 둥근 모서리의 디스플레이가 유행이 되었는데, 이미 이러한 추세에 맞게 전체적인 디자인이 둥글둥글해진 구글 안드로이드 Material 2.0처럼 윈도우11 역시 창이나 우클릭 메뉴 등 둥근 모서리가 많이 들어갔다.
또한 기존의 플랫하던 아이콘이나 버튼들이 확연하게 직관적이고 입체적이게 바뀌었는데 (스큐어모피즘으로 완전히 회귀한정도는 아니지만), 이러한 특성은 설정창에서 가장 잘 나타나져있다.
좌측의 사이드바를 보면 아이콘들의 색깔이 다양해졌고, 그림자같은 입체적인 요소들이 많이 추가되었으며, 디바이스 정보, 오피스 및 원드라이브 관리, 윈도우 업데이트 상태 등 디바이스의 상태를 한눈에 확인하는 기능들이 추가되었다.
윈도우10에서는 각 버튼이나 메뉴에 마우스를 갖다대야 경계선이 나타났지만, 터치스크린에 친화적이게 바뀐 윈도우11부턴 눌러도 되는거 누가 모를까봐 버튼들의 경계선이 뚜렷해졌다.
오피스365의 아이콘은 이미 진작에 플랫 디자인을 버리고 그림자가 추가되는등 입체적이게 바뀌었는데, 어떻게 보면 윈도우11을 위한 빅픽쳐였나보다.
이를테면 전원 및 배터리 설정에는 이렇게 iOS나 안드로이드의 배터리 사용량 확인처럼 배터리 사용량 그래프가 추가되어 배터리 사용 상태를 더욱 더 직관적이게 확인이 가능해졌다. 이 외에도 배터리를 더 오래 사용하는 설정 안내 등 사용자 친화적인 요소들이 많이 추가되었다.
새로 바뀐 UI에 걸맞게 애니메이션 효과도 큰 개편이 이뤄졌는데, 윈도우10의 효과가 화려한 Fade-in, Fade-out 위주였다면, 윈도우11부터는 창을 열고 닫을때 통통 튄다던가, 더 직관적이고 자연스럽게 확대, 축소되는 요소들이 많이 추가되었다.
각종 알림음 역시 윈도우10에서는 경쾌한 분위기였다면, 윈도우11에서는 좀 더 몽롱하게 바뀌었다.
물론 완전히 기존의 윈도우 요소가 사라진건 아니다. 일부 자잘구리한 옵션들은 여전히 기존 제어판 스타일의 창이 떴고, 시스템 폴더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윈도우95부터 XP시절 스타일의 아이콘이 남아있었다. (분명 예전에 구닥다리 디자인의 아이콘들을 싹 다 손봐줬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는데...)
마지막으로, 윈도우7에 추가되어 개인적으로 굉장히 유용하게 썼던 창 스냅 기능(창을 위로 끌어 최대화시키고,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끌어 분할 화면을 만드는 기능)이 윈도우11에서 업그레이드 되었다. 오른쪽 모서리 최대화/이전 크기로 버튼에 마우스를 갖다대면 사진처럼 여러가지 레이아웃을 선택하는 창이 나온다.
비록 개발자 버전에 비해 그나마 안정화된 버전이긴 하지만, 정식 버전은 아닌 만큼 사소한 버그나 개선점들이 많이 보였다.
예를 들면 작업표시줄에서 창 이름이 맑은고딕 대신 굴림체(...)로 나온다던가,
(생각만큼 많이 보이진 않았지만) 일부 번역미스나 오역이라던가,
접기 메뉴가 새로 등장하면서 아이콘 우측 배열 기준이 제각각인 등 사소한 문제들이 꽤 많이 보였다.
버전 네이밍이 바뀐 수준의 업데이트이니 만큼 인터페이스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지만, 다른 말로 하자면 인터페이스 외에는 딱히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가장 기대했던 안드로이드 앱 설치는 아직 지원하지 않았고, 그 외에는 그닥 획기적이다고 할만한 기능이 보이지 않았다. 유용한 기능이라면 뭐 좀 더 다양해진 창 배치 기능?
대신 속도가 빨라지고 성능이 향상되는 등 직접적인 체감이 어려운 개선점은 많아 무작정 부정적이게 평가하는건 인지상정이 아닌듯.
일단 업데이트 후 24시간정도 사용해본 결과 이미 충분히 안정화된 버전인 만큼 사용에 지장이 갈 정도로 심각한 버그나 호환성 문제는 느끼지 못했다. 웹서핑, 오피스, 채팅 정도의 용도로만 사용해서 그런걸수도 있지만.
일상적인 사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므로 얼리어답터라면 망설이지 말고 설치해보는걸 추천하지만, 보안프로그램같은 일부 특수한 프로그램의 호환성은 아직 확인해보지 못했으므로 업무용같은 중요한 PC에 설치하는건 딱히 권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