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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물체

로우 프로파일 기계식 키보드, 키크론(Keychron) K3 한 달 사용기

by Hexagon_ 2023. 6. 1.

노트북을 쓴지 6년차에 접어드니 키보드의 몇몇 자판들이 빠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키캡을 바꿨는데도 똑같은 문제가 생기는걸로 보아 아무래도 키캡의 문제가 아니라 기판의 걸쇠가 고장난 것 같은데, 기판을 통째로 갈려면 수리비가 무려 14만원이나 든다고 한다.

이미 액정 수리하는데 20만원이나 썼는데, 내년 대학원 입학하면 바꿀 노트북에 돈을 더 쓰기는 싫고, 새 노트북 사는 일정을 앞당기엔 돈이 없어서 그냥 따로 키보드를 구매하기로 했다.

근데 이왕 키보드 사는거 잠깐 쓸 용도 말고 노트북 바꾸고 나서도 오랫동안 사용하고 싶어서 좀 좋은걸로 구매했다. (그래도 기판 바꾸는것보단 싸게 먹힌다.)

마침 키크론 K3 V2 적축 LED 모델이 중고나라에 싸게 올라왔는데, 실사용했던 제품이지만 아크릴 케이스 모서리가 깨진 것 외에는 외관이나 기능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서 냅다 구매했다.

구성품으로는 키보드 본체, 아크릴 케이스, 윈도우용 키캡, 회색 esc와 백라이트 키캡, 키캡 리무버, 초기 사용 안내도, 사용 설명서 정도가 있다. 케이스는 모서리가 깨져서 결합이 잘 안되는건지 아님 원래 저렇게 대충 얹어놓는 용도인지는 모르겠다.


디자인은 합격. 색깔도 마음에 들고, 각인 폰트와 글자 크기 모두 적당하다 (간혹 다 좋은데 각인 폰트가 정말 해괴한 키보드들이 존재한다).

로우 프로파일 키보드다보니 디자인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있는 기계식 키보드와 많이 다른 모습이다. 키캡의 두께가 더 얇고, 키캡 사이의 틈도 더 크다.

esc키와 백라이트키는 눈에 확 띄는 주황색으로 아주 강렬한 포인트를 남겨주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디자인을 매우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분으로 제공하는 회색 키캡으로 교체해서 사용하면 된다.

주로 가족들과 함께 사는 집에서 사용할거기 때문에 조용한 키보드가 필요해서 적축으로 구매했는데, 이 외에 청축과 갈축 모델이 있다. 스위치 리무버가 구성품에 포함된걸 봐서 핫스왑을 지원하는 모델인 듯 한데 바꿔보진 않았다.

뒷면 정중앙에는 충전과 유선 연결이 가능한 C타입 단자가 있고, 왼쪽에는 연결 종류 (블루투스/유선/끔) 와 연결 운영체제 (윈도우&안드로이드/맥&iOS) 를 선택하는 스위치가 있다. 참고로 절전모드를 지원해서 매번 번거롭게 켜고 끌 필요는 없다.

하단에는 2단 접이식 높이 조절대가 있다.

예전에 썼던 일반 기계식 키보드는 높이가 정말 높아 손목받침대 없이 쓰면 조금만 지나도 손목이 뻐근해졌는데, 키크론 K3은 로우 프로파일 키보드라 높이가 낮아 따로 손목받침이 없어도 손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

그램 14인치 모델과 비교했을때 크기는 이정도. 책상 위에 놓았을때 책상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고, 케이스만 있다면 휴대하기에도 편한 사이즈다. 사이즈가 줄어든 만큼 별도의 한영키/한자키가 빠지고 오른쪽 쉬프트가 다소 작아지는 등 어느정도 키 갯수와 배열에 타협을 봐야하지만, 정말 빈틈없이 키를 배열한 덕분에 필요한 키들은 빠짐없이 다 있어서 생각보다 크게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K7이라고 이보다 더 작은 모델도 있었는데, 그건 펑션키와 숫자키를 합쳐놨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사이즈를 줄여놔서 조금 불편해보였다. 가격도 오히려 K7이 더 비쌌고.)


타자 영상. 실제 타건음은 영상으로 들리는것보다 좀 더 뭉툭하고 조용한 편이고, 키감도 경쾌하다기보단 물컹한 느낌에 더 가깝다. 로우 프로파일 키보드라 이런건지 적축이 원래 이런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첫인상은 "기계식 키보드가 왜이래?" 였지만, 사용하다보니 또 적응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소집해제하고 독립하면 싹 다 청축이나 갈축으로 갈아버릴까 고민중이다.

적축 키캡 특성상 키를 아주 살짝만 눌러줘도 인식이 되기 때문에, 이 점을 이용한 "구름타법"이라는 타자법을 마스터하면 손이 상당히 편해진다고 한다. 다만 나는 평소에 근무지에서 사용하는 키보드를 더 많이 쓰다보니 적축 키보드에 손을 익힐 기회가 많지 않아 그냥 평범한 타자법으로 사용중인데, 뭐 이렇게 써도 못 쓸 정도는 아니다.

 

키알못이라 타자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디자인, 크기, 가격 (신품 기준이더라도), 호환성 등등 모두 만족스러운 제품이지만, 가장 큰 단점으로 자동 절전모드를 설정했을때 절전 상태에서 다시 페어링되는데 반응속도가 많이 느린 편이다. 키를 몇번 눌러야 반응이 오는 경우도 많고, 페어링 도중에 갑자기 아무 반응이 없어 여러번 다시 눌러줘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고 절전모드를 비활성화하자니 전원 끄는걸 까먹으면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버리고.


한줄 총평을 하자면, 책상 크기가 한정적이거나 휴대용으로 사용할 가성비 기계식 키보드를 원한다면 추천하는 편이다. 페어링 반응속도가 느린/배터리가 빨리 닳아버리는 문제는 사람에 따라 많이 거슬릴 수 있으니 미리 염두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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