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데스크탑 프로그램 Parsec - 갤럭시탭을 "진짜" 노트북처럼 쓰기
저번 글에서 갤럭시탭S7를 S7+로 사이즈 업그레이트해서 노트북 대용으로 만족스럽게 사용중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로는 태블릿이 노트북을 대체하기는 커녕 따라잡기에도 역부족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컴퓨터 1대와 원격 데스크탑 프로그램이 필수다.
왜 하필 Parsec인가
세상에 원격 데스크탑 프로그램은 굉장히 많다. 그중 써봤거나 써보려고 했거나 들어만 본 프로그램들의 특장점들을 살펴보자면,
- 팀뷰어: 아마도 가장 유명한 원격 데스크탑 프로그램. 원격 조종 외에도 원격 화상 회의같은 상업적 용도에 특화되있다. 사용법은 간편하지만 보안에 많이 취약하다는 심각한 단점이 존재한다.
- Anydesk: 팀뷰어와 비슷하게 사용법이 굉장히 간편하다. (심지어 호스트 PC에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조차 없음!) 다만 역시 보안에 취약하다는 말이 있고, 실사용보다는 응급용(...)에 더 적합할 정도로 반응속도 등 성능이 구리다.
- 마이크로소프트 RDP: 윈도우 기본 내장 기능이라서 가장 안정적...일거다. 하지만 윈도우 프로 버전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홈 버전이라면 편법을 활용해 뚫는 방법이 존재하긴 하지만), 포트포워딩이니 고정IP니 해서 연결이 굉장히 번거로워서 포기.
- 크롬 원격 데스크탑: 이것도 쓰기 좋다고 듣긴 했는데, 주 사용 웹브라우저가 엣지인지라 이걸 위해서 크롬을 설치하기엔 배보다 배꼽이 더 큰게 아닌가...해서 딱히 고려해보진 않음.
- Parsec: 원격 데스크탑이라기 보다는 게임 스트리밍 프로그램이지만, 주 용도가 원격 게임 플레이인 만큼 일단 성능 하나는 굉장히 뛰어나다. 프리웨어이며 사용법도 굉장히 심플하다.
- Moonlight: 파섹과 비슷하게 게임 스트리밍용이지만 호스트 PC 필수 사항에 엔비디아 GPU가 필요하다 하여 포기.
그렇게 최종적으로 Parsec을 선택하게 되었다.
다운로드부터 연결까지
우선 호스트 플랫폼 (즉 원격 조종될 컴퓨터) 에서 위 링크를 통해 파섹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오른쪽 상단 Download 버튼을 눌러 다운로드를 진행한다.
참고로 호스트 플랫폼의 최소 및 권장 사양은 위와 같다. 어지간한 똥컴이 아닌 이상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클라이언트 플랫폼 (즉 원격 조종할 태블릿)의 요구사항은 더 별거 없는데, 안드로이드 디바이스 기준 최소 안드로이드 버전 8, 권장 안드로이드 버전 10에 5GHz 와이파이면 끝.
설치를 마치고 실행하면 로그인 창이 뜨게 되는데, 하단 Sign Up 버튼을 눌러 회원가입을 먼저 진행해준다.
아무래도 해킹에 악용될수도 있는 원격 조종 프로그램이다 보니 회원가입할때 보안에 굉장히 민감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1. 어지간한 외국 사이트답지 않게 알파벳+숫자+특수문자 조합의 공인인증서급 빡센 비밀번호 조합을 요구한다.
2. 회원가입 후 2FA 인증을 등록할거냐고 물어보는데, 만약 OTP앱을 이미 사용중이라면 등록하는걸 추천한다. 안그러면 처음 보는 IP에서 로그인 할때마다 이메일 인증코드를 전송해서 2차 인증을 요구하는데,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이렇게 하면 호스트 플랫폼에서의 세팅은 끝이다.
태블릿에서의 세팅은 더 간단하다.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 Parsec을 검색해 설치해주고, 같은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끝.
아마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로그인 후 자동으로 호스트 컴퓨터가 나오고, 저기서 Connect를 누르면 바로 데스크탑으로 스트리밍되어 원격 조종이 가능해질거다.
만약 안된다면 아래 상황들을 확인해보자.
- 컴퓨터에서 톱니바퀴 설정-Host-Hosting Enabled 상태가 Disabled라면 Enabled로 바꿔주자.
- 가능하다면 호스트 컴퓨터에서 와이파이가 아닌 유선 인터넷을 사용해보자. (본인의 경우 기숙사에 깔린 와이파이가 학교 공용 와이파이라서 그런지 계속 6023 오류를 뿜었다가, 유선 인터넷으로 시도해보니 거짓말처럼 원활하게 연결되었다.)
- 어쩌면 VPN이 문제일수도 있다. (본인은 VPN 연결해도 쓰는데 별 문제 없었지만.)
실사용 간단 후기
본인은 원격 데스크탑을 주로 워드(안드로이드 워드는 서지관리 프로그램 연동이 안되서...) 및 파워포인트같은 일반적인 문서작업 용도로 사용하는 중인데, 그냥 노트북을 사용하는것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간혹 인터넷이 불안정해서 딜레이가 발생하거나 창을 켜고 끄는 애니메이션이 조금 끊기는게 거슬리긴 하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사용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가지 않았다.
일부 블루투스 키보드로 파섹에서 입력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하나 일단 삼성 정품 슬림 키보드 기준 Ctrl, Alt, 펑션키를 포함한 대부분 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마우스 역시 샤오미 블루투스 마우스 기준 잘 작동한다.
태생이 게임 스트리밍 프로그램인 만큼 게임 실행도 당연히 잘 된다. 노트북 성능이 낮아서 그래픽 열화 연상과 끊김이 심하게 발생했는데, 어차피 이걸로 게임을 할건 아니라서... 호스트 컴퓨터 성능이 좋다면 아마 쓸만할거다.
2시간 반 정도 사용하면서 약 30%정도의 배터리를 소모했다. 거의 대부분 게임을 하는데 사용했고 (컴퓨터에서 성능이 더 높은 작업을 한다고 스트리밍하는 태블릿의 배터리가 더 빨리 닳지는 않겠지만), 공식 스펙 상 갤럭시탭S7+ 와이파이 모델의 인터넷 사용시간이 최대 8시간인걸 감안하면 나름 준수한 것 같다.
총평: 노트북 대비 장단점
가장 큰 장점으로는 더이상 무겁게 노트북과 태블릿을 같이 들고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태블릿을 필기나 듀얼 모니터 등 노트북의 "보조 악세사리"로 사용하는거라면 몰라도, 그냥 단순히 "밖에서 노트북과 태블릿이 모두 필요해서" 둘 다 들고다녔다면 이제 태블릿만 들고다니면 된다.
특히 애초에 주 용도가 게임 스트리밍이라 원격으로 게임같은 고사양 프로그램을 돌려도 호스트 컴퓨터 성능과 인터넷 환경만 보장된다면 실행하는데 무리가 없어, 밖에서 자주 게임을 한다면 굳이 무거운 게이밍 노트북을 들고다닐 필요가 없어져 더욱 편리해진다.
또한 기존 노트북이 터치스크린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 한정, 추가비용을 들여 노트북을 바꿀 필요 없이 노트북을 터치스크린 모델로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소소한 변화도 체감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우선 인터넷에 대한 요구사항이 높아, 인터넷 환경이 모든것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주로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에서 사용한다면 딱히 상관은 없겠지만, 자주 인터넷 상태가 불안정하다면 차라리 노트북을 들고다니는게 더 적합할수도.
그리고 아무리 성능이 좋다할지언정, 당연히 실제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과 100% 일치할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정도 화면 품질이나 반응 속도 면에서 타협을 봐야한다. 완벽주의자라면 그냥 무게를 감수하고 노트북을 들고 다니자.
마지막으로 윈도우키(아마 안드로이드 OS키가 우선순위가 더 높아서 그런듯) 혹은 esc키(마찬가지로 뒤로가기키가 우선순위가 더 높아서 그런듯)가 작동이 안되는 사소한 문제들이 있는데, 사용 패턴에 따라 중요한 문제일수도 있으니 이 역시 유의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