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무형물

픽셀5 안드로이드12 정식버전 업데이트 사용기

Hexagon_ 2021. 10. 20. 23:23
2021.10.20
 

구글, 픽셀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12 업데이트 시작

구글이 20일 새벽부터 픽셀 스마트폰 대상으로 안드로이드12 정식버전 업데이트를 시작했다.안드로이드12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인 '머티리얼 유'를 적용했다....

zdnet.co.kr

픽셀 시리즈의 안드로이드 12 정식 버전 판올림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공식 출시는 이미 10월 4일에 진행되었지만 이례적이게 픽셀용 업데이트 배포가 바로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샤오미 11 시리즈와 원플러스 9 시리즈가 먼저 업데이트를 받게 되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근두근!


머티리얼 유 (Material You)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단연 완전히 새로워진 머티리얼 UI, 일명 "머티리얼 유(Material You)"의 적용이었다.

재부팅 후 확 달라진 잠금화면의 시계 디자인이 "정말 안드로이드12로 업데이트했구나"를 몸소 체감하게 해 준다. 기존 안드로이드 11의 아담한 시계에 비해 처음에는 너무 시계가 큼지막해서 어색했지만, 쓰다 보니 또 금방 적응이 되었다.

또한 평소에 알림이 띄워져있거나 하면 시계가 좌측 상단으로 축소되는데, 시계와 알림바의 간격이 너무 넓어 어색한 느낌은 금방 사라지지 않았다.

확 달라진 잠금화면에 비해 기본 런처는 상단의 "한눈에 보기(At a glance)"가 좌측 상단으로 옮겨진 것과, 새로 디자인된 시계 위젯 외엔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안드로이드 12 홍보 영상이나 사진 보면 뭔가 확 달라진 느낌이 들던데 위젯 배치+새 배경화면 빨인가...

새로 업데이트된 Material You는 UI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역시 대폭 수정되었는데, 위 움짤에서 볼 수 있듯이 화면을 켜고 끄는 애니메이션이 기존의 단순히 화면이 아래로 천천히 어두워지고 밝아지는 효과가 아닌, 전원 버튼을 통해서 화면을 잠근 건지 아니면 화면이 자동으로 꺼진 건지, 지문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한 건지에 따라 어두워지고 밝아지는 부분이 각기 다르다. 개발팀이 아무래도 이런 디테일에 온 영혼을 갈아 넣은 듯.

이 외에도 충전기 연결 시 나타나는 효과가 반짝반짝하게 바뀌었고 (이 부분 역시 무선충전과 유선 충전의 효과 방향이 다르다! 소름), 스크롤을 끝까지 내리면 통통 튀는 등 많은 부분들이 소소하게 바뀌었다.

베타 버전 뉴스와 리뷰에서도 여러 번 소개되었지만, 배경화면의 색상을 추출하여 전체적인 테마 색상을 바꾸는 기능이 생겼다. 만약 자동으로 추출된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기본 단색 색상 옵션도 제공한다.

다만 나머지 테마 설정 부분은 아쉽게도 오히려 안드로이드 11에 비해 퇴보된 부분이 많았다. 버튼 스타일이 기존에는 원형 외에 사각형, 물방울 모양 등 여러 가지 옵션을 제공했었는데 이젠 원형으로 통합되었고, 폰트나 상단바 아이콘 바꾸는 기능 역시 사라졌다.

개인적으로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눈에 띄게 바뀐 부분은 바로 알림 창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존의 6개 토글에서 4개 토글로 줄어들긴 했으나, 토글 창을 펼쳤을 때 여전히 6개였던 토글이 지금은 8개로 늘어나 딱히 불편해졌다고 하기에도 뭔가 애매하다.

그 밖에 바뀐 부분으로 와이파이와 데이터가 "인터넷"이라는 토글 하나로 합쳐졌다. 아무래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보편화되어 굳이 데이터를 끄지 않아도 과금될 일이 없다 보니 아예 토글을 합쳐버린 건가. 아니면 이통사들이 사람들 데이터 많이 쓰게 하려고 구글과 손 잡고 벌인 음모인가.

구글 내장 앱들은 판올림 전 이미 대부분이 머티리얼 유 언어에 맞게 업데이트되어 사실상 안드로이드 12 맛보기용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버튼들의 전체적인 크기가 커졌으며 "윤곽선"이라는 요소가 대거 추가되었고, 전체적으로 기존의 날카롭고 Geek 한 인상을 벗어나 둥글둥글하고 귀여운 인상을 줬다.

설정 메뉴를 처음 들어가 봤을 때 첫인상은 "뭐야 이거 원UI임?"였다. 기본적인 메뉴 위치들은 딱히 달라진 게 없었지만, 전체적인 폰트 크기가 확 커졌으며, 내장 앱들과 정반대로 인터페이스가 더 미니멀해진 느낌이었다.

최근 앱 화면(좌), 패턴 잠금해제 화면(우)

마지막으로, UI 전체에 마치 "어두워 보이는 효과"라는 요소가 전부 제거된 것 같았다. 기존의 멀티태스킹 화면과 패턴 잠금해제 화면에는 마치 검은색 반투명 유리처럼 배경화면이 어둡게 보이는 배경이었는데, 안드로이드 12에서는 전부 불투명한 흰색 혹은 회색 배경화면으로 대체되었다. 마치 윈도우7부터 에어로 효과를 점차 줄이기 시작한 윈도우처럼.


권한 관리, 개인정보 보호

안드로이드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 앱 권한 강화는 몇 년째 판올림마다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부분이었는데, 이번 안드로이드 12의 업데이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카메라, 마이크 사용 권한 관련 부분이었다.

사진과 같이 카메라나 마이크 권한을 사용하는 게 탐지될 때 상단바에 초록색 아이콘이 반짝 떴다가 점으로 바뀌어 사용자들에게 "마이크/카메라 조심하세요~"라고 알려주는 거야 뭐 아이폰에서도 있었던 기능 (아마도?) 이기 때문에 별로 신기하진 않았지만,

아예 카메라와 마이크에 액세스 하는 건 원천 봉쇄하는 옵션이 토글 창에 추가되었다(...) 전화할 때 마이크 액세스 허용하는 거 까먹으면 전화할 때 막 헤매야하는 건가?

다만 아쉬운 점은 녹음기 앱으로 테스트해본 후 상단바에 계속 마이크 권한이 사용 중이라고 떠서 거슬리고 찝찝한데, 무슨 앱이 마이크 권한을 사용 중인 건지 아무리 설정창을 뒤져봐도 나오지 않아 불편하다고 생각되었다.

또한 위치 권한을 사용하는 앱에서, 기존의 "앱 사용 중에만 허용"과 "이번만 허용" 두 옵션 외에, 정확한 위치를 알려줄지 아니면 대략적인 위치만 제공할지 확인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지도나 배달 같은 앱은 당연히 정확한 위치를 알려줘야 하지만, 날씨 앱처럼 대충 어느 지역에 있는지만 알아도 되는 앱을 사용할 때 좀 더 안심이 될 듯하다. (대략적인 위치만 제공했을 때 위치를 어떻게 잡는지 보려고 지도 앱에 테스트해봤는데 앱이 튕겨버렸다. 음.)

설정 앱을 들어가 보면 "개인 정보 보호"라는 메뉴가 따로 생겨, 접근성 사용 권한 앱, 개인 정보 대시보드, 권한 관리자, 민감한 정보 표시 등 개인 정보나 앱 권한 사용 관련 설정들이 한데 모여있어 개인정보 관련 옵션들을 손보기 더 편해졌다.

한가지 소소한 업데이트라면, 더 이상 굿락이니 서드파티 앱이니 찾을 필요 없이 기본적으로 토스트 알림 왼쪽에 어느 앱이 이 알림을 띄우는건지 표시가 된다.

그리고 미처 스크린샷을 남기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앱이 클립보드에 접근할때마다 토스트 알림이 뜨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왜 유니온페이와 공상은행은 내 클립보드에 접근하려는 것인지 참으로 의문이다.)


기타 편의 기능

드디어 순정 스크롤 스크린샷 기능이 추가되었다!! 다만 타 제조사 롬 내장 스크롤 스크린샷처럼 단순히 아래로 쭉쭉 내리는게 아닌, "스크롤이 가능한 영역을 쭉 펴서 알아서 자르는 방식" 이라, 위 사진처럼 설정 앱에서 스크린샷을 찍으면 위에 "설정" 타이틀 부분이 캡쳐에 들어가지 않거나, 위챗 채팅 리스트에서 스크린샷을 찍을때 윗부분의 미니 프로그램 리스트까지 찍히는 등 소소한 차이점이 있다.

그 외 여러 커스텀 롬에서나 볼법한 편의 기능들이 추가되었는데, 예를 들면 동작 설정에서 아이폰과 비슷한 한 손 사용 모드와 뒷면을 더블 탭 하여 앱이나 바로가기를 실행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또한 사용자의 얼굴 방향을 인식하여 휴대폰이 회전되었을때 진짜로 회전된건지 아니면 누운건지 판단하는, 소위 "스마트 자동회전"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거 갤럭시에서는 한 7년 전부터 있었던 기능 아니었나

접근성 부분에서도 여러 업데이트가 진행이 되었는데, 화면을 가장 어두운 설정보다 더 어둡게 한다던가, 저시력자를 위해 화면 일부를 돋보기처럼 사용한다단가 등, 접근성 관련 메뉴들이 한결 사용하기 편해졌다. 


앱 호환성

아마 메이저 시스템 업데이트가 출시되고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실게 앱 호환성 문제일 텐데, 일단 지금까지 써본 결과 딱히 심각한 호환성 문제나, 정상적인 사용이 불가능한 부분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카카오톡, 위챗, 알리페이, 페이코, 인스타그램 등 자주 사용하는 메이저 애플리케이션은 물론이고, 신한 알파, 신한 쏠, 병무청 간편인증, 중국공상은행 등 금융권이나 공공기관 앱 모두 기본적인 조회 등 기능들을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다만 극히 예외로 호환성에 문제가 있는 앱이 있을 수 있으니 판올림 선택 여부는 본인 선택의 몫.)


총평

솔직히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생각만큼 변화가 거대하다거나 예쁘다는게 마음에 확 닿지 않았다. 롤리팝에 최초 탑재된 머티리얼 디자인을 처음 접했을때 만큼의 신선한 충격을 기대하고 있다면 미리 그런 기대는 접어두는걸 추천한다.

크게 호환성 문제는 없지만 소소하게 버그들이 많이 보여 정식 배포판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는 점 역시 아주 살짝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루빨리 안정화가 되길 기대한다.

물론 새로운 UI 언어, 테마 색상 기능, 권한 관리 강화 등 신기능은 충분히 시도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업데이트 알림을 앞두고 망설이고 있다면 굳이 그럴 필요 없이 업데이트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