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석사 준비 - 면접 준비할 시간을 3개월이나 줬는데 왜 3주밖에 준비하지 않은거니
저번 글 보기: 중국 석사 준비 - 다음 생에는 자기소개서 없는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세요
3개월동안 대학원 준비 관련 포스팅을 올리지 않았었는데, 별 이유는 아니고 그냥 진짜 3개월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였다. 대학원 포기한거 아님.
모든 서류를 온라인으로 제출하고, 북경대의 경우 아직 아날로그를 고집해서인지 추가로 유학생사무실에 직접 방문하여 종이 서류까지 제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학교에서 모두 서류를 정상적이게 접수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 후 아무런 연락이나 공지가 없었다.
추천서 관련 글에서 중국 학생들의 석사 지원 방법은 주로 시험제(考研)과 추천제(保研)로 나뉜다고 짤막하게 소개한 바가 있었다. 이 중 추천제는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 입학 전년도 9월쯤에 당락이 확정되고, 시험제는 전년도 12월에 시험을 치룬 후 이듬해 3월 중순 학과별 시험 컷트라인 결정 및 면접자 명단 공개, 대개 3월 중순~말에 면접을 진행한 후 최종 입학자 명단이 결정된다.
여기서 유학생들의 면접 일정은 대개 시험제 입시생들과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연경학당, MPA 등 특수한 석사 과정들은 다를 수 있음), 타임라인이 정말 각양각색인 영미권 대학원 신청과 다르게 중국 석사를 신청한다면 아마 거의 대부분 면접 안내부터 면접 진행, 그리고 최종 합격자 공지까지 3월 하반기에 모든 일정이 몰려있을거다.
달리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중국 대학원은 가급적 너무 많은 학교와 많은 전공에 신청하지 않는걸 권장한다. 면접 일정이 겹칠 리스크가 있고 (유학생들과 다르게 중국학생들은 시험제로 딱 1개의 학교에 1개의 전공만 지원이 가능하다. 즉 유학생이 엄청 많은 과가 아닌 이상 입시처에서 타 과랑 면접 시간이 겹치는걸 고려할 이유가 없다. 주변에 실제로 면접 날짜가 겹친 사례를 보진 못했지만.) 단기간에 여러 면접을 준비해야하는 부담감이 크다.
2022.03.08 - 슬슬 찾아온 위기감, 그리고 면접 준비
12월에 신청을 모두 끝내고 서류 접수 메일을 받은 후, 졸업논문이랑 인턴때문에 바쁘게 살면서 내가 대학원에 신청했다는 사실을 거의 잊은 것 마냥 살고있었다. 그러다가 3월 초 쯤에 같이 대학원을 신청한 화교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ㅈ됐다 과에서 나보고 당장 이틀 뒤에 면접보래" 라고 알려줘서 (그 친구는 석박사 통합과정이라 면접 일정이 빨랐음) 그제서야 슬슬 "나도 언제 갑자기 면접 통보를 받을지 모르겠구나"라는 위기의식(?)이 찾아왔다.
학과별 사이트에서 과거 학과 공지들을 일일이 살펴보니, 내가 지원한 전공을 포함한 북경대의 대부분 학과들이 (칭화대는 아예 대학원 입시 관련 공지를 찾을 수 없었다...) 매년 3월 16일 정도 이후부터 우후죽순 면접 명단과 일정을 공개해왔었고, 대개 늦어도 3월 31일 전에는 면접을 진행했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당장 대학원 면접 관련 정보글들을 수집했고, 예상 문제와 그에 대한 중/영문 답변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중국 사이트들이나 한국 블로거들이나 대학원 면접 준비에 관한 설명은 뭐 비슷비슷했다. 자기소개, 대학원 진학 동기, 전공 지원 동기, 본인의 장단점, 취미활동, 학부시절 참여한 연구 및 활동, 관심있는 연구 분야, 졸업 후 진로 등등... 예상 문제들이야 거기서 거기였다.
이미 인터넷에 관련 정보들이 차고 넘치지만, 몇가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예상 문제들과 주의사항들을 간단히 간추려 정리해봤다.
- 자기소개: 학과 입시요강이나 면접공지에 자기소개 언어와 분량이 명시되있는게 아닌 이상, 중국어와 영어 버전, 2-3분 남짓의 짧은 버전과 5분 남짓의 긴 버전, 총 4가지 버전을 준비하는걸 추천한다. 자기소개로 첫인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가급적 충분히 준비하는게 좋다. 일부 학과의 경우 자기소개 PPT를 준비해야 하기도 하는데, 이거야 뭐 면접 전날 저녁에 준비해도 충분하다(내가 그랬음).
- 대학원 진학 동기: 왜 학부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지 않고 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가려는지, 혹은 왜 우리 학교에 지원하게 됐는지 등. 특히 유학생의 경우 "왜 하필 중국인지", 중국에서 학부를 다닌 유학생의 경우 "왜 귀국하지 않고 계속 중국에 남아있는지"같은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 전공 지원 동기: 특히 나처럼 전공을 바꿔서 신청하는 지원자들이 많이 받는 질문이라고 한다. "취업 잘 되는 전공이라서요" 이딴 소리 하면 자폭이라는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되겠지.
- 학부시절 참여한 연구 및 활동: 연구 경력이 있으면 당연히 얘기하는게 좋고, 없다면 최소한 졸업논문 주제가 무엇인지라도 소개하는게 좋다. 평소 활동의 경우 굳이 학업과 관련된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얼마나 적극적이게 학교 생활에 임했는지에 대해 어필하는 부분이므로 부담 없이 얘기하면 된다.
- 졸업 후 진로: 교수님들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학계에 머물 학생들을 선호하니 가급적 박사 과정까지 생각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게 좋다고 한다.
물론 석사 졸업하고 바로 도망쳐도 막을 사람은 없지만.
여기서 모든 문제에 대한 답변들은 중국어, 영어 두 버전 모두 완벽히 준비하는걸 강력히 권장한다. 아무리 중국 대학원일지언정, 전세계 학계는 영어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영어 논문 읽기부터 작성까지 대학원 생활에서 영어 실력은 필수 오브 필수이다. (특히 젊은 교수님일수록 외국 유학 경력이 풍부하여 영어로 연구를 진행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거나 아예 영어 학술지에만 투고하는 교수님들도 계신다.)
그런데 자기소개나 전공 지원 동기같은 기본적인 내용마저 영어로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면, 교수님들이 보기엔 분명 이 학생은 대학원 생활에 적합하지 않을거라고 판단될것이다. 특히 중국어와 영어 모두 유창하지 않다면, 중국어에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말고 영어 역시 틈틈히 준비해주자.
(그러니 나처럼 영어 스피킹에 쩔쩔 메지 말고 영어공부 미리미리 착실히 해두자...ㅠㅠ)
마지막으로, 면접에 임할때는 겸손하면서도 자신있는 태도를 유지하자. 겸손과 자신의 공존이라니 뭔가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여기서 겸손하다는건 너무 자만하거나 아는척 연기하지 말고 (여러분들의 면접을 책임질 교수님들은 어쩌면 여러분들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학계에 몸을 담고 계신 분들일지도 모른다.) 모르는 지식이 있으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함과 동시에 석사 과정에서 공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나가겠다고 하며 연구의 의지를 보이는걸 의미하고, 자신있다는건 "응 나 아직 학사학위밖에 없지만/이제 겨우 받을 예정이지만 내 능력이라면 석사학위 받을 자격 있어" 라는 마인드를 본인이 잘 아는 지식이나 분야에 대해 당당하게 자세히 설명하는 등의 방식으로 교수님께 어필하는것을 의미한다.
2022.03.21 - 면접 안내 도착, 근데 당장 이번주에 본다고요?
2022년 考研 컷트라인이 3월 15일 공개되었고, 이후 차례대로 각 학과 사이트에 필기시험 합격자(면접 대상자) 명단과 면접 일정 등 관련 공지가 올라오게 된다.
학과마다 중국 학생과 유학생의 면접자 명단이 동시에 올라오기도,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의 텀을 두고 올라오기도 하는데, 만약 공지 제목에 大陆考生이나 统考生이라는 단어가 들어있고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다면, 유학생 면접자는 이번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다는걸 의미하니 일단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면 된다.
(유학생 수 원탑인 국제관계학원을 예로 들자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通知公告 부분에 들어가보면 이렇게 "北京大学国际关系学院2022年硕士研究生招生复试工作方案及复试公示名单" 라는 제목의 석사생 면접 명단과 면접 관련 안내사항 공지가 떠있는걸 확인할 수 있다. 국관의 경우 중국학생과 유학생 명단을 함께 공지한다.)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면접 공지를 받았는데 나만 북경대 칭화대 모두 금요일이 되어도 감감무소식이라 너무나도 불안했다. 칭화대는 그냥 서류 심사에서 떨어졌나보다 하고 포기했지만 북경대는 과 사이트에 명단 자체가 나오지 않아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월요일 오후에 과 사무실에 메일을 보내봤는데, 1시간도 되지 않아 "명단 내일 공개할 예정임 ㅅㄱ" 라는 칼답 메일을 받고 안도하던 찰나,
정말 느닷없이 갑자기 칭화대 면접 공지 메일을 받았다. 당장 수요일 (즉 이틀 뒤) 오후에 면접을 본다고 해서 1차 패닉, 난 분명 중국어 프로그램 신청했는데 발신자 서명에 English Program이라고 써있어서 2차 패닉.
너무나도 당황스러워서 메일 회신과 위챗을 통해 두번이나 "저기요 저 토플성적도 없는데 왜 영어 프로그램에 넣어주셨어요" 라고 문의하자 "아 나 영어 프로그램이랑 유학생 모집 둘 다 담당함, 님이 신청한건 중국어 프로그램이니 걱정 ㄴㄴ"이라는 답장을 (마찬가지로 두번이나)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당장 모레 면접을 봐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분명 다음날 나온다는 북경대 면접 공지가 갑자기 그날 저녁 6시 반에 메일로 날라왔다. 심지어 면접 시간마저 완벽했는데, 바로 당장 목요일, 즉 3일 뒤, 즉 칭화대 면접 다음날. 심지어 다른 전공들은 죄다 다음주 월요일 화요일 이런데 하필 나만 목요일...
...그냥 "망했다" 외에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나마 면접을 그 전부터 착실히 준비해둔 파워J인 내게 감사하면서도, 더 착실히 준비하지 않은 (심지어 영어 준비는 아예 시작도 하지 않은)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뭐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72시간동안 빡공한다.
(라고 해놓고 기숙사 도착하자마자 유튜브 보다가 잠. 지금 생각해보면 나 진짜 대학원 가기 싫었나봄.)
면접 준비에 관한 내용은 이미 위에 써놨으니, 코시국 3년차인 2022년의 대학원 화상면접에 관한 내용들을 몇가지 남겨보고자 한다. (이놈의 코시국 도대체 언제 끝나는건지... 근데 솔직히 화상면접이 꿀인건 극E인 나도 ㅇㅈ)
면접 상세 안내 공지를 보면 双机位, 二机位라는 단어가 많이 보이는데, 이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위 사진처럼 컴퓨터 웹캠 (메인 카메라) 외에 후방 45도, 약 1미터 떨어진 위치에 컴퓨터 화면과 책상이 보이는 각도에 휴대폰 (서브 카메라) 를 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모니터 주변에 스크립트 프린트해서 덕지덕지 붙여놓고 그런거 이제는 안됨...)
실제로 면접을 해보면서 느껴본 몇가지 화상 프로그램 사용 유의사항을 정리해보자면,
- 아마 대부분 학교에서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텅쉰회의(텐센트 미팅, VooV Meeting)를 사용할텐데, 텅쉰회의는 한 계정으로 두 디바이스에 동시에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 즉, 컴퓨터와 휴대폰에 로그인된 계정이 달라야한다. 본인은 중국 휴대폰 번호가 2개라서 순조롭게 해결했는데 그렇지 않다면 뭐 한국 번호로 로그인하든 친구 폰 번호를 빌리든 알아서 해야한다.
(2022.03.27 업데이트: 휴대폰에서 앱 대신 위챗 미니 프로그램(微信小程序)을 사용한다면 한 번호로 동시 접속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미니 프로그램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 학과도 있을 수 있으니 미리 Plan B를 준비할것을 권장함.) - 서브카메라용 휴대폰은 마이크와 스피커를 모두 꺼줘야 한다. 안그럼 하울링 현상때문에 회의실 난장판이 되버림.
- 미리 VPN이나 불필요한 백그라운드 프로그램 등 인터넷이나 컴퓨터 성능에 영향이 가는 프로그램들은 미리 닫아준다.
- 부정행위를 철저히 방지하기 위해 면접 전 화면 공유 기능을 통해 작업관리자와 바탕화면을 체크하거나 (칭화대에서 했음) 카메라를 들고 방 안을 한바퀴 돌아보라고 할 수 있으니 (북경대에서 했음) 미래의 지도교수님이 될 수 있는 분들에게 자신의 사생활을 들키기 싫다면 방 안과 바탕화면을 미리 정리해주자.
비록 과에서 사전에 인터넷 테스트를 진행해주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면접 전 미리 회의실 하나 만들어서 모의 면접을 해보면서 문제점을 체크하는것도 나쁘지 않다.
그 외 주의사항 (인터넷 테스트 시간, 본인 신분 확인, 학사학위 혹은 재학증명서 확인 방식 등) 은 과마다 제각각이니 알아서 공지를 잘 살펴보자.
2022.03.23 - 2022.03.24
대망의 면접날. 마지막까지 미리 준비한 자기소개 낭독하고 연습하면서 화상회의 대기실에서 긴장한 상태로 기다리다가, 내 차례가 되자 바로 교수님들 얼굴이 화면에 떴고 면접이 시작되었다.
혹시 면접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하다면, 안타깝게도...
"본인은 '베이징대학 2022년 대학원생 입시 면접 수험생 안내사항'을 충분히 읽었으며 아래 내용에 정중히 서약합니다."
"3. 본인은 면접 과정과 시험 내용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을것을 보장합니다."
"본인은 위 유의사항을 충분히 이해했으며 위반 시 시험 점수 혹은 합격 자격이 취소됨을 인지했습니다."
라는 어마무시한 서약을 한 관계로 면접에 관한 내용은 일절 공개할 수 없다. 칭화대에서는 이런 서약서가 없었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역시 노코멘트하겠음.
다만 서약 내용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한가지 면접 관련 조언을 하자면, "제발 전공 지식 충분히 준비해가세요..."
아무튼 이렇게 장장 약 5개월간 진행된 중국 대학원 신청이 뭔가 싱겁게 막을 내렸다. 아무래도 화상 면접이라 모든게 그냥 내 기숙사 방에서 시작해 내 방에서 끝나서 그런듯.
이제 졸업논문 쓰면서 합격 결과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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