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사이즈 미밴드, 샤오미 스마트워치 컬러 (Mi Watch Color) 상세 리뷰
기존에 차던 손목시계의 줄이 끊어졌다. 따로 시계줄 사서 교체하기 귀찮은건 둘째치고, 마침 휴대폰을 무음상태로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중요한 전화나 위챗을 놓치는 일이 빈번해서 이왕 스마트워치를 하나 새로 사기로 했다.
조건은 못생기지 않았고 (매우 중요함), 복잡한 기능 필요 없이 단순히 알림 받는 기능 정도 있고, 가능하면 NFC와 알리페이 QR코드 기능도 있고, 중고거래도 상관 없으니 저렴한거. 갤럭시워치, 어메이즈핏, TicWatch 등등 메이저 스마트워치 브랜드 중에서는 위 조건들에 부합하는 제품이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올해 초 출시한 샤오미 Color라는 제품을 알게 되었다. 중국 IT 신제품에 딱히 관심이 없다보니 샤오미가 예전에 짝퉁 애플워치 출시한것만 알고있었지 원형 디스플레이 스마트워치도 출시한지는 몰랐다.
1. 외관, 연결, 첫인상
중고로 399위안 주고 구매했는데, 샤오미 공홈 미 워치 컬러의 가격은 799위안이다. 판매자 말로는 구매하고 착용한 횟수가 5번도 안된다고 했는데, 즉 반값으로 새 제품 구매한 셈. 개이득!
풀박스 제품이 아니라 언박싱은 없다. 어차피 구성품은 시계 본체+충전기가 전부. 본체는 일반 손목시계와 비슷한 디자인이고, 충전은 표준 규격 usb나 무선 충전이 아닌 전용 크레들을 사용해야하는게 단점이라면 단점. 그나마 다행인건 매일 충전할 필요는 없다.
전원을 켜면 나오는 언어 선택 화면. 선택 가능한 언어가 중국어와 영어밖에 없다.
QR코드를 스캔하여 샤오미 웨어 앱을 다운로드한다. 미밴드에서 사용하는 미핏(Mi Fit) 아님!
QR코드를 스캔하거나 플레이스토어에서 Xiaomi Wear 앱을 설치한 다음, 샤오미 계정에 로그인한다.
장치 추가 - Mi Watch Color를 누른다.
그렇게 블루투스를 켜고 어찌저찌하여 연결해준다.
짠! 샤오미 웨어 앱이 이렇게 나오고 시계 화면이 나왔다면 연동 끝.
나머지 알림이나 전화 푸시 권한 설정 등은 앱 내 안내대로 따라하면 된다.
미 워치 컬러를 착용했을때 첫 인상은 생각보다 가벼움, 그리고 화면이 다소 커서 약간 불편함 정도였다. 근데 화면 크기의 불편함도 착용한지 얼마 안되서 어색한거였을 뿐 지금은 별로 불편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심박수 센서라는게 손목에 닿으면 아프거나 거슬릴 수 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얼핏 들어본 것 같은데,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고, 그냥 일반 시계 착용한거랑 별반 다를바가 없다.
2. 주요 기능 소개
샤오미 워치 컬러는 샤오미 워치와 다르게 웨어OS 같은 운영체제가 탑재된 제품이 아니다. 이게 장단점이 정말 극명하게 갈리는데 장점은 기능이 단순하기 때문에 풀충 후 최장 15일까지 충전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고, 단점은 제조사의 펌웨어 업그레이드가 있는게 아닌 이상 기존 내장 기능 외에는 따로 원하는 기능을 설치할 수 없다는 점.
이걸 가지고 혹자는 "미 워치 컬러는 사실상 비싸고 화면 큰 미밴드"라고 평가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스마트워치는 다양한 기능보다는 배터리 성능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내장 앱 기능들도 충분히 훌륭해서 그리고 신제품의 반값에 구매했기 때문에 큰 불만 없이 사용중이다. 아래는 내가 주로 사용하는 기능들.
푸시 알림 수신
일단 알림 자체는 빠지거나 딜레이 없이 잘 온다. 중요한 상황에 갑자기 알림이 늦게 울리거나 아예 안울리기라도 한다면 매우 난감하기 마련인데 아직까지는 그런 상황은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덕분에 중요한 알림 놓칠까봐 휴대폰을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도 이제는 줄어든듯. (확실히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 의존증 해결에 어느정도 도움이 되기는 한가보다. 소비의 정당화)
허나 사진과 같이 한국어가 표시되지 않고, 위챗 외의 앱은 죄다 똑같은 아이콘으로 나온다는 두 치명적인 문제점에서 알림 기능은 불합격. (차라리 5만원도 안하는 중국제 스마트워치가 이것보단 낫겠다.)
다만 중고로 구매해서 환불이 어렵고, 대충 알림이 울리는 타이밍과 길이로 무슨 내용인지 어느정도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계속 사용중. 비정발 미밴드도 아직까지 서드파티 패치를 통해야만 한글 표시가 되는걸로 봐서 이건 펌웨어 업데이트로 금방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알리페이 결제 코드
손목으로 결제하는게 확실히 휴대폰 꺼내는것보다 편하긴 하다.
다만 구매 전에는 생각치도 못했던 문제점 한가지, 일반적인 결제 스캐너는 바코드와 QR코드 한가지만 식별이 가능한데, 워치는 화면 크기의 제한으로 인해 바코드와 QR코드를 한꺼번에 표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매번 결제할때마다 50%의 확률로 결제에 실패해서 뻘쭘할 리스크(?)를 감수해야함.
그리고 위챗페이는 아직 지원하지 않는게 아쉽다. 매장 결제는 거의 알리페이만 사용하는 나와은 별 상관이 없는 문제지만.
만약 시계를 누가 훔쳐가거나 해서 다른사람이 결제하면 어떡하나 싶을수도 있는데, 그게 불안하다면 시계가 손목에서 떨어진게 감지되면 화면을 잠그는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NFC 교통카드, 도어락
이미 삼성페이 내장 교통카드 기능을 사용중이지만,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야하는 불편함은 교통카드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스마트워치 NFC기능을 이용하면 그냥 바로 손목을 단말기에 대면 되니 훨씬 편리...
...한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오른손잡이라서 시계를 왼손에 차는데 버스 교통카드 단말기나 지하철 개찰수는 항상 오른쪽에 있어서 왼쪽 손목을 갖다대는게 상당히 어색하다. 그렇다고 이것때문에 시계 차는 습관을 바꿀수도 없고. 흠.
교통카드 외에 도어락 카드 복제 기능도 있는데 내 기숙사 출입카드처럼 암호화된 카드는 사용이 불가능해서 실패. 최소 하루에 한번 이상은 기숙사를 들락날락하기 때문에 교통카드보다 더 절실한 기능인데 사용할 수 없어서 매우 아쉽다. ㅠㅠ
음성 AI비서 샤오아이(小爱)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려 나오는 토글창 상단에 Siri처럼 생긴 버튼이 바로 샤오미의 음성 AI비서 샤오아이(小爱)다.
일단 스피커가 없는 관계로 결과를 화면으로 확인해야하고, 미 워치 컬러 자체가 독립된 셀룰러 네트워크 없이 휴대폰에 의존해 작동하기 때문에 휴대폰과 연결이 끊기거나 휴대폰이 오프라인 상태라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인식 속도가 빅스비나 시리에 비해 많이 답답한 편이라 그닥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 기능.
결정적으로 시스템 언어를 영어로 선택해도 중국어만 지원하기 때문에 중국어를 할 줄 모른다면 계륵 그 자체.
기타 자잘한 기능들
이 외에도 뮤직 컨트롤러, 알람(스피커가 없으므로 진동으로 깨워줌, 진동은 은근 쎈 편), 날씨, 주식, 나침반, 기압계, 휴대폰 찾기(누르는 순간 휴대폰이 볼륨max로 울리기 시작함), 타이머, 스톱워치 등등 기능이 워낙에 다양하다. 하나하나 소개하기엔 쓰는 사람도 힘들고 읽는 사람도 힘드므로 생략.
3. 그 외 장단점 및 총평
일단 가장 큰 장점은 예쁘다. 여타 스마트워치를 보면 애플워치를 어설프게 따라했거나, 차는 순간 10살은 늙어보이는 효과가 탑재되있거나, 원가절감을 오지게 해서 못생겼기 마련인데, 샤오미 워치 컬러는 내가 딱 원하던 그런 디자인이다. 각진 테두리에 과하지 않은 베젤, 젊어보이지만 그렇다고 저렴해보이지도 않은 그런 느낌.
푸시 알림, 알리페이 결제, 교통카드, 뮤직 컨트롤러 등등 기능 면에서도 꽤나 충실한 편이다. 덕분에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는 빈도도 확실히 줄어든듯. 예를들면 내가 현재 사용중인 블루투스 이어폰은 음량 조절 제스쳐가 없어 볼륨을 조절할때마다 매번 폰을 꺼내야한다는 지극히 사소한 단점이 있는데, 이제는 그냥 손목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다만 단점도 전체적으로 꽤나 "거슬리는" 편.
일단 알림에 한글 안나오는건 둘째치고, (사실 새 알림이 왔다는것만 알려주는 하이브리드 스마트워치라고 생각하면 속 편하다.)
손목 들어서 올리기 인식률이 별로다. 자전거 탈때 몇번이고 들어 올려도 화면이 안켜지는게 얼마나 짜증나던지. Always on Display 기능이 있긴 하지만 OLED도 아니고 켜는 순간 배터리가 살살 녹을듯.
마지막으로 피트니스가 주 기능이 아니라 그런지 건강 관련 기능도 굉장히 부실한 느낌이다. 일례로 운동 앱에서 선택 가능한 운동 종류도 다소 제한적이고 (걷기, 수영 실외 달리기, 실내 자전거 정도의 선택은 있는데 축구, 농구, 요가 등 세분화된 운동 종목은 없다), 무엇보다 아쉬운게 중국 내수용 제품이라 그런지 운동 데이터를 구글 피트니스나 애플 헬스같은 타 플랫폼에 연동하는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총평하자면 개인적으로는 크게 불만 없이 사용중이긴 하지만, 결코 쉽게 추천할 제품은 아닌 것 같다. 특히 나처럼 제 값 주고 산게 아니라 정가 799위안이라는 정신나간 가격에 구매하고자 하는거라면 극구 뜯어말리고 싶다. 그 돈으로 차라리 미밴드 5대를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