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대학원 준비

중국 석사 준비 - 교수님에게 추천서 받기 a.k.a 자화자찬 대환장파티

Hexagon_ 2021. 11. 11. 11:02

저번 글 보기: 중국 석사 준비/북경대 - 2022년도 대학원 유학생 입학요강

 

중국 석사 준비/북경대 - 2022년도 대학원 유학생 입학요강

저번 글 보기: 중국 석사 준비/칭화대 - 2022년도 대학원 유학생 입학요강 중국 석사 준비/칭화대 - 2022년도 대학원 유학생 입학요강 2021.10.12 올해 초 뒤늦게 대학원 진학이라는 목표가 생겼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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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석사 준비/칭화대 - 혹시 몰라 발급한 GPA 및 성적 순위 증명서

 

중국 석사 준비/칭화대 - 혹시 몰라 발급한 GPA 및 성적 순위 증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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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9 - 2021.10.20

북경대와 칭화대 모두 최소 부교수 이상급의 추천서 2장을 요구한다. 차이점이라면 북경대는 지원 전공과 관련된 분야의 추천인을 요구하고 칭화대는 서면상 그런 요구사항은 없다는거지만, 상식적으로 신청 전공과 관련된 분야의 추천인이 그냥 추천인보다 낫기 때문에 두 학교의 추천서 요구사항에는 실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본다.

(현재 대학원을 다니는 학부 선배님 한 분은 중국 대학원에서 추천서는 형식적인거니 그닥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하시긴 했지만... 확실한건 아니니 그래도 가급적 공들여 준비하기로 했다.)

 

"전공 관련 분야의 추천인"이라... 그렇다면 학부 전공 거의 포기하다시피 (그것도 복수학위도 없이 용케도) 전공을 바꿔 신청하는 나의 추천인 후보는 딱 두 분으로 축소된다. 주요 연구 분야가 마침 본인 현재 전공과 목표 전공이 융합된 방향인, 그리고 과거 수업을 수강한적 있고 점수도 꽤 좋게 받았었던 A교수님, 이번학기에 수강한 목표 전공의 학부생 필수수업을 가르치시는 B교수님.

추천서 2장만 필요하다고 진짜로 딱 교수님 두 분만 염두해두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대단히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것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한 분이라도 거절하시면...?


원래는 이번주 일요일까지 자소서를 후딱 쓰고 다음주부터 이 자소서 초안을 들고 교수님들께 추천서를 물어볼 계획이었는데, 나랑 같이 대학원 준비중인 친구들은 다들 자소서 없이 진작에 추천서 신청 메일을 돌려놨었고, 이미 추천서를 받았거나 단칼에 거절당해 다른 교수님을 급하게 탐색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아 추천서는 최대한 일찍 준비해야겠구나..." 라고 깨달아 A교수님께 황급하게 메일을 보냈다.

(B교수님은 얼마 전 수업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 장문의 메일로 보냈었는데, 지금 이 타이밍에 추천서를 신청하면 추천서 낼름 받으려고 억지로 질문하는 가식적인 학생이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잠정 보류.)

 

전날 저녁에 머리를 쥐어짜며 "안녕하세요 저번학기에 교수님 수업을 들었던 유학생 누구누구인데 제가 좋아하는 분야와 겹치는 수업이라 정말 열심히 수강했었고 과제도 열심히 써서 제출한 덕분에 높은 점수를 받았었는데 교수님은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제가 지금 무슨무슨 대학 무슨무슨 전공 대학원을 신청중인데 염치 없지만 추천서 한 장 부탁드려도 될까요" 라는 내용의 메일을 작성해 다음날 아침 9시 반 예약전송되게 설정했다.

다음날 점심시간 전에 A교수님께 "학업을 계속 이어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라는 내겐 너무나도 과분한 인삿말와 함께 흔쾌히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실망시키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교수님 ㅠㅠ)

다만 교수님도 바쁘시기 때문에 직접 써주시는게 아닌, 나를 알게 된 계기, 수업 태도, 학업 연구 능력, 잠재적 학업능력 등 내용을 정리하여 추천서 초안을 보내주면 이를 토대로 수정 후 서명을 해주겠다고 하셨다. (=본인이 추천서 써오라는 뜻이었다.)

세상에 다음주까지 제출하는 과제도 아직 반절밖에 못썼는데... 헐레벌떡 감사인사와 함께 당장 코앞의 과제로 인해 약간의 시간이 걸리니 양해를 부탁한다는 회신을 넙죽 업드려 보냈다.


2021.10.22

과제를 다 썼으니 추천서 준비에 착수했다.

겸손함은 곧 미덕이오 자만함은 금기임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유교식 교육 이념이 어릴적부터 뼛속까지 스며든 내게 "나 자신에게 추천서 써주기", 바꿔 말하면 "Formal한 언어로 자화자찬하기"란 너무나도 험난한 퀘스트였다.

(그나마 자기소개서라면 자서전 쓰는 기분이라도 들지, 남 대신 내 추천서를 쓴다는건 "남의 관점에서 내가 어디어디 잘났는지 나열하기" 라는건데... 상상만 해도 불판 위의 오징어처럼 손발이 오그라든다.)

그나마 검색엔진 있는 시대에 태어나서 다행이다. 구글 만세 (라고 알파벳 주식 0.01주 보유자가 외칩니다)

결국 구글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학생이 추천서를 쓰고 교수 서명을 받아오는 케이스가 사실 굉장히 흔하고, 아무래도 추천서 써본 경험이 전무한 젊은 교수들도 많다보니 검색 결과는 차고 넘쳤다.

구글링 팁을 하나 드리자면, 중국어로 "推荐信模板" 이라고 백날 검색해봤자 대부분 유학 신청용 영어 추천서 쓰는법 밖에 안나오는데, 그 대신 "保研推荐信"이라고 검색하면 중국어로 된 추천서 샘플을 대거 발굴해낼 수 있다.

중국학생들의 중국 대학원 신청 방법은 대개 시험제(考研)와 추천제(保研)로 나뉘는데, 추천제는 유학 신청처럼 자소서와 교수 추천서 등 서류를 제출하고, GPA와 면접, 기타 서류들을 토대로 당락을 결정하게 된다. 때문에 保研 관련 자료들을 검색해보면 추천서 말고도 자소서, 면접 등 중국어 석사과정을 신청중인 유학생들도 참고할만한 자료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이렇게 검색해서 나온 추천서 샘플들은 나름 잘 쓴 것도 있는 반면 정말 형편없는(...)것도 섞여있기 때문에 알아서 잘 선별하는게 관건이다. 만약 중국어를 잘 몰라 판단하기 어렵다면, 딱 봐도 허접하게 생겼거나 복붙티가 많이 나는 소위 content farm 사이트만 걸러도 반은 성공한다.

또한 북경대의 추천서 양식에는 미리 신청인과 추천인의 정보를 적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샘플을 인용할때 이 부분을 본문에 중복해서 적는걸 피하는것을 잊지 말자. 안그럼 다른 학교 추천서 Ctrl CV했다고 오해받기 쉬우니.


추천서는 굳이 길게 쓸 필요가 없다. 교수님들은 대부분 워낙 바쁘시기 때문에 학부생 한 명을 위해 직접 추천서를 쓴다는것 자체가 엄청난 성의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설렁 추천서에다가 "이 학생 강추" 한 줄만 쓴다고 하더라도), 과하게 길게 써봤자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질수도 있다. 나는 약 500자 남짓하게 썼는데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이정도면 나름 많이 쓴거라도 한다. 흠.

민망하니까 매 문단 첫 문장만 살짝 보여드림. 베끼지 마세욥

여러 추천서 양식들을 참고하여 총 세 문단으로 구성했는데, 첫 문단은 이 학생을 어떻게 알게되었고 (언제 무슨 수업을 수강했음) 어떤 면에서 학업능력이 돋보였는지 (과제를 잘 했다던가, 수업 태도가 성실했다던가. 원래는 구체적이게 어떤 주제의 과제를 썼고 그리하여 인상이 깊었다는 내용을 넣어 "내가 실제로 이 학생을 기억한다"라는걸 어필할까 했으나 역효과가 될까봐 지워버렸다.) 를 적었고, 두번째 문단은 비록 학부 전공이 다르지만 왜 이 학생을 추천하는지, 마지막 문단은 그리하여 이 학생이 귀 학과에서 학업을 계속 이어나갈수 있기를 기대하며 추천한다. 대충 이렇게 적었다. 한마디로 자화자찬 대파티였다.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수업이라서 개인적으로 정말 즐겁게 들었고 타 수업에 비해 모든면에서 열심히 한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남들에 비해서 월등하게 잘한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추천서니까 어쩔 수 없이 얼굴에 철판 깔고 학업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네 잠재력이 얼마나 있네 그러니 이 학생을 강력 추천하네를 써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읽어봐도 정말 형편없게 쓰긴 했는데, 어차피 기말논문도 아니고 난생 처음 써보는, 그것도 내가 교수의 입장에서 써야하는 나에 대한 추천서니까 교수님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랬다. (제발)

오후 내내 카페에서 노트북만 붙들고 있었더니 2박3일은 걸릴 줄 알았던게 반나절만에 마무리되었다. A교수님과 친한 친구한테 수정 조언까지 받은 후, 금요일 저녁에 메일알림 받는거 좋아할 사람 없을테니 월요일 아침에 전송되는 예약 메일을 보냈다.

첨부파일에는 추천서 초안과 수정하는데 도움이 되시라고 내 이력서와 과거 수업 과제를 첨부했고, 메일 본문에는 각 대학의 추천서 제출 방식과 신청기한을 적었다. 다른 대학원 신청 포스팅 보면 신청하는 학교가 많다보니 엑셀 시트를 만들어서 첨부하기도 하던데 나는 딱 두 학교만 신청해서 그럴 필요까진 없었다.


2021.10.27

Re: Re: Re: Re: 두번 다시 경험하기 싫은 추천서 생활

전날 저녁 교수님에게서 수정판 추천서 메일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괜찮다고 하셨으며 "위 학생" 같은 딱딱한 표현을 내 이름으로 수정한 것 외엔 딱히 큰 변화는 없었다. (다행)

마침 당일 오후에 A교수님의 다른 수업을 들었는데, 미리 추천서를 프린트한 후 쉬는시간에 교수님을 찾아가서 싸인을 받아왔고, "북경대는 종이로 직접 제출하면 되고 칭화대는 온라인으로 제출하는 시스템인데 조금 있다가 메일을 보내드리겠다"라고 다시 한번 알려드렸다. 교수님께서도 추천서를 여러번 써보신 적이 있으셨기 때문에 온라인 시스템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별도로 설명해드릴 필요는 없었다.

칭화대 추천서 시스템에 들어가 교수님의 성함, 메일 주소 (중요), 직책 등 정보를 입력하여 저장하고, Send Email 버튼을 누르면 추천서 작성 링크가 교수님 메일함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니 신중히 누르자).

이제 저 Status가 제출됨으로 바뀌길 기다리면 된다.

 

만약 교수님이 추천서 시스템을 사용할 줄 모르시거나, 추천서 받는것도 충분히 죄송한데 교수님보고 복잡한 추천서 시스템까지 사용시키기 꺼려지는 등의 이유로 북경대처럼 그냥 종이로 된 추천서를 받아오고자 한다면, 마찬가지로 추천인 정보를 입력한 다음 Send Email 버튼을 절대 누르지 말고 알아서 인쇄+서명된 추천서를 받아온 다음 스캔하여 파일 첨부 창의 "Others" 란에 업로드하면 된다.

 

이제 교수님 한 분 한테서만 더 받으면 되는데, 순조롭게 끝났으면 좋겠다...


2021.11.08

B교수님에게서 추천서를 받기에는 1. 일단 타과 교수님이셨고, 2. 이번학기에 수강하는 수업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이라 수강 성적이라는 나를 어필할만한 강력한 데이터가 없었고, 3. 나중에 안 사실인데 사실 본 전공 주임 교수였다는 3개의 굉장히 큰 난관이 존재했다. 때문에 선뜻 추천서 신청 메일을 보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우선 "일면식도 없는데 심지어 수강 성적도 없음"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자기소개서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왜 타과생인 내가 교수님이 계신 학과에 가고싶은지 소개하는게 필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계속 미루고 미루던 자소서 초고를 후딱 써서 메일에 첨부했다. (자소서 관련 포스팅은 나중에 하겠음.)

메일 내용도 약간의 수정을 거쳤는데, A교수님처럼 단순히 추천서를 부탁하는게 아닌, "신청 전공 관련 분야자의 추천서가 필요한데 우리 학과 교수님들은 대부분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염치없게 교수님께 추천서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를 강조하여 나의 불쌍함과 처절함(?)을 적당히 드러냈다.

메일에서 진심이 통한건지, 교수님이 몇 주 만에 나를 기억하신건지, 아니면 그냥 의외로 추천서 잘 써주시는 교수님인건지 잘 모르겠으나, 이 분께 추천서를 받는 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마인드로 메일을 보낸지 무려 1시간도 되지 않아(!) "알겠습니다 추천서 초안 써서 보내주세요"이라는 쿨내 넘치는 답장을 받았다! 이제 추천서 걱정은 끝이다!!

(플랜B도 제대로 준비 안한 채 두 교수님의 추천서를 받아온건 정말 천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나마 첫번째 추천서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두번째 추천서를 쓰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다만 첫번째 추천서와 전체적인 내용이나 문장 스타일이 겹치면 안된다는 점을 의식하면서 쓰다보니 또 이것만의 어려움도 있었다.

그래서 결국 계획한대로 답장 받은 당일에 초안을 보내지는 못했다. 내일 초안 보내면서 답장이 늦었다고 사과해야지.


2021.11.11

약간만 수정해서 보내오신 A교수님과 다르게, B교수님은 아예 환골탈태 수준으로 재작성해서 보내주셨다. 첫번째 추천서를 너무 의식하다보니 300자 남짓으로 짧고 허접하게 써서 교수님이 보셨을때도 이건 도저히 아니었나보다.

B교수님의 경우 가급적 번거롭게 하지 않기 위해 온라인 추천서 시스템 대신 종이 추천서를 받아오기로 했다. 기존 북경대 추천서 양식에서 북경대 로고를 제거하고 타이틀을 바꾼 다음, 추천인과 신청인 정보 부분을 살짝 수정해줬다. 

THU_推荐信模板.doc
0.05MB

⬆️직접 만든 칭화대(사실 대학명만 바꾸면 다른 대학에서도 사용 가능) 추천서 양식. 필요하신 분은 다운받아 자유롭게 사용하세요.

 

추천서를 프린트한 다음, 수업 쉬는 시간에 얼른 찾아가서 싸인을 받아왔다. 험난했던 추천서 준비는 이렇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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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석사 준비 - 다음 생에는 자기소개서 없는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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