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인치냐 12.4인치냐 그것이 문제로다 - 갤럭시탭 S7+와 S7 비교 후기
1년 반 동안 잘 쓰던 갤럭시탭S7을 팔기로 결정하고,
얼마 전 갤럭시탭S7 플러스를 (중고로) 질렀다.
충동구매...는 아니고 매우 합리적인 이유에서 약 일주일동안 고민 끝에 결정한 소비였다.
필기용으로 잘 들고 다니던 갤럭시탭이 수업 없는 대학교 막학기에 접어들자 하루아침에 유튜브 머신이 되고 말았고, 중고로 팔자니 노트북과 휴대폰 모두 대체할 수 없는 태블릿만의 장점들을 포기하기 뭔가 아쉬웠다.
때마침 저번학기때부터 좀 비실하던 노트북 액정에 세로줄이 쫙 생겨벼렸다. 아예 못 쓸 수준은 아닌데 은근 글씨가 가려지는 등 사용에 불편함이 많고 그 전부터 가끔씩 키보드가 빠지는(...)것 같은 사소한 문제들이 존재해서 기숙사에 외장 모니터와 키보드를 연결해서 데스크탑마냥 사용하고 있었다.
우연히도 한번 갤럭시탭을 노트북 대용으로 사용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와 함께 밖에서 한번 사용해봤는데 의외로 나름 쓸만했다. 단 한가지, "크기"라는 큰 걸림돌만 제외하고.
11인치라 하면, 한 10년 전 아이패드가 나오기 전 흥했던 넷북 수준의 크기다. 중학생 때 집에 남는 넷북을 개인 노트북으로 쓴 적 있는데, 그 작은 화면으로 웹서핑 하고 워드 문서 만들면서 눈이 빠지는 경험을 다시 체험하는 기분이었다.
갤럭시탭S7+, S7 FE (S8+는 너무 비쌌다.) 와 서피스 프로7 (8이나 X 역시 너무 비쌌다.) 중에서 고민하다가 주변 지인들의 서피스와 S7 FE에 대한 강력한 만류로 인해 중고시장에서 갤탭S7+를 기웃거리다가, 마음에 드는 매물을 발견하여 덥석 질렀다.
1. 크기 비교
갓 개봉해서 들어냈을때는 생각보다 크지가 않아 "어...? 설마 S7으로 잘못 주문했나?" 라는 착각이 아주 잠시 들었는데, 둘이 나란히 비교해보니 그래도 크기 차이가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
오히려 실사용하면 할수록 큰 화면의 차이점과 장점들이 크게 와닿았고, S7+를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S7이 중고로 팔리지 않았을때 밖에서 S7+를 사용하다가 기숙사에 와서 S7을 만져보면 "내가 이렇게 작은 태블릿을 1년 반 동안이나 써왔다고?" 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다들 화면 크기 비교하면서 언급하는 "정보 전달량의 차이"는 딱히 느끼지 못했다. 사진처럼 가로 화면으로 블로그 포스팅을 읽을때 약 두 줄 정도 더 보이는 정도. 물론 화면이 크니 확실히 읽는데 느낌 자체는 시원시원했다.
세로 화면으로 놓고 보면 정보량의 차이가 더 확연히 느껴지기는 하나, 튼튼한 거치대가 있는게 아닌 한 S7+의 크기와 무게에 세로로 들고 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니 참고만 하자.
그럼 화면이 커봤자 무슨 소용이냐, 그냥 글씨 좀 커진 것 뿐 아니냐 싶겠지만, 대화면의 진가는 분할 화면에서 발휘된다. 위 사진으로만 봤을때는 크게 체감이 되지 않겠지만, 실제로 보면 S7는 분할화면을 놓았을때 (특히 3분할 화면으로 사용했을때) 여러 화면들을 억지로 욱여넣은 느낌(?)이 들었지만, S7+는 마치 일반적인 크기의 노트북에서 여러 창을 분할하여 사용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현재 인턴 근무를 하는데 회사 컴퓨터는 보안이 엄격해 따로 태블릿으로 캘린더, 위챗, 자료조사에 필요한 웹페이지를 동시에 띄워놓고 사용하는데, S7로 화면을 분할해놓고 사용했을때는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들었지만, S7+로 바꾸고 나니 업무의 질이 확연히 상승했다.
그리고 이제는 태블릿을 필기용으로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화면 한 쪽에는 교재나 인강을 틀고 다른 한 쪽에서 필기를 하거나, 그림 연습을 할때 사진과 드로잉 앱을 양 옆에 놓고 사용할거라면 무조건 큰 화면이 좋다고들 하니 참고하자.
2. 크기 외의 차이점
크기를 제외하면 갤럭시탭S7와 S7+의 눈에 띄는 스펙 상 차이는 단 2가지, 디스플레이 종류과 지문인식이다.
우선 디스플레이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갤럭시탭S7은 LTPS IPS TFT-LCD, 탭S7+는 수퍼아몰레드를 탑재했는데, 디스플레이에 대해 크게 민감하지 않아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S7은 오줌액정 논란, S7+은 녹조 액정 논란이 있었다는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개선이 된건지 아니면 내가 막눈이라 그런건지 전혀 느끼지 못했음.
지문인식의 경우 탭 S7는 측면 전원버튼에 내장되있는 방식, S7+는 디스플레이 내장 지문인식 센서를 사용한다.
디스플레이 내장 지문센서은 인식률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어 구매할때 약간 걱정이 되긴 했는데, 실제로 사용해봤을때 (강화유리 필름이 붙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식률이 낮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못했으며 인식 속도도 생각보다 굉장히 빨랐다.
다만 굳이 비교하자면 S7의 측면 버튼 지문인식이 속도상으로는 근소하게 우세했고, S7의 경우 그냥 버튼에다가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잠금이 바로 풀리는데 비해 S7+의 디스플레이 내장 센서의 경우 화면에 지문 센서 아이콘이 나오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매우 사소한 불편함이 존재했다.
그 외 프로세서, S펜, 카메라, 단자 규격 등 부분에서 두 모델의 차이점은 없다. 그냥 화면 사이즈만 다른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3. 실사용기
맨 앞에서 설명했듯이 S7에서 S7+로 바꾼 가장 주요 이유가 노트북처럼 사용하기 위해서였는데, 바뀐점이 크기 하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트북에 버금갈 정도로 실용성이 높아져 매우 만족스러웠다.
일단 앞서 소개한대로 화면이 크니 분할화면을 사용할때 억지로 욱여넣은 느낌이 아니라 그냥 윈도우 PC에서 분할 창 띄운것과도 같았다. 만약 분할화면 기능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면 위 사진처럼 DeX모드를 활성화시켜서 데스크탑과 흡사한 환경으로 사용할수도 있는데, 12.4인치의 광활함 덕분에 역시 사용하는데 매우 쾌적했다.
하지만 아무리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앱 생태계가 좋아졌다고 한들 실제 윈도우 OS를 따라잡기에는 한참 멀었기에, 이렇게 태블릿 단독으로 사용하는건 여전히 노트북을 대체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만약 집에 컴퓨터가 있고, 태블릿과 컴퓨터를 원격조종 프로그램으로 연결해준다면? 과장 하나 안하고 마치 갤럭시탭이 윈도우+안드로이드 멀티부팅 투인원 12.4인치 노트북이 된거나 다름없어, 더이상 노트북 없이 태블릿만 들고 외출해도 불편함이 전혀 없다.
다만 인터넷 환경이 원격 데스크탑을 지원하지 않는다던지, 반응 속도에 대한 요구가 높아 현재 원격 데스크탑 기술로는 부족하다던지, 각종 호환성 문제라던지, 상황에 따라 원격 데스크탑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거나 완전히 노트북을 대체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한다.
(원격 데스크탑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은 아래 링크 참고.)
많이들 "11인치대 태블릿을 살지, 12인치대를 살지"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휴대성"인데, 평소에 백팩을 메고 1시간동안 지하철을 타면서 출퇴근하는데 가방이 무거워졌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참고로 탭S7을 쓸때는 젤리케이스, S7+를 쓸때는 정품 북커버를 씌우고 다녔다. 북커버가 더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더군다나 노트북이 고장나기 전에는 태블릿과 노트북을 함께 들고 다녔었는데, 이제는 태블릿만 들고다녀도 되니 실질적인 무게는 훨씬 가벼워졌다고 봐야할수도?
대신 가방이 좀 작거나, 끈이 얇은 크로스백이라면 무게나 크기에 대한 체감이 좀 더 많이 느껴질수도 있겠다.
4. 그래서 작은거 살까 큰거 살까?
갤럭시탭S7이나 S7+이냐, S8이냐 S8+이냐, 아이패드 프로 11인치냐 12.9인치냐를 두고 고민하는 질문이나 그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한 비교글들이 인터넷에 굉장히 많이 보이는데, 둘 다 실제로 써보고 느낀 본인 생각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둘의 차이점과 선택 방법을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용도"보다는 "사용 환경"을 보고 판단하자!
태블릿 구매 전, 그림을 그릴거야/강의 들을 때 필기를 할거야/키보드랑 연결해서 글을 쓸거야/비싼 넷플릭스 머신으로 쓸거야 등 용도에 대한 계획이나 생각은 많지만, 사실 11인치를 사든 12.4인치를 사든 단순히 용도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크기를 딱히 가리지 않는다. 사용 환경에 따라 각기 장단점이 존재할 뿐이지.
즉, 개인적으로 어느 크기의 태블릿을 살지 고민할때는 "무슨 용도로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은 일단 접어두고, "내가 태블릿을 어떤 사용 환경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할지" 를 먼저 생각해보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휴대성 vs 크기
만약 무조건 큰 화면을 원하거나, 주로 책상에 놓고 쓰거나 집에서만 사용할거라면 당연히 12.4인치 모델을 추천하지만, 휴대성을 중요시한다고 무작정 11인치를 구매하는것은 추천하진 않는다.
첫째는 앞서 설명했듯이 아무리 12.4인치가 크고 무겁다고 하더라도 이건 작은 모델에 비해 상대적인것일 뿐이지, 그래도 웬만한 노트북보다는 작고 가벼운 수준이기 때문에 가방이 충분히 크거나 주로 백팩을 메고 다닌다면 딱히 무겁다고 느껴지지가 않고, 둘째로 아무리 11인치가 작고 가볍더라도 이 역시 큰 모델에 비해 상대적인것이지, 장시간 한 손으로 들고다니거나 지하철에서 책 읽고 그런 용도로 사용하기엔 나름 무겁고 큰 편이기 때문에 차라리 아이패드 미니같은 작은 태블릿을 사는 걸 추천한다. 만약 딱 그 중간의 사용 환경의 태블릿을 원한다면, 11인치를 사는게 딱 적당하겠다.
노트북 대체용 vs 노트북 보조용
노트북과 함께 들고다니면서 노트북으로 하지 못하는 일들 (e.g. 필기, 그림 그리기) 을 하는 용도로 쓸거라면 둘의 무게 합, 외출시 테이블에 놓았을때 차지하는 공간을 고려했을때 11인치를 추천한다.
반대로 만약 태블릿만 들고다니면서 덱스 모드든 원격 데스크톱이든 가벼운 업무만 할 예정이든 아예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대체할 용도로 사용할거라면, 급하게 12.4인치 모델을 지르기 전에 미리 사전조사를 충분히 해보는걸 추천한다. 용도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노트북이 태블릿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할수도 있기 때문.
만약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먼저 11인치 모델을 구매하고, 나중에 사용해보면서 노트북과 병행하면서 사용할지, 팔고 12.4인치를 구매할지, 아니면 그냥 휴대성 좋은 작은 노트북으로 쓸지는 본인의 선택. (개인적으로 작은걸 먼저 사보는걸 추천하는 이유는 11인치를 사면 그나마 들고다닐만이라도 하지, 먼저 큰 걸 사면 나중에 귀찮아서 아예 안 들고 다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
정리해보자면 아래 사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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