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면허증으로 베이징에서 중국 운전면허증 취득하기 (2021년 1월)
중국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선 科目一(신호등, 표지판 등 기초 이론 필기시험), 科目二(장내기능시험), 科目三(도로주행시험), 科目四(안전주행, 긴급조치 등 관련 이론 필기시험) 총 4개의 과목을 거쳐야하지만, 외국 면허를 중국 면허로 교체하는 경우라면 이 중 첫번째 과목인 기초 이론시험만 보면 된다. 다만 중, 대형면허를 교체하는 경우 추가로 도로주행시험도 봐야한다.
제작년 여름에 면허증을 교체한 경험과 얼마전 면허를 교체한 지인의 최신 정보를 토대로 면허증을 교체한 과정을 정리해봤다. 2019년 8월과 2021년 1월 베이징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므로 타 도시의 경우 일부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1. 교체 조건 및 준비물
우선 발급지가 베이징인 90일 이상 상주 비자나 거류증만 면허 교환이 가능하다. 여행 비자같은 단기 비자의 경우 발급이 불가능. 다만 총 체류기간 기준으로 응시 당시 유효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상관없다. 학생 거류증 만료 2주 전에 응시했었는데 아무 문제 없었음.
준비물은 여권 원본, 한국면허 원본, 一寸규격 증명사진 최소 4장, 면허응시용 신체검사표, 정식 주숙등기가 있다. 만약 평소에 안경을 착용하고 생활한다면 반드시 안경을 착용하고 촬영한 증명사진을 준비해야한다.
타도시에서는 외국면허 공증본이 필요하지만 베이징은 공증할 필요 없이 접수 현장에서 양식표를 받아 직접 번역하면 된다.
2. 신체검사 (사실은 시력검사가 전부)
시력검사장이 있는 우리나라의 대부분 면허시험장과 다르게 중국에서는 따로 지정병원에서 면허용 시력검사를 받아야한다. 베이징의 지정병원 최신 명단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왕징에서 가장 가까운 왕징병원이 명단에 없는데 누락된건지 지정이 취소된건지는 모르겠다. 전화로 확인해보는것을 권장함.
기숙사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은 4호선 타고 2정거장 내려가면 나오는 하이뎬병원이지만 (지금 명단을 확인해보니 북경대 병원에서도 면허 신체검사가 가능했지만 검사 예약이 매우 어렵다고 하여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마침 시내에 용무가 있어서 시청구(西城区)에 위치한 宣武中医医院에서 시력검사를 받았다. 나 말고 이런 병원에서 신체검사 받을 외국인이 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검사받는 과정은 아마 병원마다 비슷할것이므로 간단히 적어봤다. 준비물은 여권과 증명사진 1장.
挂号라고 써있는 수납처에 가서 司机体检 받으러 왔다고 하고 창구 직원 안내에 따라 안과로 간다.
면허용 신체검사는 일반 환자와 다르게 번호표를 따로 받는게 아니라 문진 중간중간에 한가할때 눈치껏(...) 의사 찾아가서 진행해야 한다.
의사가 준 신체검사표에 사진 부착하고 키와 몸무게 작성한 다음 간단한 시력검사를 진행하는데, 만약 안경을 쓰지 않은 증명사진을 제출했다면 안경을 쓰고 시력검사를 받을 수 없다. 미리 안경을 쓴 증명사진을 준비해가거나 렌즈를 쓰고가거나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수납처에서 비용을 납부하고 영수증을 받고 다시 돌아가서 의사에게 보여줘야 의사 서명과 병원 직인이 찍힌 신체검사표를 받을 수 있다. 비용은 총 10원으로 현금이랑 은련카드만 받았는데, 병원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될수도 있고 안될수도 있으므로 미리 다 준비해가는걸 추천한다.
3. 정식 주숙등기 발급
일반적으로 호텔 프런트나 집 근처 파출소에서 발급받는 주숙등기는 "임시" 주숙등기(临时住宿登记表)지만, 면허 관련 업무에는 면허증 전용 "정식" 주숙등기가 필요하다. 이거 모르고 기숙사 프런트에서 발급해준 임시 주숙등기 들고 시험장 갔다가 거절당하고 왕복 3시간 낭비했다는 슬픈 기억이...
다음날 학교 안에 있는 파출소에 가서 문의해봤는데, 직원분께서 외국인 주숙등기 업무는 공안국 하이뎬 분국(公安局海淀分局)에서 담당하며 미리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고 안내해주셨다.
다만 이건 제작년의 상황이고, 현재는 외국인 관련 업무가 기존의 하이뎬구 공안국에서 새로 지어진 双泉堡派出所로 이전되었다고 한다. 해당 파출소의 주소와 연락처는 아래 사진 참고.
일단 미리 파출소에 전화해서 주숙등기 발급을 예약해야한다. 원래는 당일 예약, 당일 발급이 원칙이지만, 내가 전화했을 당시에는 이미 오후 5시로 퇴근시간이 가까워져서 다음날 발급으로 예약이 가능했다.
사진을 찍어놓는걸 미처 까먹었는데, 파출소에서 받은 정식 주숙등기표는 도트 프린터로 인쇄된 아주 얇고 작은 종이였다. 임시 주숙등기표보다 부실하게 생겼는데 일단 제대로 받은거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또한 정식 주숙등기표는 발급날짜 당일에만 유효하므로, 즉 반드시 이론시험 접수 당일에 발급해야한다.
4. 이론시험 접수
당일 발급받은 주숙등기와 나머지 준비물들을 챙기고 이론시험을 접수할 차례. 아직까지는 온라인 시험접수는 불가능하고 반드시 현장에 가서 접수해야한다.
베이징의 차량관리소는 여러곳이 있지만, 이 중 외국면허 관련 업무는 저 멀리 南四环에 있는 차관소 본부에서만 가능하다. 주소는 朝阳区南四环东路18号이며, 제일 가까운 지하철역도 2km는 떨어져있으니 버스나 택시를 적절히 조합하는게 편하다.
차관소 업무시간. 공공기관답지 않게 주말에도 업무를 본다. 다만 공휴일은 휴식.
정문으로 들어왔다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저 창구들이 아닌, 왼쪽으로 들어가서
좁은 통로를 지나면 나오는
이렇게 생긴 사무실에서 시험을 접수해야한다.
사진에 찍히지 않았지만 옆에 비치된 양식으로 면허증을 직접 번역하고, 준비물들과 번역본을 창구에 제출한 다음, 시험 시간을 지정한다. 면허 유형란에는 1종보통이라면 C1(일반 승용차), 2종보통(자동)이라면 C2(일반 승용차 자동기어)를 적으면 된다.
매주 화, 수요일, 오전 9시와 오후 2시에 시험이 있는데 접수 당일에 시험을 치르는건 불가능하고 제일 빨라도 다음날 시험만 접수가 가능하다. 즉 이 먼곳을 두번이나 왔다갔다...끔찍하지만 어쩔수 없다. 나는 이미 3번이나 왔다갔다 했는걸.
(제작년에 내가 접수했을 당시에는 다음날 시험 접수가 가능했었는데, 얼마전 면허를 교체한 지인 말로는 요즘 시험 응시자가 많아서 다음주 시험이 응시 가능한 제일 이른 시험이라고 알려줬다.)
응시료는 총 50원으로, 알리페이도 지원한다.
5. 이론시험 준비
이론시험은 40문제의 정/오답 판단, 60문제의 사지선다형 총 100문제로 구성되있고, 1문제당 1점이며 총 90점을 넘겨야 합격된다. 컷트라인이 높아서 긴장하기 쉬운데 문제 중 40%가 막 찍어도 1/2의 확률로 맞출수 있는 양자택일형 문제이고, 전체적인 문제 난이도도 한국의 면허시험과 비교했을때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라 90점 넘기기는 의외로 쉽다. 한국에서 이론 78점 받은 나도 중국에서 단번에 94점 받았다.
옛날옛적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는 외국어 이론시험이 없어서 통역원 1명을 데리고 시험장에 들어가는게 가능했었다. 이를 악용해서 고액의 돈을 받고 번역이 아니라 사실상 대리 시험을 쳐주는 브로커도 있었고... 물론 지금은 이론시험을 한국어를 포함한 외국어로 치르는게 가능하므로 통역원은 옛말.
다만 한국어 버전 시험은 번역 퀄리티가 개판이므로 개인적으로 중국어로 시험을 치르는것을 추천한다. 더군다나 한국어 문제집은 워낙 희귀해서 유료로 구매해야하는 반면 중국어 시험은 바이두에 科目一라고 찾으면 정보가 수두룩하고 모바일 앱도 잘되있다.
앱은 크게 驾考宝典이랑 驾校一点通 두가지가 있는데 둘다 기본적인 문제 푸는 기능은 무료고 문제은행도 똑같으므로 둘 중 아무거나 사용하면 된다.
문제은행은 대략 1000문제로 구성되있는데, 일단 앱으로 풀어본 적 있는 문제는 자동으로 패스하는 기능을 이용하여 모의고사 10번 진행해보고 모든 문제를 훑어본 다음, 나중에 시간 날때마다 모의고사 풀어보는 방식으로 준비하면 충분하다. (아는 중국인 선배는 시험 당일 대기실에서 딱 두번 앱으로 모의고사 쳐보고 합격했다던데 초능력이라도 썼나...)
6. 시험 과정 및 면허증 수령
시험 당일 시험을 접수한 그 사무실로 들어가서 대기하다가, 시간이 다 될때 쯤에 안내에 따라 2층 시험장으로 올라간다. 여권과 응시표를 보여주고 시험 언어를 확인한 다음 (한국여권이면 한국어로 볼건지 물어본다. 중국어라고 대답해줬다.) 지정된 자리에 착석한다.
시험은 컴퓨터로 진행되며, 특이하게도 만약 오답을 제출하면 바로 오답이라고 뜨고 수 초 동안 정답과 해설이 나온다. 한번에 합격해버려서 잘 모르겠는데 시험 기회는 총 2번 있으므로 첫번째로 탈락했더라도 바로 그 자리에서 재시험 보는게 가능하다.
시험을 다 치렀다면 시험장 맨 앞 감독관에게 접수표를 건네주고 그 위에 점수를 적은 다음 내려와서 접수창구에서 면허 제작비 10위안을 납부한다.
마지막으로 면허 수령 단계가 남았는데, 왕복 3시간 허비하면서 또 여기를 와야하는 미친ㅈ... 아니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우편으로 수령하는것을 추천한다. 차관소 메인 홀 맨 오른쪽 15번 창구에서 접수하면 되며, 비용은 20위안으로 알리페이 가능.
제작+배송하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3일? 4일?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아무튼 그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카드 형태의 우리나라 면허와는 다르게 중국 면허는 카드보다 약간 큰 책자 안에 종이 두장이 끼워져있는 형태로 되있다. 카드에 비해 생긴게 쪼오끔 더 간지나기는 한데 휴대하기는 솔직히 불편하다. 더군다나 중국에서 면허는 단순히 운전 허가증 용도로만 사용되어서 여권을 대체하지도 못하고. 쉽게 말해 운전 할 일 없으면 진짜로 장롱면허.
티엠아이: 이러한 형태 때문에 중국에는 "면허 케이스"나 "면허 지갑"이라는 제품이 따로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면허증 커버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카드나 현금이랑 같이 수납하고 싶을때 쓰는 뭐 그런 용도.
2021년 8월 업데이트: 만약 여권번호가 변경되어 면허증을 재발급받아야 한다면 아래 글을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